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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
“책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6.15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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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 저작권 개정법률안’에 학술출판계 뿔났다

▲ 일러스트 돈기성

학술서와 교재 한 권이 세상에 나오려면 출판사와 저자 간의 물리·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을 경우 양질의 학술콘텐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위협하는 일이 최근 학술출판계에 닥쳤다. 학술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저작물을 지키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학 등 고등교육법에 의거한 교육기관에만 적용하고 있는 ‘수업목적 보상금제도(저작권법)’를 법 적용대상이 아닌 사설학원가와 학점은행 평생교육기관들이 오용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이 지난 3월 ‘수업목적 저작권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학술출판계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사)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는 회원들에게 탄원서명서를 작성해주기를 ‘긴급’히 요청했다.

학술출판계의 고민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도서정가제 등의 여파로 가뜩이나 책이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 학술출판계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술출판계는 이 같은 갈등이 문화부 고시가 시행되기 전부터 예견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문화부 고시로 시행된 수업목적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학이 수년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시행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저작권의 핵심 당사자인 학술출판사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이외의 사설 교육기관이 출판물을 이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어디에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세부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문화부 고시가 도리어 ‘교육용이라면 저작권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업계에 보낸 셈이다. 이 때문에 학술출판사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학술저작진흥원(저작권 대리중개기관)을 통해 스스로 저작권을 지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진환 한국학술출판협회장은 “학술출판사들이 힘들게 내놓은 저작물이 보호받지 못하는 건 저자를 발굴해서 좋은 책을 만드려는 입장에선 힘빠지는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학술·출판시장이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려면 저작권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학술출판 유관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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