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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간은 정말 ‘기계’일까?
차세대 인간은 정말 ‘기계’일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6.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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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5. 외계생명체

▲ 마틴 리스 경은 외계생명체에 대해 유기적 기능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라 고도의 지능을 갖춘 기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끔 한다. 사진 출처 = HD Universe Channel

외계생명체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영국왕실 천문학자 마틴 리스 경(Lord Martin Rees)이 있다. 지난 9일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차세대 인류는 다른 세상을 어떻게 개척할까(How post-humans could colonise other worlds)’를 주제로 외계 생명체와 인류의 미래를 제시했다.

지난 2일~7일 영국에서 개최된 첼튼엄 과학축제에서 마틴 리스 경은 유기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으며, 수십 억년 후에는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미래라는 의미다. 기계는 인간과 달리 우주나 다른 행성들에 있는 물리적 장애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유기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구의 시간적 제한을 쉽게 넘어 탐사를 할 수 있다. 리스 경은 우리가 로봇을 통해 외계인과 처음 접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와 접촉하는 외계인도 태양계 바깥의 다른 세상에 있는 기계들일 것이라고 했다.
외계 논쟁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다른 천체들에도 생명이 실제로 존재하는 ‘다수의 세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마틴 리스 경과 같은 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지구와 같은 행성들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인간중심적 시각이라고 바라본다. 우리가 겉으로 보는 인공 신호들이 실은 지능이 높은(반드시 의식은 아니라도) 컴퓨터나, 이미 죽은 외계인 종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구와 유사한 행성 찾기
지난 20년 동안(특히 지난 5년 동안) 밤하늘은 우리 조상들이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은 흥미로움으로 가득 차 탐험가들을 강하게 유혹했다. 『우주에서 만난 지구인』(연세대 우주생명과학연구단, 홍릉과학출판사, 2013)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는 약 1천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 각 은하에는 평균 1천억 개의 별이 있으니, 우주에는 약 10²²개의 항성이 있는 셈이다. 물론 항성을 제외한 행성이나 위성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2007년에 프랑스국립우주센터의 천문위성 ‘코롯’이 행성탐사에 돌입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태양계와 같은,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별들을 가진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성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모체 항성(parent star)의 영향을 받고 있는 행성들의 존재를 밝힐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궤도를 도는 행성의 중력으로 발생하는 별의 작은 주기 운동과, 행성이 별의 앞을 통과해 빛의 일정 부분을 막았을 때 별의 밝기가 약간 어두워지는 정도를 측정했다. 이렇게 지구의 1.5배에 불과한 작은 행성까지 정확히 찾아냈다. NASA는 2009년 일식감지위성 ‘케플러’를 발사해 태양 밖의 행성 후보군을 찾아냈고, 지구와 비슷한 행성 후보군을 2천 개 이상 확보했다. 이중 지구와 크기가 같은 행성도 10개나 찾았다.


생명은 지구에서 38억 년 동안 존재해 왔지만 그중 30억 년 이상을 단세포 박테리아나 이와 비슷한 미생물로 있었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이들과 이들이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는 능력을 중요시 한다. 더불어 생명체를 가진 행성은 많을 수 있지만 항성 간 통신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 행성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기에 앞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 너머에서 ‘생명’을 찾는 일이기에 NASA는 다른 어느 기관보다 생명을 정의하는 데 더욱 노력해왔다. 우리 행성에서 확실한 생물학적 징후로 여겨지는 것이 화성에서는 비생물학적일 수 있고, 우리 행성에서는 비생물학적인 징후가 다른 행성에서는 생명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양자물리학자인 에어빈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살아있다는 건 영양분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불가피한 진행과정을 늦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퍼스트 콘택트』(마크 코프먼, 한길사, 2013)에 따르면, 생명을 정의하는 것은 위험한 노력이다. 수집된 정보는 거의 불가피하게 과학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는 건 무엇을 찾아야 될지 모르고 의욕만 앞서 있어, 정작 찾아도 그것이 생명인지 알지 못하게 된다.
외계 생명체 탐험에서 논쟁이 되는 또 하나는 1980년대 나타난 ‘다중 우주(multiverse)’ 가설이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것도 무수한 섬들 가운데 하나이거나, 또는 공간의 한 부분일 수 있다. 그리고 끝없는 빅뱅 중 한 번의 사건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구성요소들이 빅뱅 이후 각각 다르게 냉각됐고, 다른 법칙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 법칙과 양자역학조차 우리의 우주 조각에서 단지 부분적인 규약만을 지배한다고 본 것이다.

차세대 인류의 행방
다중우주 속에서 생명의 출현은 필연인가 아니면 우연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 결과인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으려 하는가. 단지 외계생명체를 찾으려는 이유 때문인가. NASA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 인류가 거주할 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언젠가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 중 일부가 지구를 떠나 태양계를 개척할 것이다. 그곳에서 살기에 적합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문명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행성과 달에 대한 이러한 사이버 적응은 ‘차세대 인간 시대’의 시작을 나타낸다. 차세대 인류의 지능은 살아 있는 것들(심지어 전 세계)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하이퍼컴퓨터로 발달하게 된다. 이 하이퍼컴퓨터를 사용해 영화나 컴퓨터게임의 가장 완벽한 특수 효과를 뛰어 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을 시뮬레이션해, 마치 우리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지각)을 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미 다중 우주 어딘가에 이러한 종류의 슈퍼 지능이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뇌는 아프리카를 배회하던 조상들로부터 조금 변해, 양자와 우주 같은 반직관적 세계를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간들이 기술적으로 진보한 방법으로 외계생명을 찾는 실제 능력을 갖춘 것은 불과 50년밖에 되지 않았다. 우주에는 원숭이가 별과 은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현상이 있을 것이며, 아직 알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의 오랜 숙명(생존)에 중요한 것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외계생명체에 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직관을 알기 위해 차세대 인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 어쩌면 외계 생명체의 진화는 우리로부터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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