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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의 현실과 지향
한국어 교육의 현실과 지향
  • 한영목 충남대 명예교수·국어학
  • 승인 2015.06.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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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한영목 충남대 명예교수·국어학

"대부분의 한국어교원은 시간강사로, 처우가 대학강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처우개선은 사기와 의욕, 자긍심, 나아가 위상 제고와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목원대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충남대 평생교육원에서‘한국어강사’양성과정을 개설했다. 현재에 이르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관련을 맺게 됐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어 교육은 아주 미미했다. 지금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만 보더라도 학위과정(학점은행제 포함) 176곳과 비학위과정 186곳으로 개설돼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한국어교원’양성기관의 성장은 한국어 학습자의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한국어 현상은 한류와 경제 성장에 따른 국력 신장의 여파로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학생과 다문화 가정의 증가 등으로 활성화됐고, 외국에서도 한류열풍으로 한국어 열기가 대단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제고는 한국어 학습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속적인 한류의 재생산과 국제화는 한국어 세계화의 필수 요인이므로 정부는 한국어 교육을 적극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처 학습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 단기 양성과정을 통해 한국어 강사를 배출했다. 또한‘국어기본법’을 제정하고‘국어기본법시행령’을 마련해 한국어교원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며 한국어 해외보급에 매진하고자 노력했지만, 한국어 해외보급 기관에서는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정부의 능동적인 전략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라도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한국어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교수·학습은 학습자와 교사, 교재를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기관마다, 학교수준의 교육과정에 따라 교재는 다양하지만 문법체계나 학습 내용 등이 서로 상이해 한국어 학습자들의 고충이 크다. 국립국어원은 한국어 교육과정을 제정하고, 각 교육기관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어교원들은 다양한 보조 교재를 활용하고, 학습자와 교사 상호작용 중심의 학습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한국어교원은 시간강사로 처우가 대학강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 사람이 여러 곳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많은 강의를 담당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한국어 교육박사 학위자도 많이 배출되고 있어 한국어교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어교원의 처우개선은 사기와 의욕, 자긍심, 나아가 위상 제고와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한국어 교육기관은 깊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비학위과정 수료생은 120시간 이상을 이수하고, ‘한국어교육검정능력’시험을 거쳐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교부받고 있다. 그러나 학위과정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학부나 대학원, 학점 은행제 등에서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2~3급을 수여한다. 교육기간이 짧은데 많은 사람들을 배출하다 보니 한국어교원의 양적 팽창, 검증되지 않은 질적 수준이 문제가 된다. 이제는 학위과정도 자율로 설립·운영하고, 정원을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자격증을 남발한다면 국제화 시대의 한국어 교육과 교원에 대한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학위과정수료자도 소정의 국가 자격시험을 거쳐 그 자질을 검증해야 한국어교원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더불어 한국어 교육의 미래를 한층 밝게 전망할 수 있다.

한영목 충남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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