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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南北관계, 공동학술작업이 물꼬틀까
경색된 南北관계, 공동학술작업이 물꼬틀까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6.0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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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월대 발굴 … 南北 학자 6개월간 머리 맞댄다

고려 500년 왕실의 궁궐을 복원하는 발굴사업에 남북 학자 40여 명이 공동조사키로 해,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그림의 노란색 부분이 남북공동발굴조사단이 오는 11월까지 공동발굴키로 한 구역이다. 출처: 문화재청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북한 개성의 만월대 유적 발굴에 남북공동조사단이 착수식을 갖고 첫삽을 떴다. 고고학자를 비롯한 남북의 학자 및 전문가 40명(남북 각 20명)과 북측 현장인부 30명이 투입돼 오는 11월 30일까지 6개월간 공동작업을 하게 된다.

이번 남북 공동발굴조사는 남측의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와 북측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발굴단이 참여한다. 조사대상은 고려 궁성의 서부건축군 구역(약 3만3천 제곱미터) 중 왕실의 침전인‘만령전’추정지로, 최소 4천~7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구역이다.

고려의 正宮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에 속하는 개성 만월대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차에 걸쳐 공동조사를 진행해오다 5·24 대북제재조치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중단된 바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정부는 만월대를 비롯,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등 공동학술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난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던 5·24 대북제재조치 해제의 정지작업이라는 말도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교류협력을 바라보는 남북 간 관점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만월대 이외의 가시적인 학술교류사업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북측은 5·24대북제재조치, 금강산관광 재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정치·군사적 문제에 선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남측은 비정치적인 영역에서 사회·문화적 교류만 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관계가 악화될수록 학자들 간의 순수한 학술교류만이 남북 경색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학술교류로 풀어가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남북 민간학술단체에서 실무를 경험했던 한 관계자는“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면서도“학자들 간의 공동연구가 지속돼 교육·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남북관계가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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