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법시험 폐지를 2년 앞둔 민감한 시기다. 지난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사법시험을 대신해 법조인 양성체제로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가 확정됐다. 사법시험이 5%대의 낮은 합격률을 유지하면서 법률서비스 비용을 높이고 특권층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쿨 역시 시행 8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한 모습이다. 비싼 입학·등록금이 문제였다. 사법시험이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는 ‘공정한 시험’인데 반해 로스쿨은 돈으로 진입장벽을 둘렀다는 ‘돈스쿨’ 비난에 시달렸다. 법조계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쪽과 로스쿨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격렬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지난달 29일에는 그간 침묵을 지켜오던 야당에서도 국회 토론회를 열면서 사법시험 존치에 손을 내미는 양상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를 이끌게 된 오수근 신임 이사장(이화여대 로스쿨원장, 사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법시험이 공정한 경쟁이라는 환상이 있다. 가난한 학생이 사법시험을 통과해 성공한다는 신화는 이제 없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다수는 명문대에서도 경쟁률이 높은 학과 출신이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면 특정 학교나 특정 계층이 사법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사법시험이 불공정하다고 보는 이유는.
“사법시험은 시험을 잘 보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결국 다수의 시험을 능숙하게 통과해온 ‘시험선수’들에게 유리한 게임이란 것이다. 실제로 사법시험의 합격자를 약 20년간 놓고 분석해보면 특정대학의 점유율이 훨씬 높았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냐가 중요한데 사법시험은 이게 특정 대학에 몰린 것이다.”
-로스쿨도 일부대학 편중현상을 없애진 못했는데.
“기준의 문제다.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대학 분포를 보면 사법시험 합격자의 출신대학분포에 비해 다양하다. 그러나 사회적인 기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더 낮춰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부대학에 편중된 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낮출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방법을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법제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
-염두에 둔 방법들이 있나.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로스쿨에 접근하기 힘들다. 지역에서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거나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이들을 특별전형 비율을 확대해 문호를 개방할 수 있다. 직장인 대상으로 야간 로스쿨을 고려하는 것도 로스쿨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사법시험 폐지로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하는데.
“한 여당 의원은 지역민을 위해 법안을 냈다. 사법시험 존치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국내 유수의 대학 옆에 고시촌이 자리 잡고 있어서야 국가 경쟁력이 있을까 싶다. 창업 혹은 벤처 클러스터가 들어서야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이재 기자 jae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