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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호철 민교협 공동의장 서강대 정치학
인터뷰-손호철 민교협 공동의장 서강대 정치학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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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라면 이념에 따라 움직여라”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대선에서 학자로서의 정치적 신념과 인간적인 관계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함께 다닌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신당을 창당하면서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손 교수는 재벌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거절했다. 이후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들어 지원할 것이라는 추정기사들이 이어졌고, 급기야 손 교수는 한 시민운동단체가 발행하는 기관지에 ‘우정과 이념’이라는 제목으로 정몽준 후보를 돕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대선 기간 동안 가장 자유로운 정치학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교수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그 의미와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 들었다.

△ 대선 후보 캠프마다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과거 군사독재시절 교수의 정치참여는 민주화 운동과 군사정부에 들어가서 도와주는 상반된 형태였다. 일상적으로 정치참여라고 하면 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은 유신헌법을 만드는 등 군사독재의 이념적 주구의 역할을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87년에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되면서 교수들의 참여에 대해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났다. 한국의 경우 지식인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러한 분위기가 변한 것이다. 지식인들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 이번 대선에 교수들이 참여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영삼, 김대중 정부 들어서부터 ‘줄서기’가 늘어났다. 군사정권에서는 명망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로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이러한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줄선 사람들 즉, 충성도에 의해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 이념을 현실에 반영하는 것과 줄서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캠프를 옮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치꾼 교수들이다. 학자가 자신의 이념에 따라 정치에 참여한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 당선 가능성만을 놓고 이합집산하는 정치풍토에서 교수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정책 생산에 참여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를 생각한다면 회의적이다. 얼굴마담의 역할이 크다. 교수들은 캠프에 참여하면서 후보자에게 경제, 남북문제, 전략 등을 가르치는 가정교사 역할을 한다. 정책생산부분에서는 公約이 의미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장만 도와주는 것이다.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굳이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면 밖에서 비판적인 시각의 문제를 제기해도 얼마든지 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다. 정책에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부터 3김 통치를 끝내기 위해 예비선거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제를 채택했다.”
△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통합 21에 참여하는 교수들과 민주노동당, 사회당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다르지 않은가.
“진보정당의 경우 어려운 길, 기존 정당의 경우 대가가 주어질 수 있다는 측면을 무시할 수 는 없지만, 사람마다 이념이 다르듯 자기 이념에 따라 참여하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철새 정치인처럼 자기 이념을 떠나서 캠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학자들이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교수들이 남아돌아서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철새학자들 때문이다.”
△ 선거캠프에 참여한 전체 교수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이 언론기고를 통해 공공연히 특정후보를 지원한다.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하면서 지식인 대접을 받고, 한쪽으로는 후보를 도와주면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참여는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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