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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호 새로나온 책
제79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8.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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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과 브레히트의 영향 관계는 그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독자들과 연구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르숌 솔렘, 테오도어 아도르노, 에른스트 블로흐,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등 두 사람의 우정을 내심 못마땅하게 여겼던 벤야민의 지인들이 벤야민 수용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이러한 주변의 오해와 간섭에도 불구하고 브레히트와의 관계가 생산적이라는 확신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한편, 그가 자신에게 더없이 중요한 작가임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저자가 시간의 길을 거슬러 벤야민과 브레히트가 맺은 우정의 윤곽을 솔질해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역사적 경험과 예술적·정치적 사유가 교차하는 하나의 거대한 관계망이 모습을 드러낸다.”
-윤미애 서울과기대 강사, 『벤야민과 브레히트: 예술과 정치의 실험실』(에르트무드 비치슬라 지음, 문학동네, 2015.7)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비범한 만남」옮긴이 해제 중에서

■ 권력과 부: 1000년 이후 무역을 통해 본 세계정치경제사, 로널드 핀들레이·케빈 H. 오루크 지음, 하임수 옮김, 에코리브르, 893쪽, 42,000원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 간 무역 패턴과 발달 과정,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무역의 패턴과 구조, 시대에 따른 지정학적 전개 과정, 과거 수천 년 동안의 패권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이 다루는 범위, 방법론으로 다루는 근거, 성격은 이렇다. 첫째, 이 책이 다루는 범위가 시간적으로 1천년 이상이니 무엇보다도 세계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세계화와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세계 권역을 7개로 나눴는데, 이는 서구 중심적이거나 혹은 중국 중심적이었던 기존 접근들을 그나마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셋째, 책의 큰 줄기인데, 결국은 “정치가 무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표현대로 세계무역은 “포병대의 대포나 언월도의 칼날 혹은 유목민의 잔혹성을 통해 널리 확산됐다.”

■ 몽양 여운형 평전: 진보적 민족주의자, 김삼웅 지음, 채륜, 396쪽, 19,000원

저자는 여운형을 ‘조선의 자주적 독립과 해방,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서 싸웠던 진보적 민족주의자’라고 말한다. 몽양은 필요에 따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넘나들며, 적도에서도 거침없이 조선 독립을 요구하고 싸웠다. 광복 이후엔 좌우합작을 위해 누구보다 힘쓴 인물이었다. 하지만 목표 지향적인 여운형의 대담한 행보가 훗날 그를 기회주의자, 친일파라는 오명을 갖게 만들었다. 뛰어난 지식과 웅변실력을 갖고 있던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세력도 많았지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조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했다. 당시 상황과 연관 시켜보았을 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과감한 행보였다. 그의 수맥에 흐르는 정신은 진보적 민족주의였다. ‘正觀邁進’, 즉 ‘바르게 보고 힘써 전진하라’는 뜻이 담긴 휘호를 그가 즐겨 썼던 데서도 읽을 수 있듯 그의 사상은 늘 곧았으며 강직했다. 이 책에서는 여운형의 삶을 아주 가까이 보여준다.

■ 문학의 고고학: 미셸 푸코의 문학 강의,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인간사랑, 329쪽, 20,000원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시기의 대표작 『말과 사물』(1966)을 발간하기 이전과 이후인 1963년과 1964년, 그리고 1970년에 문학에 관련된 일련의 강연을 행한다. 이 강연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사실만이 알려졌을 뿐, 실제로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작품들이다. 1963년의 라디오 프랑스 III에서 행한 I부 ‘광기의 언어’, 1964년 벨기에 브뤼셀의 생루이대에서 진행된 II부 ‘문학과 언어’, 1970년 미국 버팔로의 뉴욕주립대에서 행한 III부 ‘사드에 대한 강의’로 구성된 『문학의 고고학』은 호메로스, 셰익스피어로부터, 세르반테스, 코르네유, 라신을 거쳐, 샤토브리앙과 사드, 그리고 조이스, 프루스트에 이르는 수많은 작가들을 문학, 광기, 언어라는 커다란 주제와 관련해 전 방위적으로 다룬다. 201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문학의 고고학』은 한 번도 전모가 밝혀진 적이 없던 1960년대 푸코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전진성 지음, 천년의상상, 784쪽, 32,000원

하나로 엮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 도시 베를린, 도쿄, 서울을 다룬 책. 베를린과 도쿄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이룩한 후발 제국의 수도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 반해, 도쿄와 서울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지닌 동일문화권 안의 제국-식민지 관계였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울과 베를린이 하나로 엮일 수 있는 것은 제국 일본의 수도였던 도쿄를 매개로 하나의 독특한 지리적 상상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수도 서울의 식민지도시적 성격에 주목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가히 종교적인 동경이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상상의 아테네로 만들었고 이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일본이 신흥제국의 수도 도쿄를 상상하는 모델이 됐으며, 종국에는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의 수위도시 경성에까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산촌에서 찾은 또 다른 자본주의, 모타니 고스케·NHK 히로시마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328쪽, 15,000원

이 책은 자본주의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예를 들어 지역경제 불균형, 취업난, 저출산, 에너지 자원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산촌자본주의’에 대해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열띤 환영을 받았다. ‘산촌자본주의’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함으로써 경제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이고, 여기서 ‘里山’는 ‘마을 숲, 마을 산’등을 의미한다. 2012년 2월부터 일본 NHK에서 「里山資本主義」라는 이름의 TV프로그램으로 방송됐다. ‘산촌자본주의’는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구축된 ‘머니자본주의’경제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과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안심과 안전의 네트워크를 미리 준비해두기 위한 실천이다.

■ 정당의 발견, 박상훈 지음, 후마니타스, 428쪽, 17,000원

1987년 민주화 이후 2015년 현재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던 정당만 120개 가까이 된다. 의원을 보유했던 정당도 40개가 넘는다. 대부분은 기존 정당이 파산해 재편하거나 이름만 바꾼 경우이며, 이제는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정당들은 상시적인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 네트워크 정당, 선거제도개혁 등 다양한 혁신안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며, 혁신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등 당을 혁신하기 위한 비상의 방법도 시행된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가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정당이 약하면 민주정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속물이자, 사회 강자 집단들에 의해 조롱받는 모조품, 나아가서는 많이 배운 중산층 전문가 집단의 허영심을 채워 줄 놀이터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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