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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학술지 ‘논문 저자키워드’에 담긴 비밀
중국 주요 학술지 ‘논문 저자키워드’에 담긴 비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4.28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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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상해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공동국제학술대회 ‘중국 지식의 대내외 확산과 유입’

▲ 논문 저자의 키워드네트워크를 통해 ‘한중관계’에 대한 정책변화가 학술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한 학술대회였다.

지난 24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가 상해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와 공동개최한 학술대회‘중국 지식의 대내외 확산과 유입: 네트워크와 디아스포라’는 급변하는 한중관계를 지식 네트워크로 분석한 흥미로운 학술대회였다.
이날 발표논문 가운데 특히 「국학과 문화대국: 중국국학연구기구를 중심으로」 (박영순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와 「저자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중국의 ‘한중관계’ 연구동향 탐색」(서상민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이 눈길을 끌었다. 전자는 중국의 국학연구라는 지식의 틀을 조명했으며, 후자는 지식인 네트워크의 실제를 짚어냈다.
박영순 교수는 작금의 중국 국학 열기에 대해 “지금 중국에서 일고 있는 국학, 복고 운동들 역시 현 중국 집권 세력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 그야말로 과거 ‘복사’판의 재현일 뿐이다. 옛것에 의탁해 제도를 개혁한다는 ‘托古改制’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지식인(저자) 네크워크를 분석한 서상민 교수는 “연구 흐름을 볼 때, 중국 내 ‘한중관계’ 연구는 당면한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해 지역안보체제를 거쳐 다시 현안문제로 되돌아 온 것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초반에 한반도 문제와 긴밀히 결합돼 있던 중미관계라는 중요한 연구주제가 ‘한중관계’ 연구에서 이탈해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경향의 변화는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의 변화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사회의 견해를 정책과정에 투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내렸다.
두 발표논문의 관련 부분을 발췌 정리했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국학과 문화대국: 중국국학연구기구를 중심으로(박영순)
현대 중국은 ‘유교의 부활’을 내세우면서 ‘문화중국’을 꿈꾸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전통문화의 복원, 신유가의 중시 등 민족주의 측면에서 유교의 부활을 강조해왔다. 특히 2008년 올림픽 개최 이후 내부적으로 중화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통합과 결속력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이익과 서구의 견제라는 측면에서 문화소프트파워의 구축에 힘쓰고 있다. 물론 유학은 중국 문화의 중심이었고 또 현재 중국 문화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아 중국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려는 점은 관념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유학의 정신문명이 ‘현재’ 중국의 대내외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적실한 대안인지, 나아가 유가의 사유방식이 현대 중국 정치와 인민의 일상, 사회제도 등으로 귀착할 수 있는지의 적실성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근대는 유학, 공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비판과 계승이라는 연속과 단절의 반복을 거듭해왔다. 현재 유학의 부흥은 미디어를 활용해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대중의 자발적 흐름이 아니라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안에 놓인 장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정치가 문화를 좌우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화가 정치와 자발적으로 연관될 때 ‘문화중국’의 길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5·4 이후 유가사상은 국가이데올로기 형태로 존재하기가 힘들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국학열’은 당시 정치·경제·문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학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80년대 초 이래로 중국 사상문화 영역의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보충하려 했고, 시장경제의 발전으로 일어난 인문정신위기, 문화위기 및 자본주의의 배금주의적 숭배 등을 비판하기 위해 자본주의 이전의 전통사상을 필요로 했다. 이를 통해 중국 고유의 도덕적 논리를 세워야만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내부 문제 외에도 ‘국학열’의 더 큰 문화적 배경은 서방국가의 자본주의 문화의 위기에 대한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부패, 범죄,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인해 자본주의는 더 이상 문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패턴을 돌파해야 했다. 이러한 현대화 과정속의 많은 대내외적인 폐단은 서방문화와 자본주의 폐단과 연결돼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공·맹의 도리’는 歷代의 정치철학을 도덕질서를 다시 건설할 수 있는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대내외적인 현대화 과정과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 유학·공자·국학 등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학이 정부이데올로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중국이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정치원칙 안에서는 전통문화사상이 실질적으로 조화를 이뤄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저자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중국의 ‘한중관계’ 연구동향 탐색(서상민)

-장쩌민 시기 저자키워드 네트워크
장쩌민 1기(1993-1997)에 한중관계 연구의 저자키워드 네트워크의 구조를 보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연구가 중국 학계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핵확산 방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측면에서는 한반도의 핵문제와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동시에 핵확산 방지와 관련해 중국의 전략적 입장을 어떻게 잡아 갈 것이며, 국제적 지위를 어떻게 확보해 갈 것인지와 관련된 논의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장쩌민 1기의 한반도 연구는 북핵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그리고 주변국가들과의 관계 정립 등과 관련된 연구가 중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장쩌민 2기(1998-2002)에 들어오면 연구의 영역과 방향의 변화가 생긴다. 북핵문제에 대한 당사자 해결원칙을 고수하던 중국정부보다 앞서 중국의 지식사회에서는 북핵문제를 동북아 안보 문제와 연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부시행정부로 바뀌면서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동북아에서도 미국과 북한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이 시점에서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한반도 연구 역시 이와 연관돼 진행됐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한국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함께 조성되기 시작한 남북화해협력 분위기에 맞춰 한반도 연구 역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 알 수 있다.

-후진타오 시기 저자키워드 네트워크
후진타오 1기(2003-2007) 시기 중국 지식사회의 한중관계 연구동향은 연구영역에서 장쩌민 2기 시 분화됐던 구조와 비슷한 형태를 띤다. 이 시기 키워드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심이 큰 키워드는 ‘兩國關係’나 ‘中東地區’인데, 한중관계를 다루는 연구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의 영향을 받아 북핵문제와 연계해 연구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中東地區’라는 키워드는 세계 차원의 국제정세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연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04년 일본의 ‘신방위계획대강’이 발표되고 중국위협론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중일관계와 중미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인한 미일의 대응과 함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움직임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한중관계를 다루는 논문들 속에 중동문제나 양국관계라는 키워드가 같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 중국 지식사회에서는 중동상황과 북한상황을 결합해 분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진타오 2기(2008-2012)에 들어오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게 된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그리고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상황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중국 학계의 한반도 연구방향은 북한정권과 동북아 안전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북한의 정권교체기 중국의 안전이익과 안전전략,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후진타오 시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북한정권의 안정성에 더 큰 비중을 뒀다. 특히네트워크 상에서 북핵위기에 대한 연구 빈도가 낮아지고 북미관계가 ‘停戰協定’이나 ‘朝鮮戰爭’과 같은 키워드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정권의 붕괴 및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교정책 관련 싱크탱크와 관련된 연구가 한반도 문제 연구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시진핑 시기의 저자키워드 네트워크
시진핑 시기(2013-2014)에 발표된 논문의 수는 48편뿐이다. 시진핑 1기가 끝나려면 아직 3년이 남아있다. 따라서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기의 한반도 연구동향과 단순 비교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지식사회에서 한중관계와 관련한 연구의 흐름을 간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연구를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키워드 네트워크를 살펴보는 것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중관계 연구는 한중관계 개선 그 자체와 북핵문제와 관련된 한반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북미관계나 중미관계 연구의 연속 상에서 연구하려는 경향이 약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연구주제들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시기 총 키워드 수가 198개인 반면, 동일한 키워드를 제시한 논문 즉 ‘연결’이 가능한 논문의 키워드는 23개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75개의 키워드는 논문과 논문을 연결시켜주고 있지 못할 만큼 다양한 키워드가 제시되고 있다.
이 시기 네트워크상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한중관계라는 키워드와 한미동맹의 키워드가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보전략의 측면에서 북한핵을 인식했던 데서 이제 중국의 핵심이익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한중관계를 한미동맹이라는 동북아국제관계 내에서 풀 수밖에 없다는 인식 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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