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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2+4년 입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上)
약대 2+4년 입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上)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5.11 14: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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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단절 부르는 기초과학 인재 유출 … 지방대에도 불똥 튀었다

<교수신문> 779호(5월 4일자) 대학정론에서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과)이 약대 입시제도 개편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약대 입시제도 문제가 본격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약대의 개방형 2+4년 입시제도가 약학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될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9년 약대 입시제도가 개편된 이후 발생한 문제점 진단과 제도 개선 대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약대 입시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는 ‘약대 2+4년 입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다루고, 다음호에서는 약대 입시제도와 관련한 전문가 제언을 들어본다.

약대는 지난 2009년 기존 4년제에서 교육과정을 개편해 2+4년제, 즉 개방형 6년제를 도입해 2011학년도부터 학생을 모집했다. 새로 개편된 약대 입시제도가 기초과학 전공자의 이탈로 이어지며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약대 내부에서도 개방형 6년제에 대한 볼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약대를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른 학과로 입학해 대학 2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이하 PEET)을 통과해야 한다. 다른 학과에서 기초소양 교육 2년을 이수하고 약대에서 전공교육 4년을 밟는다.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학생들을 폭넓게 모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과연 이것이 약대의 전문성을 강화시킬지는 의문이다.

약대가 개방형 6년제로 개편된 이유는 임상과 실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의무약사 제도를 실현하고, 보다 전문적인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6년의 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약사회에서 의무약사를 위해 의대와 비슷하게 6년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참여정부 때 처음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약대 교수들도 보건복지부도 반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때 교육부가 교과부로 바뀌면서 어수선한 틈에 개방형 6년제 제도가 통과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와 약사가 진단과 처방을 분업하는 의무약사 제도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덕환 교수는 “의무약사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같은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드물다. 특히 내과는 치료의 핵심이 처방이다. 의무약사 제도가 시행이 되면 의사는 환자 상태만 파악하고 약을 고를 수 없게 되는데 의사와 약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진단과 처방을 분업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4년제로도 충분한데 교육과정을 6년으로 무리하게 늘렸다는 의혹도 있다. 4년 학부를 마치고 진학하는 의학전문대학원과 달리 학부 2년을 마치고 약대로 편입하는 방식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교양 교육이 대부분인 1학년 학생과 전공기초에 입문한 2학년 학생에게 기대할 수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약대 입시제도가 6년으로 개편되면서 실험실습 비중도 함께 강조됐다. 그러나 정작 실습할 곳은 부족하기만 하다. 약대의 실무실습은 필수 실습 800시간, 심화실습은 600시간으로 1천4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실습을 위해서는 대학병원 등 외부공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실습처가 부족하다보니 일부 약대에서는 학내에
서 연구 심화실습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한정환 성균관대 교수(약대)는 “부속병원이 없는 대학은 특히 힘들다. 대학병원에서도 비용적인 문제 등을 들어 실습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라고 사정을 지적했다.

그러나 손의동 대한약학회 회장(중앙대)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시행 초기단계이므로 문제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손 회장은 “실습 교육의 교범이 될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실습처를 확보하고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PEET에 맞춰 학과공부
무엇보다 약대 개방형 6년제 시행으로 화학, 생명과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전공자들의 학과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약대에 진학하려면 화학, 유기화학, 물리, 생물 등의 PEET를 응시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화학과, 물리학과, 생물과학과 등 PEET에 유리한 학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정환 교수는 “약대생의 대부분은 화학과와 생명과학과 출신이다. 이들이 95%이상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의 화학과, 물리학과, 생명과학과 등은 약대로 진학하기 위해 거쳐가는 ‘징검다리 학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화학과의 경우, 재학생의 절반이 약대로 진학하는 현상이 발생해 정상적인 학과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2014년 기준 서울 소재 ㄱ대 화학과는 학과 정원 120명 중 절반 가량인 59명이 약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알리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의 경우, 화학과 중도 탈락 학생비율이 각 대학 전체 중도 탈락 학생 평균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도 탈락생 모두가 약대로 진학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약대 진학도 이 수치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따져보면 기초과학 전공자의 이탈율은 높다고 추측할 수 있다.

대학알리미에서 서강대의 화학전공 중도 탈락 학생수(자퇴생)를 추적해보면, 2011년 17명(5.9%), 2012년 12명(4.2%), 2013년 21명(7.1%)이 자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강대의 중도 탈락 학생 평균은 2011년 1.9%, 2012년 1.6%, 2013년 1.8%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화학전공자의 이탈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덕환 교수는 “2월 말이면 자퇴서를 들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 썰물 나가듯 학생들이 빠져나가도 이를 보완할 대책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화학과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희대 중도 탈락 학생수(자퇴생)는 2011년 28명(9.2%), 2012년 20명(7.6%), 2013년 16명(5.4%)을 기록했다. 중앙대도 2011년 22명(8.3%), 2012년 12명(4.4%), 2013년 11명(4.1%) 이 빠졌고 이화여대도 2011년 16명(12.8%), 2012년 27명(9.5%), 2013년 42명(11.9%)이 나갔다. 이들 대학에서의 이탈율은 각 대학 중도 탈락 학생 평균 이탈율보다 높았다. 서울 소재 ㄴ대 화학과의 한 교수는 “약대를 가려는 학생들이 화학과로 오면서 정작 화학을 연구할 학생들의 교육기회는 박탈되고 있다. 기초과학 정상화를 위해 약대 교육과정 개편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생명과학과, 물리학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성균관대 중도 탈락 학생 수(자퇴생)를 보면 화학과 23명(7.7%), 생명과학과 22명(6.9%), 물리학과 3명(2.2%)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자연과학대학의 수학과는 1명(0.9%)으로 나타나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ㄷ대 생명학과의 김 아무개 교수는 “학생들이 거의 약대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바람에 대학원에 겨우 한 명만이 진학했다.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이 심각하다”라고 우려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약대로 빠져나가고 나면 후유증이 있게 마련이다. 정원의 절반 가량이 사라진 강의실에서 면학분위기가 살아날 리 없다. 서강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4학년 ㄷ씨는 “1학년 때부터 약대를 염두에 두고 온다. PEET를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인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학과에서 따로 제약조건을 걸 수도 없다. 약대 입학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현상은 변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ㄴ대의 김 아무개 교수도 “학생들이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약대로 진학하면 많은 학생들이 불안해 한다. 같이 약대 공부를 하거나 전공공부 대신 취업준비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학업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전했다.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 … 지방대에는 불똥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대로 빠져나간 빈자리를 다른 대학 출신 편입생이 채우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보다 상위권 대학으로 갈아타려는 학생들이 늘다보니 정작 지방의 사립대는 또다른 학생 충원 복병을 만난 형국이다.

지방 사립대의 기초 과학 분야 전공에서 약대로 진학하는 학생 수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적은 편이다. 문명진 단국대 교수(생명과학과)는 “약대를 희망하고 들어오는 학생들은 많지만 실제로 약대로 진학하는 학생 수는 많아야 2~3명 정도다. 1학년 때 학생들을 면담해보면 주로 약대를 가기 위해 왔다고 말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공부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편입학으로 이탈하는 학생 수는 늘고 있다는 게 지방 사립대 기초과학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ㄴ대의 김 아무개 교수는 “매년 30~40명의 학생들이 약대로 빠지고 빈자리를 편입생으로 채운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 편입 등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지만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일종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수도권의 우수 학생들이 약대로 빠져나가고, 이 빈자리에 지방의 우수 학생들이 다시 몰려든다. 결국 지방대에 또 다른 불똥이 튄 셈이다. 최찬수 대전대 교수(응용화학과)는 “약대를 준비하다 잘 안되면 다른 학교 화학과 등으로 편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수도권 대학에서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편입학 모집을 확대하다보니 지방대 기초과학 전공자 이탈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편입학으로 빈자리를 메우지만, 지방 사립대는 빠진 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다. 이는 학문후속세대의 단절로도 이어진다. 약대의 개방형 6년제 교육과정으로 인해 지방 사립대까지 우수인력 이탈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약대 교수들도 개방형 6년제에 불만
약대의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약대생도 있지만, 일부는 다양한 경험과 전공자들이 모이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멀리 봤을 때 6년제가 약사로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약대에 진학한 학생을 보면 기초과학 전공자들이 많다. 해당 전공의 결손이라는 문제가 생기는 점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약대 교수들에게도 개방형 6년제는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걸림돌이다. 현재 개방형 6년제는 연구를 이끌 학문후속세대 양성보다 약사배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정환 교수는 “약대가 6년제로 바뀌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반 이상이 줄었다. 학과제였을 때는 4년 학부를 마치고 석사를 밟았는데, 지금은 학부를 마치려면 6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대학원에 진학하기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고 약사나 제약회사 등 다른 진로를 찾는 학생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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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병신 2015-09-09 10:26:55
그건 니가 피트 준비생이니까 공감이 안 간다고 합리화하는거지. 애초에 통합 6년제나 4+2의 폐쇄형 6년제면 몰라도 뭐하러 이중입시구조를 거치냐?

지나가다 2015-05-15 12:22:34
표에 약대로 간 자연대 중도 탈락 학생 수만큼 편입생으로 충원하기에 자연계 전공 학생숫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약학은 화학/생명과학 분야와 매우 밀접한 유관 전공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실제로 화학/생명과학 전공 졸업 후 약대 대학원으로 가는 학생들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약대로 간다고 자연과학도가 딴길 가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생명/화학/물리 분야 학생이 2년간 자기분야 공부해보고 유관전공 분야인 약학연구에 흥미를 가져서 약학공부를 하겠다는것은 그 학생의 선택이지 비난의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피트제를 폐지한다면 고등학교때부터 우수학생은 약대로 빠질것이고 자연계학과의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은 예전과같이 지금과는 현격이 떨어지는 수준의 학생들을 받을 수 밖엔 없을겁니다. 제 생각엔 약대로 빠져나간 인원을 충원한 현재의 편입생과 피트제 폐지후 받을 자연계열 신입생의 수준은 다르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약대 지망생의 80%는 여학생입니다. 여학생들의 전공 무관 분야 취업이 높은 현실에서 그 여학생들이 약사로서 생명화학 발전에 기여한다면 자연과학발전에 매우 바람직하지않겠습니까. 중요한건 자연계열 학과의 경쟁력 강화이지 학생들이 자신의 유사전공분야인 약학을 전공하는것을 틀어 막는것이 아닙니다. 현 제도가 자연계열 교수 님들은 우수한 신입생을 뽑아서 좋고 그중 일부라도 자연계열 대학원 진학을 통해서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 하는데 만족을 느끼면 되는 겁니다. 약대로 빠진 학생은 다른 분야로 간것이 아니라 응용생명, 응용화학, 응용물리쪽 분야에 관심이 있어 같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안될까요. 애초에 우수신입생을 유치해서 최소 2년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기회를 부여 받은것 자체로 제 생각엔 약대 6년제의 잇점도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