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6:00 (금)
제780호 새로나온 책
제78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5.12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다른 많은 관찰자들과 달리 EU가 약화된다는 가정이 국민국가들을 강화시키기보다는 그 반대의 시나리오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EU는 단일 시장과 확대 프로젝트를 통해 회원국들의 경제성장을 도왔다. 그리고 EU는 수많은 정책 실패에 대한 손쉬운 변명거리가 돼줬다. EU와 회원국들의 약화는 도시와 지역, 비정기구들(NGO)과 같은 다른 정치 주체들을 강화할 것이다. 그 결과 국경은 더 흐릿해지고 정치적 소속감은 갈수록 쪼개질 것이며 행정권은 훨씬 넓은 범위로 겹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신중세주의’라 부른다.”

- 얀 지엘론카 옥스퍼드대 교수『, 유럽연합의 종말: EU는 운을 다했는가?』(신해경 옮김, 아마존의 나비, 2015.5) 중에서

■ 경관고고학, 매튜 존슨 지음, 오세연 옮김, 사회평론, 302쪽, 25,000원

경관(Landscape)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경관고고학(Landscape Archaeology)은 1990년대 들어 영국을 비롯한 서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심을 덜 받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유의 전원 풍경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영국을 배경으로 경관고고학이 태동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폭넓게 다룬 입문서다. 또한 경관고고학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고고학 연구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보이는 실제 자료와 이론의 문제, 문헌 기록이 남아 있는 시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고고학 자료의 역할과 범위에 관한 문제 등 학문으로서의 고고학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고고학 자료의 해석 방법, 경관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지도, 항공사진, 도면의 활용 예를 제시하고 있어, 고고학 전공자나 평소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과학 기술 정책: 이론과 쟁점, 박범순·김소영 엮음, 한울, 480쪽, 39,000원

과학이 부유한 지식인들의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서 국가의 전략 사업이 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 2차대전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국방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떠올랐고, 그 시점부터 국가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국가 전략 사업이 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가 부각됐다. 결과적으로는 세금으로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니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가 대중에게 자신들의 작업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과학의 민주화가 요구됐다. 또한 원칙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성과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외교적인 문제도 관련됐다. 혹은 현재의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아니라 초국가적인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도 등장한다. 각각의 주제에서 어떻게 과학기술정책이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과학기술정책의 역할과 기여를 엿볼 수 있다.

■ 내가 사랑한 지구, 최덕근 지음, 휴머니스트출판그룹, 244쪽, 15,000원

현재 지구의 움직임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이론은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구 겉 부분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졌으며, 판들의 상호움직임에 의해 지진이나 화산 등 여러 지질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판구조론은 지질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판구조론이 없는 지질학은 과학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지구를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지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생물학에서 진화론이 차지하는 위상과도 같다. 지질학이 19세기 상류 사회의 고급 취미활동에서 진정한 과학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판구조론이 등장한 1970년 이후이다. 이처럼 판구조론이 지구과학의 핵심이론으로 등장하기까지 수많은 학술적 논란과 과학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인 저자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지질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재치 있는 입담으로 땅덩어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 네트워크의 지리학, 허우긍·손정렬·박배균 엮음, 푸른길, 336쪽, 22,000원

최근 네트워크의 사회과학적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지리학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점점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되고 있는 네트워크가 지리학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 그간 어떤 방식으로 이용돼 왔는지를 정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전체 1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의 성격에 따라 총 5개의 부로 묶여 있다. 먼저 제1부는 네트워크 분석법 및 네트워크 체계를 평가하는 데 일반적인 척도로 활용되는 접근성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제2부는 지리학에서 네트워크 개념의 모태가 된 교통 분야, 그리고 현대 사회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온 정보통신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조망해 본다. 제3부는 교통의 연장선상에서, 특히 화물의 이동과 관련된 물류의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4부에서는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학문적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제적 관계에 기초한 네트워크들을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제5부에서는 사회를 읽는 새로운 시각으로서 네트워크를 다루는 논의들을 담고 있다.

■ 문화 심리학: 동양인, 서양인, 한국인의 마음, 한성열·이누미야 요시유키 외 지음, 학지사, 592쪽, 23,000원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문화’라는 개념이 사회과학, 특히 인류학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중요한 변인이 됐지를 살펴보았다. 더불어‘문화’와‘심리’가 어떤 필요성에 의해,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문화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났는지 살폈다. 둘째, 서양의 문화심리학을 소개함과 동시에 동양, 특히 일본과 한국의 문화심리학을 소개했다. 이는 서양에 치우친 심리학적 연구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는 학문적 노력의 일환이다. 셋째, 오랫동안 한국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온 유교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한 노력들을 조명했다. 국내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는 거의 모든 심리학 교재가 미국 책을 번역했다는 것, 한국 학자에 의해 집필됐다고 해도 대부분 넓게는 서양, 좁게는 미국 위주의 심리학 연구를 소개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한국 심리학자에 의해 집필된 최초의 문화심리학 저서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우리 뇌다: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뇌, 디크 스왑 지음, 신순림 옮김, 열린책들, 568쪽, 25,000원

우리는 누구인가? 세계적인 뇌 과학자 디크 스왑의 답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 뇌다. 뇌는 우리 몸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스왑은 우리가 자궁 안에서 태아로 있을 때부터 성인기를 거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뇌가 삶의 매 단계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에 미치는 영향, 다시 말해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설명한다. 스왑은 이제 뇌 연구가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왜 현재의 우리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왑에 따르면,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스왑은 뇌가 자궁 안에서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살아가는 내내, 그리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평생 하는 일을 놀랍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보여 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