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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 『앞으로 50년』(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 생각의나무 刊)과 『링크』(A.L. 바라바시 지음/
책산책 : 『앞으로 50년』(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 생각의나무 刊)과 『링크』(A.L. 바라바시 지음/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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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2:58:52

세계는 천천히 바뀌어왔다. 해와 달, 물과 바람이 주로 그 일을 했으며 사람들이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고작 대륙과 산등성이에 생채기나 냈을까. 하지만 요즘은 인간이 지구를 들었다 놓는다. ‘앞으로 50년’이란 제목의 책은 가슴이 싸늘해지는 미래의 사회상을 과학자들 25명이 조심스레 예측해보고 있는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옥스퍼드대 리처드 도킨 교수는 2050년이면 동물의 유전체를 컴퓨터에 입력해 그 동물의 형태뿐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조상들이 살던 세계 즉 포식자나 먹이, 기생체나 숙주, 둥지터, 심지어 희망과 두려움까지 재구성해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MIT 인공지능연구소 로드니 브룩스 소장은 더 섬짓한 소리를 한다. 미래에는 태아를 잉태하는 순간에 성별은 물론, 신체적, 인격적, 정신적 특성까지 선택, 배제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의 전문가들이 예언자나 된 것처럼 들떠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조심스럽다. 인간의 몸에 전자 회로를 이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구체적인 수준으로 내려가서 언제, 어떻게, 무슨 이유로 복제나 전자 회로 이식이 이뤄질 것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은 과학이 바꿔놓을 미래환경이 미칠 정치적·사회적 함의도 함께 살피고 있다. 가령 브룩스 소장은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면서 파괴주의와 테러리즘을 수반할 것이라 주장하고, 스탠퍼드대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는 아무리 과학과 의약학이 발전하더라도 전통적인 가정과 이웃이 해체되면서 우울증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링크’가 보여주는 미래는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다. 네트워크 과학의 창시자 A. L. 바라바시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모든 개체는 서로 연결돼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네트워크 사회의 약점은 인자들을 연결하는 몇몇 허브를 공략하면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는 데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00년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야후가 15세 소년의 간단한 해킹으로 마비돼버린 일은 충격적이지만 적절한 사례가 된다.

우리는 점점 더 급격히 변해가는 인식론의 바다를 헤쳐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선진과학자들이 이 실무를 추진하고 온갖 걱정을 도맡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생활세계까지 거대한 변화의 진동이 느껴진다. ‘링크’의 네트워크 사회가 과연 인류를 옭아맬 올가미가 될 것인지, 아니면 유전학의 가공할 발전이 다윈의 진화학을 넘어 인류의 존재론적 한계를 넓혀줄 좋은 계기로 작용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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