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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파 교수들, 독창적 논문 생산 어렵다”
“미국 유학파 교수들, 독창적 논문 생산 어렵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5.1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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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경희대 교수, 15년에 걸쳐 유학파 지식인 실체 추적

 

지금 한국 학계에 한 권의 책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소문으로, 또는 추문으로 흘러 다니던 한국 엘리트 지식인 집단의 구조적 한계와 ‘지식권력의 글로벌 작동’을 해부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사진)가 내놓은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돌베개 刊)이 그것이다.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이 학계와 기업에서 어떻게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지 15년에 걸쳐 추적한 작업이다.

 


저자는 ‘절충적 질적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와 두 단계의 질적 면접에 기반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1999년부터 2005년 사이 미국에 있는 한 연구 중심 대학에서 50명의 미국 유학생을 인터뷰했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대학과 기업에 취업한 80명을 인터뷰했다.
특히 김 교수는 ‘미들맨 이론’을 통해 미국 유학파 엘리트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어떤 상황과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학벌사회의 최상위에 있는 한국 엘리트 지식인 집단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밝혀냈다. 저자는 “한국 대학과 학계의 모순을 해체하고 그 체제를 재구성하는 단초”를 발견하고, 한국 지식인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과학주의’가 통용되며, 개방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부르디외의 용어를 빌려온 저자는 한국과 미국 대학 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 유학파 엘리트 지식인을 ‘지배받는 지배자’로 규정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유학파는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그들의 문화자본은 자생적이고 주체적이기보다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를 체현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면서 미국 학계에 종속돼 있는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식민성을 지적한 셈이다. 미국 대학의 학문 체제와 헤게모니에 의해 지배되는 이중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이 바로 ‘트랜스내셔널 미들맨 지식인’이다.


그렇다면 이들 미국 유학파 엘리트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할까. 저자는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학의 글로벌 위계와 한국 사회의 폐쇄적인 학벌 체제의 결합을 지적한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작동하는 대학의 위계 관계와 로컬 차원에서 작동하는 학벌 체제가 공히 미국 유학파가 한국 사회에서 우월한 지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는 실력주의와 과학주의를 거부하는 ‘사회적 폐쇄(social closure)’가 한국사회에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들 ‘트랜스내셔널 미들맨 지식인’이 특유의 트랜스내셔널 위치성으로 말미암아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유학파의 “연구 활동은 트랜스내셔널 구조를 지니는데, 한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모순적인 상태에서는 연구에 대한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학문의 트랜스내셔설 상황으로 인해” 독창성 있는 창의적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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