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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호 새로나온 책
제786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6.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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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만과 정인보는 한문학의 중세 보편적 언어로 士로서의 자각을 표현하고, 지식인으로서 천하 만민에 대한 책임을 자각했다. 공동체의 절망적 현실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 태도는, 사대부의 憂患의식의 연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태도에서 여타의 식민지 제3세계도 타자로 보지 않을 수 있는 인식을 얻은 것이다. …… 변영만과 정인보의 진면목이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근대전환기 이후 전개된 한국학의 성취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학을 반성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놓친 계기들을 다기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진균 성균관대 학술연구교수『, 모던한문학』(학자원, 2015.6) 중에서


■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현대 정의 이론과 공동선 탐구, 이종은 지음, 책세상, 852쪽, 35,000원

이 책은 정치철학의 근본 과제는 권력으로 하여금 정의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권력이 정의를 달성할 때 좋은 정치 질서가 이뤄진다는 시각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합리적 원칙을 모색해온 이종은 교수의 정치철학 4부작의 완결본이다. 1권 출간을 기점으로 하더라도 5년이라는 시간, 약 2천800쪽, 원고지 약 1만3천장이 소요된 대장정이 이제 마침표를 찍는다. 한국 현대사의 부침을 함께하며 오랜 세월 오로지 ‘정의’의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탐구에 천착해온, 정년을 앞둔 한 정치학자의 학문적 분투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역작이다. 『 정치와 윤리』(2010)에서 정의의 윤리적 바탕을 탐색하고, 『 평등, 자유, 권리』(2011)에서 정의의 원칙으로서의 권리와 정의의 구성 요소로서의 평등과 자유를 다뤘으며, 『 정의에 대하여』(2014)에서 정의의 개념과 원칙 등 본격적인 정의이론을 펼쳤던 저자는 이 책에서 존 롤스의 정의론을 중심으로 사회 정의의 본질을 탐구한다.

■ 아이디스오더: 기술문명 스트레스와 그 극복, 래리 D. 로젠 외 지음, 송해룡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408쪽, 25,000원

아이디스오더(iDisoder)란 소통 장애, 불안 장애, 주의력 결핍, 강박증, 관음증, 자아도취, 중독증 등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밀착된 삶 속에서 겪게 되는 새로운 유형의 장애나 정신적 질환 요소들을 뜻한다. 귀에는 항상 무언가가 꽂혀 있고, 눈은 또 부지런히 무언가를 쫓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이디스오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나 깨나 우리 몸에 붙어 있는 하이테크놀로지 기기들을 이제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스마트 기기에 포위당한 현대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이른바 기술 스트레스로 초래되는 장애 증상들을 면밀히 통계화하고 분석해 나간다. 아울러 심리학·신경과학·사회학·인류학·커뮤니케이션학·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루츠 라파엘 엮음, 이병철 옮김, 한길사, 633쪽, 23,000원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으며, 그가 연구하는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 사실이다. E.H. 카가 강조하는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와 사회의 이러한 밀접한 관계는 역사가의 생애와 저술을 통해 근대 역사학을 조명하려는 이 책의 전제이기도 하다. 이 역사가들은 카의 말대로 그들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가들의 삶이란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기록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연구로 축적된 역사학이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이 정리한 담론이다. 역사가와 시대, 역사학과 역사의 상관성은 결국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 이 책은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역사가 중에 거장을 선별해 그들의 고전적인 저술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를 개관한다.

■ 자본은 여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아시아의 자본 축적과 여성 노동, 피커 커스터스 지음, 박소현·장희은 옮김, 그린비, 512쪽, 27,000원

피터 커스터스의 이 책은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여성노동이 자본주의 축적의 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론과 실증 자료를 결합해 탁월하게 분석한 책으로 1997년 처음 출간됐다. 2012년 개정판에서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자야티 고시가 서문에서 커스터스의 논의를 2011년 현재 상황으로 이어서 보충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의 기본 입장은 현대 자본주의와 여성의 노동을 이해하는 데 특히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마르크스의 이론이 현대 여성주의사상과 연구를 통해서 수정,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발전여성주의, 생태여성주의, 독일여성주의 학파, 사회주의 여성주의와 같은 다양한 여성주의 이론이 지닌 문제의식과 한계를 살펴보면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어떻게 공생 관계를 맺고 함께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 허용된 불온: 식민지시기 검열과 한국문학, 한만수 지음, 소명출판, 542쪽, 35,000원

한국은 근대화 이후 거의 100년 동안 ‘검열국가’였다. 식민지시기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미 군정기, 유신 시기, 1980년대 계엄 시기에 검열이 강제됐다. 이 시기에 신문·잡지·단행본·방송·영화·음반 등 모든 텍스트는 검열을 거쳐야 발표될 수 있었다. 제도적 검열이 없었던 ‘간빙기’라 해도 검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식적 검열제도가 있었건 없었건 한국은 100년 동안 ‘검열국가’였으니, 한국의 근대 텍스트를 해석함에 있어서 검열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이런 인식 아래 근대적 검열의 기원을 찾아 식민지검열에 주목하며, 그 중요한 특징인 제도적 검열부터 시작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결말 부분의 일부가 붓질로 삭제돼 읽을 수 없었던 강경애의 대표작 「소금」을 새롭게 수록했다. 저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적외선 및 자외선 투과방식 등을 동원해 검열된 부분을 복원했고, 그 복원 이미지를 이 책의 화보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 100년의 기록: 버나드 루이스의 생과 중동의 역사, 버나드 루이스·분치 엘리스 처칠 지음, 서정민 옮김, 시공사, 512쪽, 25,000원

올해로 아흔아홉 살. 1916년 런던에서 태어난 이 역사학자는 어릴 때부터 히브리어 등 고대 언어를 공부해 해박한 언어 지식을 바탕으로 중동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중동 문제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그의 삶은 살아 있는 역사다. 그는 분명한 역사 인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중동의 역사를 마주해왔다. 그가 바로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학자 버나드 루이스(Bernard Lewis)다. 이 책은 중동학자 버나드 루이스가 100년 동안의 자기 삶과 업적, 그리고 중동 역사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 한 권에 여러 역사적 이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집대성했다. 일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한 역사학자의 삶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100년 동안의 세계 역사 한 축에 대한 살아 있는 기록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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