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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생물종에 의한 국내 생태계 변화 (上) : 식물생태계
외래 생물종에 의한 국내 생태계 변화 (上) : 식물생태계
  • 교수신문
  • 승인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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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31 00:00:00
 ◇ 서울 남산 숲 속에 집단으로 자라고 있는 미국이 원산인 흰꼿 서양등골 나물.
이경재/ 서울시립대·조경학

요즈음 서울 남산 길을 따라 산책하노라면 숲 속에 메밀꽃 같이 하얗게 꽃이 핀 초본 식물이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얀 꽃도 예쁘지만 군락으로 자라고 있어 사람들은 가을꽃맞이에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식물이 미국이 원산인 서양등골나물이다.
서울 국철구간인 청량리-용산구간 전철은 지상부를 달리는데 청량리에서 전철을 타고 차창 밖을 보면 기차길 양옆으로 키가 4∼10m 정도인 복엽의 나무가 수없이 서 있는데 중국원산의 가중나무이다.
몇 년 전 환경부장관까지 나서서 잡았던 황소개구리가 요즈음 더 이상 매스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저절로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방생하면서 호수와 강에 풀어놨던 미국원산의 붉은귀거북이가 육식성 동물이라 황소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황소개구리가 많이 없어졌지만 우리 자생종 물고기까지 먹어 치우고 있어 결코 좋게만 평가할 수는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1980년대 이후에 외래 생물종들이 우리 국토에 급격하게 번져 나가면서 생태계에서는 큰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외래 생물종 중에서 우리 자연생태계에서 적응해 생육하는 종을 歸化種이라고 하는데, 이런 귀화종이 번져 나가는 것이 문제이다. 귀화종의 문제는 식물과 동물생태계에서 관점이 약간 다르기도 하지만 생태계의 구성종이라는 관점에서 귀화생물을 생각해야만 한다.
식물생태계에서 귀화종이 생육하는 장소는 생태계가 훼손된 지역으로서, 쓰레기 매립장, 콘크리트로 공사돼 인공화 된 하천둔치, 도로인근, 논과 밭두렁, 마을인근, 공업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소는 자연생태계가 훼손돼 토양이 척박하고 건조해 자생식물은 사라지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귀화식물이 자리를 차지하는데, 좁은 국토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토지개발이 계속 늘어나 귀화식물 생육면적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시 산림생태계, 특히 서울 도시림 내부에 지금까지 30년 이상씩 보호해 왔던 장소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서양등골나물이 창궐하고 있다. 도시가 건조해지고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환경오염물질로 토양환경이 악화돼 자생식물은 사라지고 귀화식물 생육면적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귀화식물은 대부분 독한 항생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이런 식물을 먹고사는 곤충, 초식동물 등의 소비자가 출현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 토양이 새로운 생태계에 대해 생산자 역할을 담당할 수 없으므로 자연히 귀화식물은 생물종 다양성의 원칙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귀화식물 분포면적이 계속 늘어간다는 것은 우리 국토 자연생태계가 온전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의 서식처인 자연생태계가 이상현상을 보일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귀화생물은 대부분 독한 항생물질을 포함하고 있기에 새로운 신약물질을 추출해 이용할 수가 있으므로 나쁘게만 여길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귀화생물이 자생지인 선진국에서 신약물질 개발을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인가?
귀화생물종은 우리 생태계의 자생생물종과 항상 경쟁하다가 환경이 조금만 나빠지면 자생종의 생육지와 서식처를 빼앗는 형태로 번식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귀화생물종의 무차별적인 번식으로 우리의 자연생태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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