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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 기회 확대 ‘긍정’… “기존 지원사업과 중복 없애는 게 관건”
저술 기회 확대 ‘긍정’… “기존 지원사업과 중복 없애는 게 관건”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6.2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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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저술연구지원법, 어떻게 볼 것인가

저술과 연구는 엘리트의 특권일까. 대개 저술이나 연구활동은 연구자 그룹에 의해 주도돼 왔다. 그러나 학계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들도 학술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다. 정관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정책개발팀장은 “상당수의 일반인이 원고를 갖고 진흥원을 찾아온다. 콘텐츠를 확보해도 이를 지원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많다”고 말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했지만 학위가 없거나 아카데미에적을두지않았다는이유로, ‘자격’을 문제삼아 저술활동의 기회를 제한하던 ‘아카데미 중심’의 저술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강단 밖 일반인들의 유의미한 콘텐츠를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 중심이었던 저술활동을 일반 개인도 가능하게 확대지원하자는 내용의 ‘민간저술연구지원법(이하 민간지원법)’ 제정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민간저술연구지원법(이하 민간지원법) 토론회가 그것이다.

민간지원법은 전문적 지식을 지닌 민간인들의 저술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민간저술 지원대상자에게 활동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원범위와 선정절차, 사후검증 시스템 마련도 주요과제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남수 한국입법정책연구원장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도록 지원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출판물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학계는 아카데미로 한정돼 있던 연구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발제자로 나선 곽건홍 한국기록학회 회장은 “연구자에게 한정해 왔던 연구 지원의 범위를 시민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간지원법이 통과되면 학술자 못지 않은 민간인들의 경험과 지식으로 재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계쪽은 생각이 약간 달랐다. 발제자로 나섰던 백원근 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는 “출판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굳이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출판사에는 많은 양의 원고가 투고되는데, 출간은 한정적이라 그중 일부만 빛을 본다. 이런 미출간 원고들이 사장되지 않고 발행될 수 있도록 기존 출판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간저술의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과 출판 이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장기적인 재정지원을 위한 예산조달 등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백원근 연구이사는 “2017년 기금 고갈 가능성이 제기된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재원을 끌어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순수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기금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지원법 소식을 접한 학계, 출판계쪽 반응은 어떨까.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는 “정규석·박사과정을 마치지 않아도 연구능력을 갖춘 분이 심심찮게 있다. 이들이 연구결과를 낼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학계가 이렇게 해석하는 데는 저술과 연구의 탈아카데미화라는 공감대가 있다. 대학 외부에서 인문학 운동의 가능성을 타진해온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저술이나 연구는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서나 출판물이 가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지, 전문가와 일반인 등으로 신분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치가 있는데 출판하는 데 제약이 있다면 그 제약을 없애는 법안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학계는 민간저술지원이 단발성 반짝행사로 그치기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단순 출판콘텐츠 확대보다는 학문연구에 초점을 맞춰야 장기적이면서도 학술적 가치가 높은 콘텐츠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민간지원법안을 살펴보면 지원금의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우려를 낳고 있다.

방민호 교수는 제도적 지원을 합리화하려면 우선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부분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을 통해 학술, 교양, 문학 부문 우수도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그 취지가 민간지원법과 상당수 중복된다는 것이다. 방 교수는 “학문연구는 연구라는 의미에 걸맞게 한국연구재단이나 그와 같은 연구기관에서 민간 연구자들의 자격을 엄선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출판계도 기존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환 한국학술출판협회장(학지사 대표)은 “진흥원의 사업 지원대상은 연구자나 저술가, 일반인 등 구별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 이와 중복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출판시장의 확대나 콘텐츠 확보 면에서도 기존 지원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민간지원법이 제정되면 다양한 영역의 저술활동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저술활동에 어떤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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