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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不在’사태와 교육부 책임론
‘총장 不在’사태와 교육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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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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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영수 발행인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를 지나다보면 특이한 플래카드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총장을 선임해달라’는 한국방송통신대 교정에 붙은 플래카드가 그것입니다. 지금 국립대 가운데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세 곳에는 지난해부터‘총장 부재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총장이 없다고 당장 대학 행정이 마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총장직무대리 체제로 어느 정도 시계를 돌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총장직은 대학 안팎으로 상징적인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현상 유지 차원이 아닌,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는 구심점입니다. 일부 국립대에서 나타나는 총장 부재 사태는 일차적으로 교육부에 책임이 있습니다.

국립대학인 공주대는 지난해 7월, 한국방송통신대는 9월, 경북대는 12월에 학교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들이 교육부로부터‘구체적 사유’없이 임명을 거부당했습니다. 교육부가 이들 대학에 보낸 공문서에는“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총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설명만 있을 뿐입니다. 교육부는 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인사위원회 회의록, 인사위원 명단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가를 집어삼키고 있는 거대한 구조조정 태풍 경보가 울린 지도 꽤나됐는데 이들 국립대 최고 首長을‘빈자리’로 남겨두고 있는 교육부의 처사는 불필요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2013년 4월 도덕성 의혹, 같은 해 11월 논문표절 의혹 등에 휩싸여 박근혜 정부 2년 새 네 번이나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거부당한 끝에 올 2월 김성조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외부 영입’총장으로 맞은 한국체육대의 ‘총장 임명’과정 보면 그런 의혹을 부정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일은‘직선제’국립대 총장 선출제도를 벗어던지면서 일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총장 직선제가 학내 정치와 온갖 이해관계 갈등을 부추긴 측면도 있지만, 이것 때문에 민주적 선출이라는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의 긍정적 측면을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직선제가 무조건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최소한 직선제 속에는 이와 같은 민주적 요소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립대 총장 임명은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인사 사항입니다. 직선제 폐지 이후 총장 임명은 이제 전적으로 교육부의‘결정’에 달려 있는 문제가 됐습니다. 나라일 전체로 동분서주하는 바쁜 대통령이 일일이 국립대 총장 임명에 나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교육부가 본연의 일에 충실하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입니다. 2006년 이후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거부한 사례는 모두 14건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건이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의 특성상,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더욱 투명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에 따른 정신적 소모는 대학 구성원 전체를 피로하게 만들뿐 만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불이익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실제로 10개월간 총장부재 사태를 겪고 있는 경북대 총학생회는 공주대·방송통신대 총학생회와 공동으로 오는 28일 교육부를 방문해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누가 대학 수장으로 적격인지를 엄격히 따져, 책임과 소신을 갖고 대통령의 재가를 이끌어내는 게 교육부가 할 일입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는 대학을 피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직선제가 사라진 국립대, 그래도 투명성과 합리성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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