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8:40 (토)
“정년트랙전임 100% 확보·연구강의교수제 도입해야”
“정년트랙전임 100% 확보·연구강의교수제 도입해야”
  •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 승인 2015.06.01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교수가 바라본 시간강사법, 해법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교수노조)은 시간강사법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간강사법 시행령 공청회 점거농성, 수개월에 걸친 교육부 및 시내 농성과 삭발, 각종 집회와 국회순회 투쟁 등을 진행했다. 2012년 11월 마침내 시간강사법이 실시되지 못하도록 하는 유예법안을 통과시켰다. 2013년에도 한 번 더 시간강사법 시행유예법 국회 통과를 관철시켰다.

교수신문의 세 차례(2011년, 2013년, 2015년 5월 교수잡 사이트 이용자 조사)에 걸친 조사결과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이러한 활동이 옳았음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비정규교수노조의 대안인 연구강의교수제의 핵심 사항들에 대해 대다수 비정규교수가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일러스트 돈기성
먼저 현행 시간강사법 시행에 대해 비정규교수 대다수는 일관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시간강사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1년 5월 조사에서는 65.2%가 반대했고 시간강사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의 문제점이 공론화 된 2013년 5월에는 81.2%가 반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72.1%가 반대의사를 보였다.

비정규교수노조가 강조하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계열별 100% 확보’ 법률화에 대해서는 79.4%가 찬성(2013년 84.1%)했다. 전임교원확보율에 정년트랙 전임교원만 반영하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81%가 동의(2013년 86.8%)했다.

연구강의교수제의 특징인 ‘명예교수를 제외한 모든 비전임교원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등의 비정규교수제도 통합 운영’에 대해서는 85.6%의 찬성률(2013년 75.8%)을 보였다. 현행 비정년트랙교수제도 유지에 대해서도 65%가 반대(2013년 63.7%)했다.

이는 비정규교수 문제가 시간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사자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시간강사법 해결의 열쇠는 특정집단에 대한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풍선효과를 방지하는 보편적 접근이고, 정규교수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명칭에 대해서도 강사가 아니라 ‘교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이번 조사에서 ‘시간강사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어떤 명칭이 되건 교수라는 명칭을 부여한다’에 81.0%가 찬성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연구강의교수로 명칭을 부여한다’에 80.1%가 찬성 의사를 보인 바 있다.

고용안정에 대한 욕구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비정규교수들은 평가가 객관적이라야 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재계약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3년 조사에서는 ‘연구실적·강의평가 등 객관적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재계약’하자는 주장에 93.8%가 찬성했는데 응답자 수가 당시의 2배에 가까운 이번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찬성 93.8%)가 나왔다. 참고로 비정규교수노조의 연구강의교수제는 2010년부터 ‘2~3년 단위 계약’과 ‘정규교수와 엇비슷한 일종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재계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를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일관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임금·근로조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하며, 비정규교수에게 어떤 형태로든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조사에서는 ‘고등교육재정 확충해 전임교원 대폭 충원’(39.2%), ‘강사 최저임금제도 도입’(24.1%), ‘초중등 사립학교 교사 급여 지원처럼 사립대 강사 급여 정부 직접 지원책 마련’(11.4%) 등을 정부가 주요하게 할 일로 꼽았다. 당시 ‘강사 대상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지원 증액’을 꼽은 사람이 0.9%에 불과했다는 점은 비정규교수 대다수가 보편적 접근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제 답은 나왔다. 국회가 비정규교수들의 외침에 화답해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노조의 ‘의식화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비정규교수 일반의 72%가 현행 강사법 시행을 반대한다. 80%가 넘는 사람들이 비정규교수노조의 연구강의교수제 핵심 사항들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회는 연구강의교수제를 전면 검토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입법해야 한다.

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시간강사법 시행을 중단하는 법부터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공을 더 이상 교육부로 넘기면 안 된다. 지난 1년간 교육부는 TF를 구성한다면서 시간을 끌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핵심 이해당사자인 비정규교수노조는 사측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부의 TF 참여 자체를 거부해 왔다. 2011년 시간강사법을 고안하고 통과시키는 데 전력을 다한 교육부가 아니라 국회가 나서야만 문제가 해결된다.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강사단체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교수노조는 현행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고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일단 법이 시행되면 바로 잡기 어렵다. 악법의 소지가 있는 법이 시행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반면 일부 강사단체는 지난 2월부터 현행 강사법을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시행하고 나중에 보완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안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불가능한 얘기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은 없다. 연구강의교수제로 강사들의 신분과 처우가 더 나아지든지, 시간강사법으로 더 나빠지든지 둘 중 하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문의 성숙을 위해, 대학원 활성화를 위해,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용기있게 나서기 바란다. 대체입법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없다. 지금 바로 착수해야 한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