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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에 관한 폭력적 재구성” vs. “학술과 대중간 괴리가 문제”
“위안부에 관한 폭력적 재구성” vs. “학술과 대중간 괴리가 문제”
  • 교수신문
  • 승인 2015.06.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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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젊은 역사연구자들의 목소리 담은 <역사문제연구>33호

2013년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내놓은 『제국의 위안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사법부의 판매금지 판결로 인해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든 후 온라인·SNS 상에서 책과 저자에 대한 논의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역사연구자들이 ‘집담회’ 형식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집담회는 지난 3월 13일(금)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김헌주(고려대), 백승덕(한양대), 전영욱(서울시립대), 최우석(성균관대) 등 젊은 역사 연구자들이 논의를 자처했다.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여성들이 민족수난의 아이콘으로 재현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성역화 돼버린 데 대한 비판의 필요성에 동조하면서도 이들 젊은 연구자들은 왜 박 교수의 저작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걸까. 최근 발행된 <역사문제연구> 33호(역사문제연구소, 소명출판 刊)에서 집담회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집담회 주요 대목을 발췌했다.


전영욱: 이 책의 가장 큰 모순이라고 느꼈던 부분인데요. 이 책의 문제의식은 민족의 이름으로 단일한 표상이 돼버린 위안부들을 개인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일 텐데, 만약 이 책을 여성사 연구의 일환으로 위치시킬 수 있다면, 저자가 자신의 문제의식을 논증한 다음에 하는 일이 참 이상하죠. 이렇게 돌려놓은 개인들을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위해 동원하고 있거든요. 이는 지금까지 여성주의가 쌓아왔던 많은 업적들을 모조리 무너뜨리는 모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승덕: 이 책을 비판하면서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은 역사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인데, 여기에는 아직 답이 없는 것 같아요.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죠. 저자는 당사자는 지금 나눔의 집에 있는 할머니들이 아니라 자기가 접한, 자기가 알고 있는, 국민기금을 받았지만 말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당사자라고 하는 것이죠. 이런 관점이 일단 점검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사자를 어떻게 재현할 것이냐 할 때 저자처럼 동지적 관계로 재현하고 이런 성격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짜 모습이라고 하는 식의 서술방법이 가장 큰 문제인데, 역사학도 이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최우석: 저자는 스스로 돌아보길 바라요. 학자가 연구 대상을 서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힘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긴장이 없어요. 본인은 학문의 자유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학자는 세상을 재구조화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는 것을 통해서 남들에게 어떤 상을 제시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예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매우 폭력적으로 위안부들에 대해 서술하는 대목이 너무 많고, 특히 한국 정대협에 대해서는 지원단체가 애초에 다양한 역사의 기억을 다 없애고 하나의 단일한 기억만을 만들려고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잖아요? 사실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상을 이만큼 만든 건 정신대연구소와 정대협에서 그만큼 노력해서 『증언집』도 냈던 결과예요. 본인도 이 『증언집』에 의거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데, 오히려 아이러니컬하게 저들이 기억을 다 없앴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저자 본인은 스스로가 얼마나 권력적인지 알아야 하는데, 남들에 대해서는 매우 쉽게 말하면서 자신의 해석에 대해서는 어떤 게 폭력이고 폭력이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하고 있어요.


김헌주: 우리가 저자를 많이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저자에게 쏟아지는 대중적 비판의 내용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예컨대 박유하와 문창극의 역사관은 명백히 다른 것인데, 그런데도 똑같은 방식으로 ‘친일파’, ‘죽어라’라고 비난한단 말이에요. 대중들은 저자의 글과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다른 글을 똑같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그 지점들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거지요. 실제로 필요 이상으로 욕먹는 것도 있어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책은 연구서가 아니고, 저자는 이 부분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 책은 겨냥하는 게 애매해요. 왜냐하면 정신대와 위안부가 다르다는 건 연구자라면 다 알잖아요. 20만 명이 과장됐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대중들에게 이런 이미지가 박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지점에 서 있는지가 어정쩡해요. 그리고 이 문제는 저자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술적 차원의 상식과 대중적 상식의 괴리감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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