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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참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정치참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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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정치의 유혹…생산적 긴장관계 지켜야

“정치학자 대부분이 줄서기에 가담했을 것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간부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학계의 움직임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리고 학자들이 참여를 통해 정치개혁이나 국가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논공행상을 원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에 대한 교수사회의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학자의 전문성을 현실에 반영한다는 당위론이다. 과거 정권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는 대통령 선거기간에 정책을 매개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구사회의 ‘싱크탱크’를 예로 들며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교수의 공개적인 정치참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보수적인 성향의 교수들의 정치참여가 많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논리가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얻어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의 정치참여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이는 몇몇 사학에서 인지도가 높은 학자를 영입하면서 그의 학문적 성과보다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방패막이’나 기금을 유치할 수 있는 통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여의 당위성에는 학문의 특성도 고려된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경영학 전공 교수가 기업인을 자주 만나고 조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서구사회의 ‘싱크탱크’나 학문적 특성만을 고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정서다.
우선 학계의 참여가 이념적인 부분에서 동의하거나 정책생산에 기여하기보다는 학맥과 인맥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부 후보 캠프의 경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 가운데는 대통령 후보와 같은 학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다수 확인된다.
또한 현역의원들의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통합 21의 경우 정책이나 이념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끌어 모으기’ 정당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지배적이다. ‘정책 생산’은 결국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부정적인 측면은 ‘집권 이후 한자리를 기대’하는 교수들이다. 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에게 인력이 몰리고, 여기에서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으로도 반증된다. 이러한 경우 지원한 후보가 낙선하면 한시적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하지만, 당선될 경우 이에 비할 수 없는 입신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집권정부에서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확인한 교수사회에서 이제는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무능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한 지방대 교수가 “지방대 교수들은 대선에서도 소외의식을 느낀다”라고 한 푸념은 결코 빈말만은 아니다.
결국 교수의 참여를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거리유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 혹자는 이를 ‘생산적 긴장관계’라고 규정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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