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2:20 (목)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윤대성 창원대 명예교수·민법학
  • 승인 2015.06.08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칼럼] 윤대성 창원대 명예교수·민법학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수요자 중심이니, 기업의 수요에 맞춰야 하느니하는 것이야 말로 대학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세속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

교수신문> 782호(5월25일자) 1면에 실린‘2023년까지 대학교수 TO 1만 개 사라진다’는 분석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취업중심의 대학 구조조정이 지속될 경우 10년 안에 교수직 1만 개가 사라진다니…. IT의 발전이 차세대 교육방법론의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개강의가 본격적으로 국내대학에도 도입되고, 교수의 역할이 취업중심의 교육에 편중하게 되면,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교수들의 생존과 맞물려 대학교육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두 세기 전에 니체는‘신은 죽었다’고 외치면서 절대적인 신이 없는 세상의 세속화를 내다보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새로운 환경의 변화(세속화)라는 벽에 맞서게 됐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은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탁월한 지성을 품은 상아탑으로서 오늘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세상을 이끌어가야 한다. 대학이 세상의 세속화에 휩싸여 허둥댄다면 그것은 이미 대학이 아니다. 세상이 취업을 바란다고 취업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은 외주를 받아 부품을 생산하는 수급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취업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은 다시 원도급자의 횡포, 갑질에 의해 또 휘청거릴 것이다. 그런 대학은 갑질에 의해 문 닫는 수급업체처럼 끝내 문을 닫고 말 것이다. 그것이 시장바닥의 논리가 아닌가! 온라인 공개강의도 강의방법이라는 방편의 변화일 뿐이지 그 교육내용은 여전히 깊은 연구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온라인 공개강의가 이뤄지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ICT 또는 DT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모든 분야가 변화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대학은 이미 실험적으로 행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론 글자에서 이미지로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장 힘들었던 1950~1960년대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해방된 이후 혼란 속에서 전쟁까지 치렀다. 폐허에 가까운 절박한 상황에서도 대학은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상아탑으로 우뚝 서 있었다. 당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었고, 더욱이 취업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때였다. 그럼에도 대학은 우리에게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꿈을 갖고 노력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일어서게 됐던 원동력이다. 그것이 바로 대학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아닌가.

세상이 아무리 세속화되더라도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수요자 중심이니, 기업의 수요에 맞춰야 하느니 하는 것이야 말로 대학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천박하게 세속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이 세상을 이끌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학을 너무 많이 세운 것도 문제다. 그러나 교육은 시장이나 경제의 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적어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지향했던 바와 같이 기본이 바로 선 교육을 통해 세상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창의적이고 우아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대학에서는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는 기초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각 분야의 학문 기본원리를 이해해 탁월함을 추구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언제나 있던 세속화된 유행에 대학교육이 민감하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앞으로도 본래의 자리에서 연구와 강의를 통해 세상을 밝히고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에서 교수들이 그 중심에 서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만이 급변하는 지구의 한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지탱할 힘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윤대성 창원대 명예교수·민법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