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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호 새로나온 책
제79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9.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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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 범종설(directed panspermia)이 과학소설의 낙인을 많이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요체는 훨씬 더 건실하다. 과학소설이 과학적으로 전혀 신빙성 없는 기반에서 상상력의 비약을 꾀하고는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기반을 그럴싸하게 얼버무리곤 하는 것에 반해, 정향 범종설은 절대 상상력의 비약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향 범종설의 시나리오에 기여하는 세부 사항들은 오늘날의 과학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주의 나이, 행성들의 존재 가능성, 생물 발생 이전의 바다 조성, 역경에 대처하는 세균의 강인함과 대부분의 생물들이 죽어버릴 환경에서도 번성하는 끈질긴 생명력, 로켓의 설계 등이 모두 그렇다. 오히려 정향 범종설은 전체적으로 상상력이 빈약한 편이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사실들만을 연속적으로 이어서 구축한 이론이라고 묘사해야 옳다.”
- 프랜시스 크릭 노벨생의학상 수상자(1962), 『생명 그 자체: 40억년 전 어느날의 우연』(김명남 옮김, 이인식 해제, 김영사, 2015,9) 중에서

■ 다시 읽는 막스 베버: 탄생 150주년 기념, 베버의 삶과 학문 연구, 한국사회이론학회·한국인문사회과학학회 엮음, 문예출판사, 424쪽, 20,000원

올해로 각기 32년과 3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사회이론학회와 한국인문사회과학회가 베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2014년)를 공동으로 개최한 결과물이다. 학회의 원로이자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보스턴대 사회학과 교수이며 세계적인 베버 사회학의 대가인 스테판 칼버그 등이 참여했다. 근대의 가장 위대한 사회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막스 베버는 학문적 활동은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 법학 등 매우 폭이 넓었다. 그의 주요 저작들은 종교사회학, 정치 체제, 조직 이론, 행위의 합리화 등을 다룬다. 근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개신교와 관련하여 밝힌 것은 그의 뛰어난 업적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21세기의 다양한 학문적 시각으로 20세기에 폭넓은 학술 활동을 한 막스 베버를 바라본다. 국내 학계의 막스 베버 읽기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 법의 도덕성, 론 폴러 지음, 박은정 옮김, 서울대출판문화원, 360쪽, 30,000원

저자는 법이 법이기 위해서 존중돼야 할 규준을 제시하고, 그것이 법의 내적 도덕성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법과 도덕을 연결시키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법과 법제도를 단지 질서유지와 분쟁해결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우리 삶의 의미 추구의 한 형식으로 조망하는 시선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법상식을 향한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그 자체의 형식으로만 논해지던 법을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법을 법답게 하는 일의 책임 주체에 우리를 호명하기에 이른다. 법실천은 단순히 주어진 규칙을 익히고 적용하고 준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법의 모습을 향한 열의, 통찰, 성실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왜 법을 준수해야 하는가?’라는 단순 의문문을 ‘왜 법을 준수하는 것에만 만족해서는 안 되는가?’라는 설의법적 물음으로 바꿔 놓는다. 초판은 1964년에 나왔다. 번역은 ‘비판에 대한 응답’이라는 새로운 장을 추가한 1969년 2판을 저본으로 했다.

■ 새로운 생명의 역사, 피터 워드·조 커슈빙크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423쪽, 20,000원

워싱턴대의 피터 워드와 칼텍의 조 커슈빙크는 현재 생물학과 지구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뛰어난 과학자로, 이 책은 저자들이 과학의 빠른 발전을 통해서 밝혀진 최신의 발견들을 토대로 지구 생명의 역사를 새롭게 쓴 책이다. 이 책에는 동물의 출현이 어떻게 수십억 년 동안 미뤄졌는지, 어떤 힘이 어류를 처음 물 밖으로 내몰았는지, 공룡 같은 거대한 동물들을 멸종시킨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가 설명돼 있다. 또한 온실 효과와 생명의 진화 및 멸종의 이야기를 비롯한 과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들과 저자들이 생명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그것들을 종합하면서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 생명의 진정한 역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생명 진화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 시간벌기: 민주적 자본주의의 유예된 위기, 볼프강 슈트렉 지음, 김희상 옮김, 이병천 감수 및 해제, 돌베개, 312쪽, 15,000원

국내에 처음 번역·출간되는 독일의 정치경제학자 볼프강 슈트렉의 저작.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발표했던 프랑크푸르트 아도르노 강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주요 저작 중 한 권이다. 슈트렉은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 초기 핵심 브레인으로 일하며 독일의 정치경제, 자본주의의 다양성, 신자유주의 비판 및 대안 제시 등에서 중요한 연구 성과를 내왔다. 슈트렉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40여년에 걸친 모순관계 및 위기구조의 역사, 즉 민주적 자본주의의 역사와 그간 벌어졌던 세계 경제위기들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강제적인 결합이 어떤 갈등 구조와 위기를 만들었고, 그것을 봉합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 투입됐는지, 위기를 유예시키며 시간을 벌었음에도 왜 작금의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러한 난국 속에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체계적인 논증과 도표들로 함께 담아 냈다.

■ 코포타리즘 정치, 정병기·도묘연 지음, 아카넷, 476쪽, 28,000원

오랫동안 코포라티즘을 연구해온 정병기 영남대 교수가 사회단체 연구자인 도묘연 박사와 함께 사회 협약 혹은 사회적 합의로 알려진 코포라티즘에 대해 풍부한 이론적, 실증적 자료들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물. 코포라티즘이 강력한 나라와 중간 정도인 나라, 그리고 코포라티즘이 약하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나라를 상세히 비교 분석했다. 코포라티즘 연구자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정치 분야의 다양한 정책 입안자와 활동가들을 위한 유용한 제안서다. 제1장에서 제3장까지 주요 개념과 역사 및 연구 방법을 다룬 다음, 제4장에서 제7장까지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두 요인에 따라 주요 정치·경제·사회적 배경과 주요 흐름을 살펴본 다음 국가군별로 분석해 나갔다. 이어 제8장에서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경험을 다뤗다. 결론에 해당하는 제9장은 분석 결과들을 충실히 요약한 다음 대의 민주주의의 대안으로서 코포라티즘의 의미를 확장했다.

■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부키(주), 324쪽, 18,000원

황제내경은 중국 최고의 의학서이자 양생법의 비조로 평가받는다. 또 의학서를 넘어 철학, 정치, 과학 등 동양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적 고전이다. 황제내경은 천지만물을 나누는 기호인 음양과 오행으로 자연과 인간을 유기적 관계에서 파악해 인체와 인체의 질병을 바라본다. 이를 통해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몸에 합일시키는 방식에서 양생의 이치를 찾으며, 몸에 본래부터 구비된 생명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실천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동양 한의학의 뿌리인 황제내경을 읽는 어려움에 다가가기 위해 고문의 한자를 읽는 방법부터 고전의 관습적인 화법까지 시대적 조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서야 하는지를 세세히 알려 준다. 또 황제내경의 의학적 이치를 현대 의학 용어로 대체해 설명하면서 시대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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