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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BK21사업으로 발목 잡힌 서울대
해설 : BK21사업으로 발목 잡힌 서울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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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09 14:18:27

두뇌한국(BK)21사업에서 가장 큰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대가 BK21사업으로 발목이 잡혔다. 서울대는 BK21사업 중간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대부분의 사업단에 대한 지원금이 삭감되고, 인문사회분야 2개 사업단은 아예 탈락함으로써 ‘교육예산을 먹는 비효율적인 공룡’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평과 결과를 자세히 보면 교육부가 여론몰이를 통해 서울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서울대에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이번 평가결과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본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BK21 사업단들을 대상으로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서울대 과학기술분야에서 8개 사업단의 지원금을 삭감하고, 인문사회분야에서 서울대 ‘아시아태평양교육발전연구단’과 ‘21세기행정학패러다임교육연구단’의 협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제도개혁 점수 60.6점의 의미

교육부는 서울대가 제도개혁분야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BK21사업에 지원하면서 학부의 정원을 1천2백25명으로 줄이고, 모집단위도 7개 계열 10개 모집단위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세한 평가 결과는 이렇다. 교육부는 대학차원의 제도개혁분야에서 서울대에 60.6점을 매겼다. 전체 사업단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60점 미만일 경우 협약을 해지한다고 밝혔었으므로 서울대 BK21사업단들은 0.6점으로 간신히 탈락위기를 면한 것이다. 평가세부내역이 올해 확정된 것을 고려한다면 60.6점은 다분히 경고의 성격이 짙다.

또 교육부는 대학 전체의 제도개혁성과를 개별 사업단의 성적 평가에도 반영했다. 그 결과 서울대 생물, 기계, 사회기반 및 건설기술, 수리과학 사업단은 사업목표달성도 점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도 성과가 낮은 대학에 지원비를 내주게 됐다. 결국 서울대 사업단은 대학본부가 뒷받침하지 못해 지원비가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서울대측은 일단 교육부에 화살을 겨눴다. 김상구 서울대 BK21 사업단 협의회장(생명과학부)은 지난 18일 교육부에 건의서를 내고 “중간평가는 제도개혁평가와 사업연구실적평가 등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가지 항목별로 하게 돼 있는데 이번 심사는 두가지 항목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설명은 “제도개혁평가에서 감점을 받았는데 이를 다시 연구실적 점수에 합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서울대 BK21 사업단은 1·2차년도 까지는 전체사업단에 점수에 따라 1위부터 26위까지 순위를 매기고 성적이 낮은 사업단의 사업비를 삭감해 상위에게 지원했으나 올해 중간평가에서 사업단별로 평가함으로써 서울대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의 계산방식으로 평가 할 경우 서울대 기계·생물·화공사업단은 예산을 삭감 당하지 않아도 된다.
<도표참조>이에 대해 교육부는 서울대가 BK21사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크게 반영됐기 때문인데 이제 와서 이를 분리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또 평가방식이 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간평가방식은 사업 시작할 때부터 공고했던 것이며, 1·2차 사업에서 전체 순위를 평가한 것은 중간 점검을 위한 임시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반응은 시큰둥

교육부의 규제에 대해 반감이 심한 대학가도 이번만큼은 서울대의 항변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문제가 있으면 선정과정에서 따졌어야지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 놓고 이제서야 반발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교육부는 서울대에 BK21사업 지원비를 안겨주는 대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이에 따른 갈등을 내부로 돌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BK21사업 시작 당시 서울대 내부에서는 학문에 대한 특성, 내부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 심도 깊은 고려도 하지 않은 채 교육부 방침에 따라 입시제도 개선, 학부정원의 대폭감소, 모집단위 광역화의 확대를 약속했던 서울대는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만 것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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