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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강의의 표현이란? … 수업목적에 부합해야
정당한 강의의 표현이란? … 수업목적에 부합해야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6.29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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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기말고사’가 정치적 편향을 드러냈을 때

▲ 홍익대 법학과의 A교수가 기말고사로 출제한 문제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인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지 해석이 엇갈린다.
교수가 강단에서 정치색을 내비칠 때, 그것은 올바른 교육방식이 될 수 있을까. 지난 9일 홍익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교수가 시험과 관련 없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 불쾌하다’는 한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문제의 A 교수가 기말고사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지문을 출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홍익대 총학생회는 ‘문제를 일으킨’ A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기말고사 시험지에 과다한 정치적 편향을 드러낸 것을 두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의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지, 아니면 편향적 표현은 교수의 고유 권한을 넘어선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봐야하는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자. 홍익대 A 교수는 자신의 영미법(American Contract Law) 기말고사로 45문제를 출제했다. 이 가운데 3문제가 학생들로부터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Roh)이 6살 때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IQ가 69가 됐다’는 문장과 김 전 대통령 이름에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Deadbeat’를 붙여 이를 명사처럼 반복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을 홍어 식당 주인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전라도 사람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A 교수를 극우파 성향의 ‘일베’ 교수로 분류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일종의 풍자’라고 주장했다. 시험은 강의실 내의 문제이며 강단에 선 교수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오해”라며 “IQ 70 이하의 사람이 계약을 체결했을 때 그 계약이 유효한지 묻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나라 인물을 실제 사례에 적용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A 교수가 출제한 영미법 기말고사 문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싸이, 신보라, 도올 김용옥 등 유명인을 실명으로 등장시킨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A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논쟁 자체가 민주주의의 덫 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지 못하면 강단은 점점 유리상자로 바뀌게 될 것이다. 강단에서조차 외부의 세력에 따라 움직일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 반박했다.

과연 A 교수가 말한 대로 그의 문제는 ‘강의실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낼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교수들은 A 교수가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대학의 B 교수는 “초·중·고 교사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교수는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A 교수의 기말고사 문제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수가 강의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정치적인 비판이 학문적 행위로 존중받으려면 전제조건을 충족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A 교수가 이 전제조건을 따라서 ‘표현’한 것인지를 핵심으로 본다.『떨리는 강사, 설레는 강사』의 저자인 이의용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는 “강의 내용은 수업목적과 관련 있어야 하고, 일방적인 강요 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강의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을 벗어나면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성향에 맞춰 답을 강요받는 방식보다 자유로운 토론이 학문의 자율성에 더 부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B 교수는 “비판을 하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A 교수는 근거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평가를 한 것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도 아니다. 전 대통령을 모욕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합리적인 교육방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은주 영산대 교수(자유전공학부)도 “강의시간에 정치적 발언은 열려 있어야 한다. 다만 차이를 포용하는 합리적인 토론문화가 전제돼야 학문의 다양성을 이룰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라는 공식은 왜곡된 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유선 서울대 교수(서양철학)는 “모욕과 비판은 공공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 공공성은 이 발언이 공동체를 좋은 쪽으로 연합하게 만드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의용 교수는 “다만 A 교수를 일베교수로 낙인찍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시험목적에 맞지 않는 문제를 냈다고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한 강연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학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자신의 지식을 투입했다면 그 결과에 정치·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반대로 학문에 자신의 정치적 지식을 투입했다면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책임도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 A 교수에게 ‘주홍글자’를 새기기보다 강의의 본질과 표현의 자유, 정당한 토론문화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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