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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미학
‘본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미학
  • 교수신문
  • 승인 2015.06.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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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사진기호학: 표현에서 해석까지』 진동선 지음 | 푸른세상 | 552쪽 | 30,000원

세상의 모든 사진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시작된다. 이 바라봄은 작가에게도 일어나고 관객에게도 일어난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작가가 이미 보았던 것을 뒤따라 보는 것이다. 즉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환원성’이다. 원래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작가가 보았던 것을 관객이 다시 보기 위해 존재한다. 그 환원의 어려움이 사진의 어려움이다. 사진기호 체계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사진기호학이다.
장 모르의 사진 「동유럽에서 온 어린 난민」(1965)을 보고 친구인 존 버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아이를 보았다. 어떤 아이를 보았는가? 고립된 아이를 보았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사진가의 탐색이다. 사진가가 보고 사진가가 만든 영상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읽히며 해석되고 혹은 거부당하는지를 알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어떤 사진이건 관찰자는 자기 속의 무언가를 거기다 투사한다. 영상은 뜀틀과 같은 것이다.”


존 버거의 말에 따르면 사진은 결국 사각형 속의 대결이다. 작가가 바라본 순간과 찍힌 순간, 관객이 바라본 순간까지 숙명적으로 불일치한다. 그런데 그 불일치가 중요하다. 오해와 오독의 불일치에 의해 의미의 사각틀이 소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사각틀 안에서 온갖 의미들이 일어나는 까닭에 우리는 (형상의) 차이를 바라보고, 차이를 생각하고, 차이를 고려하게 된다. 사진기호학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응시(gaze)’의 미학이다.
사진기호학이란 결국 바라봄과 바라봄의 파악(해석)의 미학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형상에 대한 파악이고, 또 순간이 아니라 사물의 순간에 대한 파악이고,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인식에 대한 파악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기호학의 핵심은 ‘본다는 것’에 대한 파악이다. 형식에서 내용까지, 사태에서 사건까지 본다는 것과 보고 있는 것에 대한 파악이고 판별이다. 저마다의 지식, 경험, 학습 혹은 사진을 둘러싼 여려 환경과 현상과 각양의 실마리, 유추, 텍스트, 제목으로부터 사진은 파악되고 판별된다. 이것이 사진기호학의 해석이다.

□ 사진작가이자 사진평론가인 저자는 현재 현대사진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사진가론』, 『현대사진의 쟁점』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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