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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명은 명품 전문직업인 배출하는 것
NCS 현장교육 더 강화해야”
“우리 사명은 명품 전문직업인 배출하는 것
NCS 현장교육 더 강화해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7.07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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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전문대 정체성 강조하는 김광규 삼육보건대학 총장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삼육보건대학(총장 김광규·62세)은 내년에 개교 80주년을 맞는다. 전문대학으로서는 역사가 깊은 편이다. 한국 근대기 의료선교사로 파송된 류제한 박사(Dr. George H. Rue, 1890~1993)가 설립자다. 그가 자체적으로 간호 인력을 양성해 근대적 병원을 운영하겠다 해서 세운 것이 ‘경성요양병원 부설 간호사양성소’다. 삼육보건대학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

2011년 9월 제17대 총장에 취임한 김광규 교수가 삼육보건대학을 이끌다 오는 8월 임기를 마친다. 김광규 총장은 삼육대 기획처장을 지낸 경영 전문가다. 대학의 편제와 전문대학의 시스템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그가 삼육보건대학을 ‘발군의 대학’으로 거듭나게 했다. 전문대 해외 취업률 1위,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 사업 6년 연속 선정, 특성화 지원사업 선정 등 지표가 그것을 말해준다.

총장 취임후 고등교육법상 전문대학 설립목적부터 명확하게 뒤져보고 학교 규정집을 하나하나 정비했던 김 총장이 강조하는 것은 ‘전문대학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대학 정체성이다. 국가와 산업체가 요청하는 제대로 된 명품 전문직업인을 배출하는 게 전문대학의 할 일이라고 말하는 김 총장은 “괜히 4년제 대학 흉내내려하지 말고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해 급변하는 시대에 대비하자. 학령인구 감소를 두려워할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고등기술인력 양성하는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관계없이, 전문대학은 성장하고 발전할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런 김 총장이 의외의 말을 했다. “전문대가 사활을 걸고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현재 ‘페이퍼웍’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이 NCS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와서 봐야한다. 4년제 대학들도 NCS가 필요하다.” NCS가 ‘현재’ 페이퍼웍 수준이라니? 지금 전문대학들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 NCS인데 그는 어째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교수 중심의 공급자 교육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수요자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김 총장은 독일식 이중직업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정착시켜 왔다. 쉽게 말해 ‘집중식’ 교육을 통해 명품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그가 NCS의 ‘현장적용’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독일식 집중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그의 자신감이 자리한 것으로 읽힌다.

△ 8월말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그간 성과라면.

“4년제 대 경영학과 교수로 있다가 왔다. 막상 와보니 학교 환경도 열악했다. 무엇보다 교수들이나 학교 운영체제가 4년제 대학을 흉내내고 있었다. 4년제처럼 논문 쓰지 않으면 승진 못하는 그런 체제였다.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에서 그렇게 한다는 게 이상했다. 전문대학 총장회의에 가보니 총장님들의 정서도 비슷했다. 어떻게든 기회 되면 4년제로 만들어야겠다, 전문대 탈출, 이런 게 목적처럼 느껴졌다. 학과 구성도 4년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고등교육법부터 다시 살펴봤다. 전문대학의 설립목적을 보니, 고등기술인재 양성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즉 아카데믹한 학문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인재를 내보는 게 아니라,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양만 갖췄던 대학 규정집(당시 78개)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취임하자마자 6개월간 추진한 게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견실하게 운영되는 곳, 전문대 잘하는 곳, 외국 커뮤니티 칼리지 등 선정해서 규정집을 분석한 일이었다. 기술인재 양성이라는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집을 만들어야 했다. 78개였던 규정이 지금은 212개가 됐다. 규제가 아니라 설립목적에 따른 구체적 활동 지침이다.

예컨대 교수업적평가의 경우, 교육·연구·봉사로 돼 있던 것을 산학협력·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봉사 이렇게 재편했다. 전문대 정체성에 맞는 방향으로 업적평가 기준을 고쳤다. 논문 쓴다면 등재지에 발표해라. 그럴 경우, 인센티브를 주되, 논문 못 썼다고 승진에 불이익을 주진 않는다.

논문은 필수가 아니다. 그러나 산학협력 등에서 평점 나쁘면 승진하기 어렵다. 점수 나쁘면 호봉 동결까지 한다. 지난해 10%정도가 호봉 동결 당했다. 전문대학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면, 결국 교육내용도 흔들리게 된다. 우리 고등교육법상 전문대학의 정체성에 맞는 규정집, 시스템을 구축해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는 것을 매우 보람 있게 생각한다.”

△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를 두고 말들이 많은데.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 4년제 대학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대학 중심으로 진행되기보다는 피교육자, 교육받아야 하는 이들이 뭘 필요로 하느냐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를 再考할 수 있다. 지금 개설학과라든지 이런 걸 보면 전문대는 4년제 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간만 다르다. 종합대학의 경영학과는 4년제, 전문대학 경영과는 2년제 이런 식이다. 그래서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해 4년제로 바꾸려고 한다는 의혹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수업연한 다양화는 학생들에게 혼란만 줄 것이다.


우리 대학의 2, 3, 4년제는 수업연한 다양화가 아니다. 어떤 과는 2년제로 교육부 허가를 받았다. 간호과는 3년제였는데, 작년에 인증평가 받았다. 보건복지부와 간호사협회가 4년제 교육받은 간호사로 통일하겠다고 논의해서 4년제로 된 것이지, 대학들이 추진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목적 자체에 맞게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대학 안에 6개월짜리 기능인력 양성과정, 1년, 2년, 4년짜리 이렇게 두는 건 수업연한 다양화지만, 지금과 같은 3, 4년제 논의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 전문대학 교육과 관련해 우려되는 것은, 하나의 교육 場 안에서 하나는 고등교육법, 다른 하나는 평생교육진흥법에 의해 이원화되는 문제다. 이를 하나로 일원화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최선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업연한 다양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총장님들과 대화해보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문대 학생모집의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의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모집이 어려우니 수업연한 다양화해서 우리도 학사, 석사학위 줄 수 있는 학교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순진한 발상이다. 지금 어떤 세상인가. 실질적인 교육수요자의 니즈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연한 다양화를 너무 전가의 보도처럼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교육수요자 중심을 강조하는데, 그걸 구체화하면 된다. 수업연한 다양화가 전문대학을 살리는 최선의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교육개혁은 대학개혁에서부터’라는 소신을 갖고 부서 통폐합 등 학내 대학구조개혁에도 앞장섰다.

“대학 교육이 진정으로 제역할 하고 있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부끄럽다. 대학교육은 공교육의 마지막 단계다. 국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마지막 교육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란 무엇이냐, 그건 오늘날 기업들이 요청하는 인력을 의미한다.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 말이다. 그런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한다는 정체성에 걸맞은 교육내용을 통해 변화한다면, 이에 맞춰서 고등교육, 중·고등교육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교육 가치관의 변화라고 할까. 학문 발전, 사회 발전, 기업 발전에 기여하는 논문을 쓸 수 있는 대학은 국내 10개 정도면 될 것이다. 나머지 대학은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산업체가 요청하는 인재의 속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대학마다 다양한 교육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도 줄세우기 수능시험 준비가 아닌, 다양한 교육 실험이 가능해질 것이다. 교육개혁은 대학교육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우리 삼육보건대학만이라도 개혁을 시작해보자고 한 것이다.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자(교수)’ 중심에 있다. 교재 하나 선정해서, 한 학기 가르치고 끝난다. 사회가 요구하는 걸 가르치기보다 자기 입맛에 맞는 걸 가르친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진출해야할 사회, 직장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 뭐냐를 두고 오래 고민했다. 산업체 대표 등을 만나 우리 대학 커리큘럼을 분석하게 했다. 그들을 초청해 강의도 하게 했다. 이렇게 하면서 산업체와 대학 강의실 안에서의 교육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대학 행정서비스도 대폭 개선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교직원 사회는 조직 자체가 경직화되고,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는 행정서비스로 가려면 창의적이고 순발력 있고, 아이디어가 신선한 직원들이 일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팀장 공모제다. 쉽게 말해 능력 있다면 8급 직원도 팀장으로 발탁해 조직을 맡기겠다는 제도다. 이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이렇게 했더니 조직자체가 굉장히 능동적으로 변화했다. 생산성 있는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서비스가 이뤄지는 행정실도 사방을 유리벽으로 만들어서 학생들, 교수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투명하고, 개방적이게 조직 문화를 바꿨다.”

△ 삼육보건대학은 발전전략으로 ‘SPRIT 삼육보건대학 비전 2020’을 수립했다. 어떤 교육 비전인가.

“교육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교육개혁이 이뤄진다. 그간 교수 중심으로 교재 의존 교육, 형식적인 실습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산업체실습협력, NCS를 강조하는 교육전환이 시도됐는데, 이게 어떤 현상을 가져왔냐가 중요하다. NCS는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교육모듈로 잘라내서 표준화한 것인데, 문제는 페이퍼웍만 그렇게 해놓고, 실제 실무 교육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왜? 교수들의 실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실 교육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산업체 기술 갖고 있는 명장들, 그분들을 초빙교수로 데려오던지, 협력체결해서 그분들이 교육하고 평가도 하고, 학사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체질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NCS는 제자리걸음할 것으로 본다.

삼육보건대학의 교육비전은 ‘주문식 교육을 통한 명품 전문인 양성’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 대학에는 뷰티헤어과가 있다. 2년 교육받고 사회에 나가 취직하고, 그렇게 해서 수년 경력을 쌓아야 헤어디자이너로 대우받는다. 처음 80만 원정도 월급 받다가 점차 자리 잡아가면서 200만원 넘는 월급을 받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비교과전형을 확대하고, 심층 면접을 통해 열정과 꿈을 지닌 미용고 학생을 뽑아 이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교육을 제안했다. 성적 나쁜 미용고 학생들을 뽑자는 제안에 처음 교수님들도 반대했지만, 그분들을 차분하게 설득했다.

우리가 학자를 키우는 건 아니잖나, 노벨상 후보 배출하려는가? 그래서 미용고 학생들 가운데 성적 따지지 말고, 열정, 꿈, 의욕 지닌 학생들 집중적으로 면접해서 뽑아서 교육하자고 설득했다. 우리나라 헤어샵 가운데 가장 브랜드 가치 높은 곳과 계약해서 그들의 자체 아카데미 교육을 우리 대학에 와서 할 수 있게끔 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졸업 뒤 한국사회에서 가장 인정받는 헤어샵에 취업할 수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받는 대우는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이러한 실질적인 현장교육 강화를 주문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다면, 정년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삼육보건대학의 교육을 통해 인생의 변화를 예비하고, 이렇게 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감을 주고 그래서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기초가 되게 하자, 이것이 ‘스피릿 삼육보건대학 비전 2020’의 정신이다.”

▲ 올해 62세인 김 총장은 서강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처장 등을 지냈다. 2011년 삼육보건대학 총장에 취임, 올 8월말 임기를 마친다.

△ 설명을 듣고 보니, 해외취업률 1위가 이해된다.

“지금 국내시장은 어느 분야건 레드오션이다. 만일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건 블루오션이 된될 수 있다. 글로벌시대인 지금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구태여 좁은 국내시장에 한정하기보다,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해외취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삼육보건대학 학생들은 호주에 많이 취업한다. 호주는 시간당 최저임금 17불의 사회다. 그런데 막상 취업한 학생들 보면, 교포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시간당 7~8불 밖에 받지 못한다.

현장 가보니까 가슴 아팠다. 이것은 해외 취업이 아니다. 이것은 실적 위주로, 통계 발표 자료밖에 안 된다. 직업인으로서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 그래서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해외취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생들을 ‘돈’으로만 보는 취업 알선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외 취업처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교수님들이 직접 해외 취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세 가지 비결을 말할 수 있다. 교포가 아닌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취업하려면 언어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20대 초반의 나이에 머나먼 외국에서 생활하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기계발과 동기부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전, 고난과 경험을 통해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을 교육했다. 전문대학 학생들이 영어 울렁증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교수님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1년동안 1주일에 4시간, 즉 하루 1시간씩 ‘잡 잉글리쉬’를 배우게 했다. 헤어샵이란 특정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모델로 역할연기를 하면서 영어 대화에 눈뜨게 했는데, 이게 주효했다. 학생들도 굉장히 만족해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도 그냥 한국의 청담동에서 원하는 기술만 갖고서는 안 된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해야 했다. 현지 살롱 매니저나 사장들 초청해서 특강도 했다. 우리 교육도 보여줬다. 그렇게 해서 현장수요에 맞는 교육을 진행했다. 물론 이뤄진 부분도 있고, 이뤄가야할 부분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졸업생들이 해외에 나가서 해당 국가에서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교육해왔다. 그게 해외 취업률 1위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전문대 교육역량 강화사업, 특성화사업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고지원 사업은 많은 대학에 가시적 성과를 제공했다. 그런데 고민할 대목이 있다. 해외연수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학이 교수·학생 해외연수를 추진한다면, 이걸 비딩해서 해외연수업체에 준다. 그래서 유럽도, 미국도 다녀온다. 몇 명 갔다 왔다, 비용 얼마 썼다, 이게 실적에 잡힌다. 그런데 그것은 교육변화에는 아무런 개선효과가 없다.

작년에 독일에 갔다.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장관이 독일 다녀온 이후 한국 간호사들이 한국 자격증으로 독일에 바로 취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을 독일 병원에 취업시키기 위해 MOU차 독일을 방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의 고민을 했다. 현행 해외연수는 특정 학생에게는 학창시절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대학 변화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고지원 사업을 통해 교수·학생을 해외연수 보내는 진정한 속셈은 대학을 변화시키자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삼육보건대학의 경우, 학생 몇 명을 지원하기보다 교수님들로 하여금 독일의 이중교육시스템을 직접 보고 느끼고 오게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독일교육은 A라는 과목을 월화수 학교에서 공부하고, 목금토는 현장 사업체 가서 실습해서 끝낸다. 집중식 몰입교육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 학기 15주에 걸쳐 월수금 분산해서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끝난다. 한 학기 내내 교육이 이뤄지지만, 분산식이다보니 실질적인 기능교육, 기술연마가 안 된다.

학생중심 교육으로 바꿔야한다. 이게 수요자 중심교육이라고 본다. 독일식 직업교육, 교수가 주가 되고, 산업체가 적극 지원하는 형태의 현장중심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게 지원받은 국고를 알차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전문대학의 교육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한 접근이다.

“우리 대학에 이런 교수님이 있다. 총장 취임해서 와보니, 식품영양학 박사학위 소지자가 뷰티헤어과 교수로 있더라. 조리과도 아니고. 그분의 강의평가, 실습내용을 살펴봤다. 교과서대로만 수업하고 있었다. 그분이 45세다. 불러서 말했다. 지금 산업체의 요구를 충족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틀어가고 있다. 명품 직업인 양성으로 가고 있는데, 교재만 갖고 앞으로 20년을 더 강의하실 거냐. 그분은 마침 부교수에서 교수 승진도 탈락한 상태였다. 더 시간 가기 전에 박사학위 옷 벗고 현장실습 경험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분은 지금 1년 휴직하고 교수신분 다 내려놓고 미용실 직원으로 기초부터 공부하고 있다. 그 분의 경우야말로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우리 대학의 상징적 사례다. 그 교수님은 현장실습을 마치면 강단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제공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들었다. 1년 자기를 내려놓고, 평생 학생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설 수 있게 됐다고 본다.”

△ 독일식 직업교육시스템, NSC 코치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독일에는 간호사 취업만 생각하고 갔었다. 독일 직업교육은 장인교육이 특징아닌가. NCS가 페이퍼웍으로 끝나고 있다. 거기에 맞춰 기술교육을 해야 하는데, 중간고사 때는 실습실 다 불 꺼져있고, 도서관만 불켜져 있다. 학생들은 페이퍼 만들어서 외우고 있다. 중간, 기말고사 때 도서관보다 실습실 불이 켜져 있는 게 옳다고 본다.

NCS가 형식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NCS를 국고 지원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직업교육 잘해달라는 주문인데, 그렇다면 페이퍼웍으로 끝나선 안 되고, 실제적으로 교육현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 NCS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하다가 독일에 간 것이다.

독일교육은 집중식이다. 학교에서 배우고, 바로 현장에 가서 확인, 실습한다. 이게 수요자중심 교육 모형이라고 본다. 교수(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도 산업체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산업체 주문식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삼육보건대학은 세움(SEUM. 필요중심 학생지원시스템: Stimulation, Experiment, Utilization, Management) 추진전략을 세웠다. 쉽게 말해, 이론공부하고, 산업체실습하고, 국내·해외취업 연결하고, 창업실습까지 하는 단계별 교육지원 시스템이다. 독일의 집중식 교육제도를 수용해 2020년까지 학생들을 명품직업인으로 배출하겠다는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다.”

△ 독특하게 사회봉사단을 총장직속기구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 우리 학생들이 교육, 행정서비스를 통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대학 경영핵심가치는 ‘행복 나눔’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 나눠줄 수 있을 때 행복해진다. 받으면 행복한 게 아니라, 줄 때 행복해진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의 특징은 ‘자기중심적’인 데서 찾을 수 있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발상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명품 직업인 양성해 내보내도, 학생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봤다. 

배려하는 삶, 감사하는 삶, 이것을 강조하게 됐다. 학생들이 그런 것(남을 돕는 것 등) 경험하게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게 해외봉사 같은 것도 진행했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인성교육 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봉사는 자발적 봉사다. 몽골, 필리핀 등에 가서 봉사하고 온 학생들이 삶의 의미,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되더라.”

△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인이 대학을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중요한 질문이다. 패션 분야 최고 학교, 디자인 분야 최고 학교는 하버드대나 그런 대학에 있지 않다. 다들 직업학교다. 이제 우리 전문대학들이 4년제 대학 흉내내기에서 벗어나서 국가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정체성에 맞는 대학 운영을 해야 전문대학에 학생들 찾아올 것이다. 지금처럼 해서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 삼육보건대학은 명품 전문인 양성을 기치로 내세웠다고 했다. 우리 헤어과가 헤어 패션의 본산지가 될 수 있도록 명성을 쌓게 되면, 이 학과에는 4년제 졸업자들, 석사학위 한 사람들도 찾아올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오는 학과가 될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기본 정체성에 충실한 발전이다. 지금까지의 교육 비전을 충실히 실현해나간다면, 명품 직업학교, 직업 전문대학으로서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고졸 대입진학자 감소를 말할 뿐이다. 나도 은퇴하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 학벌 떠나서, 지위고하 떠나서, 백세 시대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학령인구 감소를 두려워할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함으로써 고등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관계없이, 성장하고 발전할 것으로 본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일시: 2015년 6월 30일 오후 2시
사진·정리: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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