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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 인천대 재정 한계 왔나
‘국립대 법인’ 인천대 재정 한계 왔나
  • 이재 기자
  • 승인 2015.07.20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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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지급 전날까지 돈 없어 ‘쩔쩔’

인천대가 불안하다. 초유의 ‘임금체불’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지만 남은 하반기도 유사한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학 측은 “2학기 학생등록금과 인천시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문제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애써 내부 구성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인천대는 남은 하반기를 순탄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 인천대 대학본부

인천대는 지난 16일 임금지급일인 17일을 코앞에 두고도 인건비 6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17일 오전까지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건학 최초로 임금체불이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임금은 가까스로 지급됐다. 오후 4시경 인천시가 인천대에 55억 원을 긴급 지원한 것이다. 인천대는 이 돈에 약 5억 원을 보태 7월 교직원임금을 17일 오전 지급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이 16일 언론에 보도돼 인천대 구성원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인천대는 인천시와 자금지원에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인천대 관계자는 “2학기 학생등록금과 인천시의 운영지원비 300억 원이 지원되면 문제없다. 시당국과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대의 재정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인천대는 연간 인건비로만 약 800억 원을 지출한다. 매달 60억 원 상당이다. 이밖에도 전기사용료 등 각종 지출이 매달 이뤄진다. 이번 임금체불 위기는 시당국의 긴급 지원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 인천시 예산편성 150억 원 불과 ‘임금체불 예고’

먼저 시당국의 지원금이 언제 집행될지 요원하다. 인천대는 지난 2013년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인천시로부터 연간 300억 원씩 5년간 운영경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전환 첫 해인 2013년과 지난해 인천대는 각각 300억 원 씩 600억 원을 인천시로부터 받아썼다.

문제는 올해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인천시가 인천대를 위해 편성한 금액은 150억 원에 불과하다. 연간 약정액의 절반이다. 그나마도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다가 이번 임금체불에 임박해서야 55억 원이 긴급 지원됐다. 시당국이 인천대에 재정지원을 할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역시 재정이 탄탄하지 못해 인천대의 존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55억 원을 긴급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 인천대 관계자는 “시청직원이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매우 불편해했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본예산 150억 원 집행이 지연되는 사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더욱 늦어지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다음달 26일경 본회의를 열고 의정활동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인천대 추경예산에 대한 논의는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시는 이미 인천대 추경예산 편성에 난색을 표한 상태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원(계양구)은 “시당국에 추경예산 편성을 질의한 결과 ‘편성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편성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대 측에서 주장하는 ‘2학기 학생등록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인천대의 연간 등록금 수입은 약 700억 원으로 2학기 등록금 수입 예상액은 그 절반인 350억 원이 전부다. 시당국의 지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등록금수입액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진단은 이미 지난달부터 나왔다.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6월부터 인천시가 재정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급여가 끊기거나 학교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학 측이 지난달 대학발전협의회에서 밝힌 내용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대 재정에 숨통을 트여주는 것은 인천시의 승인 아래 교육부가 이자를 대납해주고 있는 1천500억 원 상당의 융자금이다. 인천대와 인천시, 교육부는 인천대가 2013년 20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연간 50억 원씩 증액해 총 1천500억 원을 시중은행으로부터 융자 받을 수 있도록 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상환의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2018년 이후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또 다른 갈등으로 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돈줄 잡고 인천대에 ‘이사’ 앉히기 위한 인천시의 포석인가

그렇다면 인천시가 인천대에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인천시의 어려운 재정현실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인천시가 인천대 이사회에 특정인물을 포함시키기 위해 재정지원을 미룬다는 뜻밖의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13년 1월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의 현재이사는 총 9명. 이 가운데 2명은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됐다. 공석이 된 이 자리에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이나 김학준 전 인천대 총장 등을 임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3월 인천대 이사회는 유 시장과 김 전 총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가 부결된 바도 있다.

인천시의회 한 관계자는 “정황상 김 전 총장을 인천대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 내부에서도 김 전 총장을 받아들이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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