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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어린 연구를 하고 싶다
정성어린 연구를 하고 싶다
  • 홍성철 한양대 석박사통합과정·신소재공학과
  • 승인 2015.08.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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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홍성철 한양대 석박사통합과정·신소재공학과

한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많은 기술분야는 연구개발 투자 대비 그 성과가 높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연구개발과제에 대한 ‘정량적 평가제도’라고 생각한다.

한정돼 있는 기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경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술의 연구개발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 또한 연구 분야와 기술특성, 그에 따른 접근 방법 등에 따라 결과물의 형태가 상이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단순 정량적 성과만으로 그 효율성과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란 어렵다.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은 기본적으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가 있다. 이중 어느 연구조직보다도 창의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할 학계조차 정부의 연구개발과제 평가방법과 연구비 지원방식에 따라 너무나도 수동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학계를 비판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대학의 연구실이 연구개발과제를 수주하지 않고 연구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험용 장비 구입, 시편 분석료, 학회 참가비 등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논문을 게재 할 때에도 게재비가 필요하지 않나.

대학의 지원만으로는 이를 충당하기 매우 어려워 연구실들은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힘든 과정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연구개발과제를 수주하더라도 정량적 평가항목을 채우기 위해 전전긍긍해야한다. 주로 논문 게재 편수, 특허 출원·등록 개수, 학회 발표 횟수 등에 대한 것들이다. 바로 여기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연구개발과제의 정량적 평가제도는 본말전도가 아닌가 싶다.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1년에 논문 몇 편, 특허 몇 개 씩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이로 인해 정량적 성과 개수를 맞추는 것이 과제의 목표가 돼버리는 안타까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올바르고 성실한 연구개발의 산물이 돼야 할 논문과 특허 등이 오히려 연구자들을 구속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은 불확실성이 높으며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당 연구개발을 통해 어떠한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날지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그 성과가 실제로 발현되기까지의 기간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 연구는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개발이지만, 정량적 평가만으로는 이에 대한 가치 평가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량적 평가 제도는 연구개발방향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연구개발과제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선배 연구자분들께서도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알고 계시지만, 모두가 납득할만한 정성적 평가제도를 찾기가 어려워 아직까지도 정량적 평가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의 연구개발과제 평가제도가 하루아침에 교체되기는 어려우며,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잡음이 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적 평가제도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젊은 연구자들부터 올바른 연구개발 자세를 갖추어 정성적 평가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 결과의 가치평가 진정성을 확보해 하루빨리 ‘정성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정성어린 연구를 하고 싶다.

 

홍성철 한양대 석박사통합과정·신소재공학과

극자외선 리소그래피용 마스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7·8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장학생에 연이어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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