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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복합지 지중해를 길어올리다
문명의 복합지 지중해를 길어올리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8.1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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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 출간

다양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 인정투쟁을 인류 역사 내내 끊임없이 벌여왔던 문화와 문명의 용광로 지중해. 이 공간을 지도에서 현실로 가져와 지역학 연구의 대상으로 구체화한 ‘지중해학(Mediterranean Studies)’의 초석을 다져온 곳이 바로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원장 윤용수)이다. 국내 유일의 지중해지역 연구기관인 이곳에서 최근 ‘지중해지역원 총서’ 3권을 잇따라 내놨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레바논을 중심으로 근대 이후에 아랍어가 유럽어와 접촉하는 과정과 배경 및 그 결과를 조명한 『지중해 언어의 만남』(윤용수·최춘식 지음, 산지니, 227쪽, 18,000원), 지중해 인접 국가의 다종다양한 지리와 역사, 문화를 총망라한 지역학 교양서 『지중해 문화를 걷다』(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지음, 산지니, 242쪽, 18,000원), 지중해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섬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살펴보는 인문 기행기 『시칠리아 풍경』(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 산지니, 264쪽, 18,000원)이 그것이다. 각각의 책들은 사회·역사·종교·문화 등 학제 간 연구를 요구하는 지역연구의 한 사례가 된다.

지중해 문화는 다양한 국가와 민족, 종교와 윤리가 공존하며 만들어졌다. 지중해 문명의 지층은 기존의 문명을 새로운 문명이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문명의 접촉은 곧바로 언어의 접촉을 의미하기 때문에 겹겹이 쌓인 지중해 문명의 지층에는 그만큼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시리즈’로 나온 『지중해 언어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지중해의 성격에 초점을 맞춰 세계 언어의 전시장으로서 지중해의 언어들을 들여다본다.

지은이인 윤용수 원장은 “지중해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언어의 강제 이식이 어떻게 언어 교류의 형태로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타 지역의 언어 교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현대 사회에 들어선 지중해 국가들의 언어 상황과 당면한 과제들을 짚어보면 외래어가 범람하는 우리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라고 지적한다.

지중해 인접국가가 다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한 『지중해 문화를 걷다』는 <교수신문>에 2013년 9월 2일(698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4년 12월 1일(758호)에 마침표를 찍었던 ‘지중해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지중해는 그동안 복합 문명 공간으로서 서로 다른 문명들 간의 교류가 잦았고, 그로인해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또한 지중재 지역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학문과 철학이 꽃핀 곳이자 중세 아랍·이슬람 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근현대 서구 제국주의가 팽창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지리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중해 인접 국가들의 지리와 역사·문화를 서로 다른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집필해 지중해 문명의 뿌리와 확장, 거기에 새겨진 삶의 무늬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지역 학문의 차원을 넘어 외견상 이질적으로 보이기는 국가와 문명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함께 공생하는 문명 소통학을 지향하는 미덕까지 보여준다.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 7권으로 나왔다.

불문학자이자 빼어난 비평가였던 김현 교수에 의해 ‘시칠리아’가 문학적으로 명명됐다면, ‘지중해 번역 시리즈’ 7권으로 나온 『시칠리아 풍경』은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 그 실물의 역사를 읽어내는 여행길을 제공하는 역사문화 기행서로 명명됐다고 할 수 있다.

지중해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는 동서양의 경계를 가르는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다. 바로 이곳을 100여 년 전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스탠리 리그스가 탐방한 뒤, 시칠리아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행기로 풀어냈다. 1912년에 출판한 Vistas in Sicily가 그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을 여행하며, 시칠리아의 풍경이라는 현재 속에서 과거를 읽어내고, 그곳의 풍습과 사람들의 모습까지 묘사했다. 동시에 지중해 주변의 온갖 볼거리들이 시칠리아라는 섬에 어떻게 집결돼 있는지, 섬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풍습, 건축물, 언어 등이 어떤 영향 아래 형성되고 어떻게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뤄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칠리아란 나라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시칠리아어도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중해 인근에 살았던 모든 위대한 종족은 한때 저마다 시칠리아 역사에서 중요한 일부를 담당해왔고, 번갈아가며 언어와 풍습, 건축과 사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책은 100여 년 전의 시칠리아를 기록한 것이므로, 2015년 현재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그 시차의 간극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것은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눈으로 읽었던 지중해 시칠리아를, 다시 우리의 눈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의미기이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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