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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로 한순간에 벼랑끝 서게 된 교수들의 呼訴
폐교로 한순간에 벼랑끝 서게 된 교수들의 呼訴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5.26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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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과 교권,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

나이 많아 재취업 어려워 …“교직원 보호 대체입법 마련 시급”

교육부로부터 폐쇄명령이 내려진 대학 구성원의 생계를 도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명신대, 성화대, 벽성대학 등 폐교대학의 교수와 직원들은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교 이후 정부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수많은 교수와 직원들이 실업자로 전락한 상황이다.

명신대, 성화대, 벽성대학 등 폐교대학의 교수들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대학 구조조정과 교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재취업의 길이 막힌 막막한 현실을 토로했다.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이하 전대련)와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이들은 신분 보장과 조기 퇴직에 따른 보상 등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했다.

교수들은 비리사학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교권보호를 방기한 교육부를 비판했다. 홍성학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충북보건과학대학)은 “폐교대학 교직원을 보호하는 대체입법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폐교대학 교직원의 국·공립대 전환 복직과 미지급 급여 문제 등에 교육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대학평가 하위 15%(혹은 경영부실대학)에 속한 △건동대 △경북외대 △명신대 △벽성대학 △성화대학 등 6개 대학에 폐쇄명령을 내렸다. 비리를 일삼거나 부실한 경영을 한 법인이 물어야 할 책임을 교수와 직원들이 물고 있다는 비판은 수차례 제기돼왔다. 교수들은 “교육부가 재단비리를 대학부실로 몰아 폐쇄명령을 내리면서 대학 당 수백명의 교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폐교 이후 대학 시간강사로 전락하거나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격앙된 일부 교수들은 “폐교에 이르게 된 배경엔 교육부의 무계획적 졸속행정이 한몫했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성화대학의 경우 지난 2010년 사립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8개 평가지표 중 ‘재무회계’항목만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나머지 7개 평가지표는 ‘상·중’등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폐쇄된 명신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2008~2009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덕재 전 성화대학 교수는 “폐교직전까지 ‘우수대학’으로 선정해 국고를 지원하더니 이듬해는 폐교 조치했다. 교육부는 정책적 모순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폐교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폐교과정에서 학생들에겐 특별편입학을 인정해줬지만, 교원의 신분보호에 관해선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모른 척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72조(학교의 폐쇄)에 ‘학교의 폐쇄를 명한 때 당해 명령을 받은 날부터 3월 이내에 재학생과 학교기본재산의 처리상황을 기재한 서류와 학적부를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하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교원의 신분이나 자격에 관한 사항은 없다는 이유였다.

교수들은 폐교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국공립대 혹은 정부책임형 사립대로 전환해 교직원을 보호해줄 것을 제안했다. 홍성학 수석부위원장은 “대다수 OECD 국가의 대학생들이 국·공립대나 정부책임형 사립대에서 공부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일반대학의 82.5%(2013년 기준)가 사립대다. 재정부실 사립대를 국공립대로 전환하면 국립대를 신설하면서 투입될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패한 사학재단에 임시이사를 파견해 내실 있는 대학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수들은 폐교 이후의 후속조치와 교직원의 재취업 등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주연 전 명신대 교수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폐교정책은 지양돼야 한다”며 “(폐교대학의 교수로서도) 대학 구조조정 자체는 동의하지만, 해당 대학의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또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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