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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 100만명 시대에 살아남기
석·박사 100만명 시대에 살아남기
  • 기선경 인제대 연구교수·체육측정평가학
  • 승인 2015.08.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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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기선경 인제대 연구교수·체육측정평가학

어릴 때부터 박사학위를 목표로 살아온 건 아니었다. 대학 재학시절엔 빨리 졸업해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고 싶었다. 대학 재학 동안 전공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의 꿈을 키웠다. 누구보다 바쁜 대학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취업문을 마주하니 불안해졌다. 또 다른 방도로 대학원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석사과정에서 건강관리학을 전공했다. 운동사로 취업해 아동부터 장애인, 비장애인, 고령자,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다양한 연령들의 사람들과 여러 질환들을 가진 사람들을 대하면서 운동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궁금증도 생겼다.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박사과정까지 진학하게 됐다.

그러나 박사과정에 진학해서도 미래 직업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 나이가 많은데 그때 취업은 힘들겠지?’란 생각이 든 탓이다. 게다가 박사학위를 받으면 연봉과 처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지원자들을 우려해 기업체 등에서도 고학력자의 채용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처럼 취업이 불안했던 이유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수년, 아니 십수년이 넘을지도 모를, 기약없는 비정규 강사 생활에 대한 처우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의 평균연봉이 2천642만원으로 집계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규직 박사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문제는 정규직으로 진출하는 비율(37.4%)보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비율(62.6%)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박사인력의 수급을 조절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초기 노동시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2000년 6천141명에서 2013년 1만2천625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부 졸업생은 연평균 2.5% 증가했지만, 박사학위 취득자는 6%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박사학위 취득자는 느는데 졸업 후 이들이 진출하게 될 노동시장은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는 특정기간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만을 실업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일자리 부족 등으로 구직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취업준비나 가사노동 등을 하는 사람들은 실업자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니 실업의 문제는 훨씬 더 크다.

‘석·박사 100만명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개선이 요구된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본인만의 전문화된 ‘무기’가 필요하다. 지적탐구심과 호기심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원동력이며, 늘 깨어있는 자세로 현상에 대해 사고해야 한다. 특히 최근 트렌드인 융합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통합적인 시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경험과 능력을 보유한 전문 인력들이 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학교 등에서 채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대학들의 커리큘럼을 일부 조정해 보다 실용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국내외 박사 졸업 후 취업현황은 열악한 편이고 임금도 높은 편이 아니라서 박사과정까지 소요된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 발굴과 더불어 대학원 졸업생의 취업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는 ‘가방끈이 길어 슬픈 사람들’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기선경 인제대 연구교수·체육측정평가학
한국체대에서 체육학으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 「학생건강체력평가시스템(PAPS)을 활용한 스포츠탤런트 평가방안 모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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