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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세평-지도자의 덕목
신문로 세평-지도자의 덕목
  • 장영우 동국대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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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3:14:46

장영우
동국대·문예창작과

선거철이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나 같은 書生의 귀에도 선거와 관련한 무성한 소문들이 들려온다. 후보자 개인과 그 주변에 관한 이야기들은 ‘유언비어’의 속성 그대로 악의적인 내용 일색이어서 오히려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떠도는 말들과 상관없이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실망이 앞서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후보라고 꼬집어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비슷비슷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거의 변별이 안 되며, 그들의 화려한 경력 또한 우리의 결정에 크게 참조거리가 되지 못한다. 한때 세인의 촉망을 받았으나 ‘자리’에 연연해 손쉽게 기대를 배반한 사람도 있고, 남다른 환경 속에서 평탄한 길만 걸으며 대중적 인기를 얻은 사람도 있다. 그 동안 여러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실망과 좌절을 경험했던 이들로서는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랴 하고 아예 선거 자체에 무관심해질 우려도 높다.
그러나 지식인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로 좌시하고 지나치기에는 이번 선거의 의의가 너무 막중하다. 새로운 세기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약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도 배제한 채 후보자들의 개인적 자질과 그 주변 그리고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흔히 정치판을 가리켜 ‘이전투구’니 ‘아수라장’이니 하고 비아냥거리지만, 그들 중에는 개인적 영달에 앞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강직하고 고결했던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이 판에 뛰어든 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제각각 자신이 최선의 대안임을 주장하는 후보자들 가운데 다음 몇 가지 점에 유의하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참된 지도자는 원칙을 존중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內訌과 갈등의 상당 부분은 절차와 순리를 무시하고 편법을 일삼았던 정책자들의 독단과 횡포에서 기인한 바 크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과격한 모험주의의 욕망을 자제하고 원칙에 입각해 구성원들의 합의를 유도하면 매사를 순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낙관적 전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최고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로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은 후보자의 인격과 행동이다. 그는 ‘자리’를 탐하는 자인가,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근심하며 자신을 버린 자인가. 그가 제시한 약속은 과연 현실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인가, 보랏빛 환상에 그치는 것인가. 이번 기회에 ‘자리’만을 탐해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던 사람이나 공소한 말장난만 일삼는 사람을 정당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기를 이끌고 갈 지도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과 합리적 비판의식을 구비한 인물이어야 한다. 지난 날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니 ‘신지식인’이니 하는 개념조차 불투명한 괴이한 논리의 횡포에 휘말려 소모적인 논쟁과 대결을 벌여야 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은 무한 자유 경쟁의 살벌한 논리가 아니라 원칙에 충실한 합리적 이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사고 그리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양보하는 포용력과 같은 정신이다. 이러한 덕목들이 대개 인문학적 가치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새로 맞이하게 될 지도자는 우리 모두에게 자랑과 긍지를 심어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 절망해 떠나는 이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그들의 성급한 결정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한국인’임을 또는 사회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지도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보자에게 이런 덕목을 모두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후보자 주변 인물의 덕성과 역량이 중요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된다. 제 본분을 잊고 ‘권력’을 좇아 황망한 나날을 보내는 사람, 大義에 봉사하기보다는 제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독선과 오만으로 타인에게 위화감을 주는 사람, 실천보다 늘 말이 앞서는 사람…. 이런 사람이 주변에 많이 꾀는 후보자일수록 그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믿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진정 올바른 지도자를 뽑을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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