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8:40 (금)
인터뷰 : 공동체주의 제창한 석학 찰스 테일러 맥길대 교수
인터뷰 : 공동체주의 제창한 석학 찰스 테일러 맥길대 교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11-27 23:03:28

△그간 강조해오신 공동체적 의식과 운동은 헤겔과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공동체주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우리 관심을 공동체에 쏟고, 공동체에 봉사하며 정책적 차원에서 기여하는 의미에서의 공동체주의로서 이런 공동체 중심적 사고는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서로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이를테면 언어나 인종 집단처럼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간주해 자신의 독특성만을 강조하는 태도에는 비판할 점이 많습니다. 이런 태도에는 철학적 입장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진정한 공동체주의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경우 핵 개발을 자신의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북한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국경선을 넘어 탈출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북한 정부가 얼마나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는지, 또 안정된 정부인지 질문,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외교적 협상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 능동적 연관을 꾸준히 맺고 유지해 나가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더더욱 위험한 것입니다.”

△선생님을 비롯해 메킨 타이어 등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한국에서도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높아 가고 있습니다.
“비록 내가 문화에 있어서 다원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열린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나의 이론이 서구적 개념과 사고의 틀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끔 한국의 학자들이 저의 입장에서 아시아 또는 한국의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공동체에 대한 논의도 그 사회의 사회 역사적 문화의 차원을 바탕으로 이론적 형성을 해야할 것입니다.”

△하버마스도 문화간 대화를 강조하는데 선생님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하버마스는 대화의 절차에 관한 이론을 제시하는데, 내용이 완전히 빠진 중립적인 절차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중립적인 것도 문화를 반영하기 마련이죠. 또한 언어에 대한 그의 이해도 제한적이며 중요한 측면을 간과했다고 보여집니다. 내가 사랑하고 또 나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간의 대화도 이런 근원적인 차이점을 전제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종교적 신념이 다른 경우에 대화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요.
“중동에서,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종교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종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정치적 정체성에 기인한 분쟁인 것이죠. 종교 자체에 투쟁과 갈등의 요소가 있다고 봐서는 사태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이슬람 문화권 안에 여러 종교가 아무런 문제없이 공존해 온 실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통역 김선욱 미국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