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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경제학자들의 죽은 경제학
살아있는 경제학자들의 죽은 경제학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환경경제학
  • 승인 2015.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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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환경경제학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왜곡돼 있는 자유시장구조를 조정하려는 노력은커녕 독과점 재벌과 수출대기업의 시장경제만능주의를 찬미하기 바쁘다."

신고전학파 주류경제학은 이제 더 이상 인류를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부국강병책도 되지 못한다. 오로지 대기업과 독과점 재벌이 지배하는 자유시장과 금융시장의 효용성만을 옹호하는 실패한 학문에 불과하다. 자유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보편화로 나라마다 시장실패, 정부실패, 그리고 국민실패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피(血)가 있고 살(肉)도 있고 혼(靈魂)을 가진 인간을 경제주체로 삼지 않고, 가격과 이윤에 따라 이기적으로 반응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이기적 경제인)만을 대상으로 분석 예측하는 기술공학에 불과하다.

경제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승자독식의 경제효율주의만을 九官鳥처럼 되풀이 해 노래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IMF 환란이 올줄도 몰랐고,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도 예측 못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WTO, FTA 등 세계 자유무역이 좋다는 말만 하지, 그 폐해를 제대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대책엔 관심이 적다. 난개발과 막개발로 환경생태계가 파괴됐다.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무리한 4대강 개발과 원전의존정책이 장차 어떤 큰 재앙을 가져다줄지 말해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가 경제를 주도하고 경제의 대부분은 독과점 재벌기업이 지배하며 나머진 지하경제가 판을 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는 말뿐이지 실제로는 현실세계에서 눈에 띄게 존재하지 않는다.

명색이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이처럼 왜곡돼 있는 자유시장구조를 조정하려는 노력은커녕 그를 옹호하고 독과점 재벌과 수출대기업의 시장경제 만능주의를 찬미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다가오는 세계식량 위기, 식품안전성 위기, 환경생태계 위기, 기후변화 위기, 내성이 강화된 수퍼 바이러스, 수퍼 곤충, 수퍼 잡초 발생의 위기를 정면에서 대결하려 않는다.

작은 정부, 규제완화의 자유시장경제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이상적인 균형상태에 도달할 것인가. 자유시장 경제 일변도의 신고전학 교과서 이론은 이제 앵무새를 닮은 강단의 경제학교수들의‘밥벌이’수단 말고는 쓸모가 별로 없다.

지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제2차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죽었다’며 인간중심 사회적 시장경제, 생명주의(생태학 및 공동체) 경제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양극화로 대변되는 ‘시장실패’ 현상에 대해 규제완화 일변도로 이를 부추겨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환경문제와 복지문제를 과감히 제도화 하려는 주장 역시 먹혀들고 있다.

현하 그런 주장,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에선 종북이라 매도한다. 일부 경제학 교수들은 자진해 대기업과 특정 정부기관의 장학생이 돼 신자유주의 정책을 찬양하는 레코드판만 되풀이해 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신자유주의가 절대 죽지 않는다”고.

이제 경제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우리의 실정에서 북유럽의 모델인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우선 대안으로 떠오른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되 모든 사람의 행복과 환경생태계의 소중함을 중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유념하는 깨끗한 정부와 사람중심의 경제학, 골고루 잘 사는 시장경제의 새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할 때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敵은 지금 이 순간도 자유시장경제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흰소리하는 바로 그들, 독과점 대기업과 극보수 상업언론, 토건개발주의자와 앵무새 강단 경제학자들이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환경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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