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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무료급식·가출청소년 사역 … “돌봄은 인간의 의무죠”
23년째 무료급식·가출청소년 사역 … “돌봄은 인간의 의무죠”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8.1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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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받은 김하종 신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에 심취해 있던 이탈리아의 한 청년 신부가 한국에 첫발을 내딛은 건 서른 세살 무렵이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어학당에서 한국말부터 배웠다. 어학당 2년을 수료한 그는 곧장 독거노인과 노숙인,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 나섰다.

▲ 김하종 신부(보르도 빈첸시오·58)

성경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을 전도하기 전에 끼니부터 챙겼다. 경기도 성남시에 정착한 그는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만들었고, 청소년에겐 자선식당에 공부방까지 열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겐 음식을 배달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23년을 매일같이 밥을 짓고 쉼터로 안내해 온 김하종 신부(보르도 빈첸시오·58, 사진)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고 도우면, 그것이 자신에게로 갈 것이라고 예수는 전하고 있다”며 “신부로서 단지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신부가 전도만을 목적으로 급식소를 운영해온 건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일 뿐”이지만, 그저 그렇게만 이해하기엔 일상 전체가 ‘실천’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소외된 이웃이나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난다.

김 신부는 일어나자마자 청소년 보호시설을 방문해 아이들과 얘길 나눈다. 1시부터 배식을 하려면 두어시간 전부터 찬과 국거리를 준비하고 밥을 지어야 한다. 배식이 끝나는 오후 7시까지 그가 머무는 곳은 주방이다. 직접 밥을 짓고 요리를 한다. 

급식이 끝나면 쉬면서 내일 급식을 준비할 법도 한데, 다시 거리로 나간다. 밤거리를 목적없이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붙들고 대화를 나눈다.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인들이 범죄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 쉼터나 상담기관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는 ‘거리의 신부’이기도 하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세대 간극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거리에서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명쾌하다. 

“가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늘 옆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어요.”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온전히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실천하는 삶, 삶 속의 실천’ 속에 살아온 김 신부. 문득 놓친 질문이 생각났다. 그는 왜 소외된 이웃과 함께 살아갈까.

“인간은 누구든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또 이것을 지켜줄 의무도 있고요. 이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기에 해야 할 일인 것이죠.”

김 신부는 1998년 IMF 여파로 급증한 노숙자들을 돌보려고 ‘안나의 집’을 설립했다. 안나의 집은 매일 저녁 평균 550여 명의 노숙인들이 무료로 식사를 한다. △법률상담 △무료 진료 △취업상담 △인문학 교육 등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 그룹홈, 청소년 쉼터, 자립관 등을 운영하며 가출 청소년들의 자립도 돕고 있다. 최근 가톨릭대는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수상자로 김 신부를 선정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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