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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스르르 녹아버리는구나
저녁이면 스르르 녹아버리는구나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06.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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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33. 닭의장풀


▲ 닭의 장풀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매화’
닭의장풀은 외떡잎식물,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일상적으로 ‘달개비’ 또는 ‘닭의밑씻개’라 부른다. 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은 뒤꼍(後庭)·빈터·농지언저리·냇가나 습지의 가장자리 등 물기 축축한 반음지의 땅에 잘 산다. 학명의 속명 코멜리나(Commelina)는 이 식물을 린네가 명명하면서 17세기의 네덜란드의 두 형제식물학자(Commelijn)를 기려 붙인 이름이고, 종소명 communis는 common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매우 흔한 풀이란 뜻이다.
닭의장풀을 ‘common dayflower’라거나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극동이 원산지라고 ‘Asiatic dayflower’라 한다. 극동지역이 원산지로 한국·만주·대만·일본·아무르·우수리 등지에 많고, 북미나 유럽으로는 관상용으로 들여갔다고 한다.


또 꽃이 꼭 하루만 피고 진다해 ‘dayflower’라 불렀으니, 저녁 무렵이면 이운 꽃잎들이 홀연히 스르르 녹아버리고 만다. 人無十日好요 花無十日紅인데 月滿卽虧(이지러질 휴)이니 權不十年이라더니만….
닭의장풀은 사람과 가까이 사는 식물이다. 줄기는 곧추서 15∼30cm이고, 밑부분은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 마디마디에서 헛뿌리를 내리고, 장마 동안에 공기 중에서도 하얀 假根을 뻗는다. 잎은 어긋나고, 윗면은 진한 녹색이며, 뒷면은 엷은 녹색이고, 바소꼴(披針形, lancet)로 길이가 5∼7cm, 폭이 1∼2.5cm이다. 잎 아래엔 줄기를 감싸는 얇은 막으로 된 잎집(葉,leaf sheath)이 있다. 꽃은 7∼8월에 푸른빛으로 맑고 밝게 피고, 잎이 변한 심장형의 넓적한 苞葉(꽃의 바로 아래에 꽃망울을 싸서 보호하는 작은 잎)속에 꽃봉오리가 서너 개가 싸여 있다. 하나씩 꽃자루가 길어지면서 차례대로 핀다. 손만 닿아도 뭉그러질듯 야들야들한 꽃은 향이 없고 꽃물(nectar)도 없어서 곤충에게 꽃가루(pollen) 밖에 줄게 없다.
하늘하늘 연약한 꽃잎은 외떡잎식물이라 세 장인데, 그중 위에 있는 두 장은 크고 둥근 것이 새파랗고, 아래에 자리한 나머지 하나는 바소꼴로 흰색이다. 그것은 작은 것이 숨어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리고 꽃잎이 파란 것은 마그네슘과 안토시안이 결합한 메탈안토시아닌(metalloanthocyanin)의 빛깔 때문이라 한다.


암술(pistil)은 1개로 길다. 수술(stamen)은 6개로 그중 아래바닥에 있는 3개의 짧은 것은 불임성으로 꽃밥(葯, anther)을 만들지 못하는 헛수술(假雄蘂)이고, 위로 길게 뻗은 길쭉한 3개는 꽃가루를 만드는 꽃밥을 가진 가임성이다. 그 3개 중 양쪽의 2개는 꽃밥이 갈색인 반면에 가운데 것은 꽃술이 좀 짧은 것이 노란 꽃밥을 가진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2개의 씨방(子房)이 있고, 각각 2개씩의 씨앗이 들어있어 총 4개다. 종자는 삼각형에 가깝고, 검거나 검은 갈색이이며, 겉이 매우 거칠다.
닭의장풀은 식물이 어떻게 곤충(벌이나 꽃등에)을 끌어들이는가를 연구하는 데 쓰인다.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두 장의 푸른 꽃잎·꽃가루를 만드는 수술과 헛수술 3개 모두가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해서 꽃잎이나 꽃밥을 만드는 수술, 헛수술을 따로따로 제거해 봤더니만 역시 방문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필요 없는 것을 매달고 있을 리 만무하지.


닭의장풀은 氣孔(stomata)의 여닫이에 관련된 孔邊細胞(guard cell)의 팽압(turgor pressure)조절실험에 많이 사용된다. 또한 색소발생의 원리연구 재료로 쓰이며, 근래 알려진 것으로 구리(Cu)와 같은 중금속들을 흡수(체내축적)하기에, 이것을 심어서 토양의 중금속을 줄이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닭의장풀은 들풀의 하나로 선조들은 어린잎줄기를 나물로 먹었으며, 꽃잎은 남색 물감으로 이용했다. 중국에서는 鴨草(오리 鴨 발바닥 풀 草,duck foot herb), 일본에서는 露草(dew herb)라 하여 해열·이뇨·천식·위장염에 한방약재로 썼다. 생잎이나 그 즙을 화상이나 베인 데, 뱀에 물린 데 붙이거나 발랐다.
닭의장풀(달개비)은 청초하고 고상한 풀꽃이다. 가까이 보면 예쁘고 자주보면 사랑스럽다고 했고, 귀하게 보면 꽃 아닌 것이 없고 하찮게 보면 잡초 아닌 것이 없다 했겠다! 한글명 ‘닭의장풀’의 뜻은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닭장 근처에서 많이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과 닮아서’붙여진 이름이라 하지만, 그렇다면 ‘닭장풀’이란 이름을 썼을 터다. 가장 믿음직스런 것은 한자명인‘鷄腸草’를 ‘닭의장풀’로 풀어썼을 것이라 본단다. 다시 말해 중국인들이 쓰는 鴨腸草(오리의장풀)에다 오리(鴨)대신 닭(鷄)자를 넣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오리를 많이 키우지만 우리는 닭을 더 많이 키우니까 그럴 것이라는 해석이다. 암튼 어원을 찾기가 이렇게 무지 어렵다.


달개비와 엇비슷한 것에 자주달개비(Tradescantia reflexa)가 있다. 같은 닭의장풀과에 속하지만 닭의장풀과 사뭇 다르다. 여러해살이풀이고, 꽃은 닭의장풀보다 이른 5월에 피며, 수술대에 자잘한 청자색 털이 한가득 난다. 또 식물자체가 자주색이고, 키가 크며, 꽃이 짙은 자주색인 것도 서로 다른 점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서양서 온 달개비라고 ‘양달개비’라 부르며,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원형질유동과 세포분열 등을 관찰하기 쉬워 식물학에서 일반실험 재료로 흔히 쓰인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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