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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대학구조개혁평가 ‘불복’ 선언
강원대 대학구조개혁평가 ‘불복’ 선언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8.3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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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이대론 안돼” 국립대 목소리 내기 시작하나
▲ 지난 28일 신승호 총장이 사퇴했지만 보직자들은 행정소송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했다. 사진제공: 강원대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그룹(D등급)에 속한 강원대가 ‘불복’을 선언하면서 교육부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의신청 기간이 만료된 지난 28일 신승호 강원대 총장이 돌연 ‘사퇴’ 하면서 강원대가 반격을 예고했다.

강원대를 비롯, 정부의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그룹(D·E등급)으로 최종 통보받은 대학들은 이의신청 기간임에도 이례적으로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구성원들에게 평가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놓았다.

특히 거점국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하위그룹에 지정된 강원대는 지난 24일 교육부가 각 대학에 개별통보한 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는 물론이고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대는 결과통보(D등급)를 받은 이튿날인 25일 총장 담화문을 발표해 이번 평가결과와 관련, 세세하게 해명했다.

재정지원제한 등 규제를 받게 될 하위그룹(D·E등급) 평가결과가 개별대학에 통보된 직후 해당대학 총장들이 각자 기자회견을 열거나 향후 대책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나선 건 평가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최종 확정통보가 나간 28일을 기준으로 대학들은 공식발표일인 31일까지 타대학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원대가 예고한 대로 적극 나설 경우 하위그룹 대학을 비롯,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고 느끼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교육부와 정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충돌은 집단행정소송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교육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를 통보받은 이튿날 총장들이 기다렸다는 듯 발 빠르게 기자회견 등을 열면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배경엔 현장실사 등 이미 평가과정에서부터 갖게 된 불신이 있다. 시작은 지역거점 국립대 가운데 이번 평가에서 유일하게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된 강원대다.

신승호 강원대 총장은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 사흘 전인 지난 28일 교무회의를 소집, 평가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과 동시에 구조개혁평가에 항의하는 뜻으로 전격 사퇴했다. 이보다 2시간 여 앞서 춘천캠퍼스 보직교수 16명 전원이 사퇴키로 공식발표했지만 신 총장이 이를 뒤집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신 총장은 27일 브리핑에서 “1단계 정성평가 시 현장방문이 생략되는 등 교육부의 평가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제기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신 총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대학구조개혁정책에 행정소송까지 예고하며 전면전을 선언한 데엔 평가의 불공정성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예컨대 강원대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인 ‘꿈 설계 상담’이 정규과목이라는 이유로 학생진로상담영역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생 수천명이 수강하고 전체 교수의 절반 가량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8일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신 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원대는 기존 대학평가나 언론기관 평가에서 상위 10~20% 범주를 벗어난 적이 없고, 대학통합 등 국가정책에 헌신적으로 앞장선 강원대의 ‘자체 구조개혁 노력’은 어느 부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무대행을 맡은 강용옥 교육연구부총장은 “신 총장이 최후의 수단을 쓴만큼 보직자들도 이번 평가결과에 ‘불복’할 의사는 변함이 없고, 신 총장이 언급한 이의제기와 행정소송을 남은 보직자들이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16명은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절차와 내용의 적합성,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평가결과에 승복할 수 없고, 이를 철회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하나 된 마음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며 교육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근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해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목숨까지 내던진 사건이 벌어진 직후라 이번 평가결과를 두고 국립대의 반발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총장직선제 폐지도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 평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유도해 온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안을 두고 한 국립대 총장은 “교육부의 정책방향이 있고 일정부분 국립대가 교육부와 호흡을 맞춰 따라가는 건 맞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장이 임명되거나 정책이 강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해서 당장 교육부에 자율성을 내놓으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거점국립대 B·C·D등급 ‘하위권’ … 결국엔 교육부 성적표 아닌가?

1년마다 해오던 평가를 올해부터는 3년 단위로 하게 되면서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들이 ‘정부가 인정한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3년 이상 붙이고 가야할 위기에 놓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점국립대학의 평가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평가지표와 방법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결국엔 국립대를 관할해 온 정부에 그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주요 거점국립대로 손꼽혀온 부산대와 경북대가 B와 C등급을 받았다. 익명을 요청한 지역거점국립대의 한 총장은 “미래 인력수급 차원에서 조정이 필요해서 대학평가·정원감축을 할 거라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거점국립대들은 최소한 A등급은 받아야 정부의 대학개혁 방향에 기준으로 쓰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평가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평가 공정성에 관한 의혹은 교육부가 대학들의 평가항목별 점수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 이상 해소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평가결과가 기존의 통념(대학순위)을 뒤바꾼 건 ‘정성평가’를 중심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구조개혁평가 사전설명회에서 교육부는 양적평가방식에 질적평가를 가미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존 평가에선 화장실의 숫자만 봤다면, 이번에는 화장실의 위생 정도와 편의시설 유무 등을 함께 봤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들이 평가 시점에 맞춰 긴급히 건물을 개조하거나 간이시설을 만들어서 지표만 충족시키는 ‘꼼수’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정량에 근거한 정성평가’라고 강조했다.

전임교원 확보율도 저임금의 계약직 교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학과 고임금의 정규직 교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학 간 차등이 있다. 이를 테면 이전 평가에서 비정년 전임교원이 정규 전임교원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이번엔 이들에 차등을 뒀다는 것이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이번 구조개혁평가는 어떤 사업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정량지표에 근거한 정성평가를 부분적으로 반영해 숫자의 의미까지 들여다봤다”며 “그간 정량평가로 좋은 점수를 받아온 대학들은 이번엔 불리했다”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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