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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풍경 : 『마지막 기회』(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해나무 刊)과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
●책들의 풍경 : 『마지막 기회』(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해나무 刊)과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
  • 교수신문
  • 승인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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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2:59:36

최성일 / 출판평론가

블루길, 큰입배스, 황소개구리에 이어 ‘생태계 危害 동식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이가 ‘기피외래종’이 된 것은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인간의 어리석음 탓이 크다. 식용으로 수입된 앞의 세 기피종과는 달리, 붉은귀거북이는 다른 용도로 수입되었다. 애완용도 더러 있지만 지난 20년 간 한 해 평균 100만 마리씩 들여온 것은 대부분 종교행사의 방생용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하천으로 놓여난 붉은귀거북이들은 방생의 본뜻을 거스르게 된다. 식어성 본능을 마음껏 살려 우리 하천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더니, 급기야 먹이와 서식지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토종생물인 자라와 남생이를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아무튼 생태계를 위협하는 동식물로는 인간 만한 것이 없다. ‘마지막 기회: 더글러스 애덤스의 멸종 위기 생물 탐사’(해나무 刊)에서도 이런 점은 여실히 나타난다. 1903년 유럽 사람들이 그 존재를 확인할 때만 해도 아프리카 중부의 다섯 나라에 걸쳐 엄청난 숫자가 있었던 북부흰코뿔소는 1985년 13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까지 갔었다. 1989년에는 그나마 상황이 약간 나아져 22마리가 관측되었다. 북부흰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자라와 남생이처럼 그런대로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니라 정말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북부흰코뿔소의 개체수가 급감하기까지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 사정이 있다.” 아프리카 바깥으로 밀반출된 코뿔소 뿔이 남성을 상징하는 장식물이나 최음제로 쓰이는 경우, 수천 달러를 호가하지만 밀렵꾼이 받는 돈은 기껏해야 10∼15달러다. 이 대목에서 더글러스 애덤스는 간단한 밀렵 근절책을 떠올린다. 밀렵꾼에게 보상금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애덤스는 이것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 밀렵꾼에게 가령 동물을 잡지 않는 조건으로 25달러를 주고, 또 다른 이가 동물을 잡는 조건으로 12달러를 준다면 밀렵꾼은 동물 한 마리로 37달러를 벌 수 있”어서다.
애덤스가 제시하는 밀렵의 진정한 해결책은 코뿔소 뿔에 대한 수요를 없애는 것이다.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예멘의 젊은이들에게 코뿔소 뿔로 만든 단검이 남성의 상징이 아니라 그러한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아직까지 그런 상징이 필요한 젖먹이를 뜻한다는 점을 어떻게 해야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 기회’ 류의 책은 생태계 붕괴로까지 치닫고 있는 생물 멸종의 책임을 인간에게 지우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일종의 멸종 생물 도감인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 刊)에 수록된 동물들은 거개가 사람의 입맛이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희생양이었다. 엉겁결에 절멸을 당한 경우도 있는데 뉴질랜드에서 서식했던 웃는 올빼미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푸른숲 刊)는 ‘마지막 기회’와 닮은 점이 많다. 여행기의 형식을 빌린 점이 그렇거니와 중복되는 내용도 보이는데 코모도왕도마뱀, 마다가스카르여우원숭이, 도도새, 모리셔스황조롱이가 공히 언급되고, 모리셔스황조롱이의 지킴이인 웨일즈 사람 칼 존스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두 책의 선후관계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두 권은 서로 다른 종류인 까닭이다. SF작가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재치있는 문체로 비극적인 멸종 생물 탐사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면, 데이비드 쾀멘의 자세는 진지하고 학구적이다. 책의 앞머리에서 쾀멘은 진화생물학자 알프레드 월리스의 복권을 꾀한다.
월리스는 찰스 다윈과 함께 진화론의 양대 근원을 이루는 인물. 하지만, 다윈이 진화론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데 비해 월리스는 이름만 겨우 남아있는 형편이다. 쾀멘은 다윈이 더 뛰어난 이론가였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월리스의 업적이 누락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섬 생물지리학을 논의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도도의 노래’에서 도입부부터 그 시조라 할 수 있는 월리스를 재조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 이 책에는 섬 생물지리학을 만개시킨 학자가 거론되는데 우리에게 사회생물학과 개미 박사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윌슨이 바로 그다.
그런데 윌슨은 생물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책도 썼다. 윌슨의 ‘생명의 다양성’(까치 刊)에 따르면, 지구는 역사상 여섯 번째의 대멸종기에 있다. 윌슨은 생명 다양성의 최대 수혜자랄 수 있는 인간이 다른 생물 종들을 마구 해치는 역설적인 상황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후렛자식이 섬진강 물 퍼간다 해도 강물은 꿈쩍 않고 흐르듯’ 인간의 활동이 생물의 멸종을 자연적인 추세보다 1천∼1만배 증가시켰다 해도 자연의 복원력은 이를 회복시켜줄 것이다. 물론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굳이 생물의 멸종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윌슨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새롭게 나타나는 종은 보통 “값싼 종”들이기 때문에 사라진 종들이 밟아온 심오한 역사를 재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 번 사라진 종은 결코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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