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1:25 (수)
‘돈줄’ 쥔 교육부, 선정평가 연계해 정부 방침 강요
‘돈줄’ 쥔 교육부, 선정평가 연계해 정부 방침 강요
  • 이재 기자
  • 승인 2015.08.25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가에 맞춰진 대학들 … “교육의 질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교육부는 최근 정부의 방침을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 지표로 만들어 정부정책을 대학에 관철시키는 방식을 써왔다. 2023년부터 학령인구가 대학 입학정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다는 인구전망을 적극 활용했다. 

교육부는 꾸준히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전에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설계하고, 그 평가지표에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나 정원감축 등 사업과 관계없는 항목을 집어넣었다. 정부재정 의존도가 큰 국립대나 중소규모 사립대는 꼼짝없이 정부의 입맛대로 대학의 구조를 바꾸거나 정원을 ‘자율적’으로 감축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방식은 지난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교육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사업) 2천583억원, 대학 특성화 사업(CK사업) 1조2천억원,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 2천100억원 등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대학은 이 사업비를 받기 위해 큰 폭의 입학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교육부가 선정평가의 기준으로 입학정원 감축비율 만큼 가산점을 줬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재정지원사업과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을 연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대학들은 전국적으로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합하고 신설하는 등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았다. 국립이나 사립, 혹은 지역이나 수도권 등 성격과 소재지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대학이 선정을 위해 타 대학보다 많이, 먼저 줄이는 데 혈안이 됐다. 7% 감축을 결정한 대학이 타 대학의 동태를 살핀 뒤 막판에 10% 감축을 결정하기도 했다. 세 사업은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가장 큰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한 대학노조 관계자는 “사업 선정평가는 사업의 목적과 평가의 내용이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산학협력이나 학부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을 선정한다면서 ‘입학정원 감축’이라는 전혀 상관없는 요인에 따라 당락을 나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 대학의 특정한 제도를 없애기 위해 재정지원사업을 활용하기도 했다.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가 대표적이다. 2012년 교육역량 강화사업에 ‘총장직선제 개선’을 평가조건으로 내건 교육부는 ACE사업, LINC사업 등에도 총장직선제 개선을 평가항목에 집어넣었다. 대학들이 사업 선정평가에서 소수점 이하 단위의 점수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하지 않으면 사업에 선정될 수 없는 셈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13년 교육부는 사립대 44곳이 사립대 교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납부해야하는 사학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개인부담금 2천80억원을 등록금으로 대납해줬다며 이들 대학에 환수를 지시하고 환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사업비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 지역대 노조지부장은 “교육역량 강화사업과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인데 이를 빌미로 정부사업비를 깎겠다고 나선 것은 교육부 장관의 직권 남용이다”고 비판했다.

정점은 대학구조조정 평가다. 교육부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정책은 지정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낙인찍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되면 정부가 실시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할 자격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에 모든 대학은 이를 피하기 위해 1년 내내 ‘평가체제’로 전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거점국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계속해서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평가선정 방식으로 진행해 대학의 조직과 체제 자체가 평가에만 맞춰졌다. 매년 반복되는 평가로 인해 교육도, 연구도, 행정도 모두 단기평가 위주로 전환됐고 장기적인 고민이나 교육의 질을 제고할 방안을 모색할 시간이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고 성토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