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8:40 (금)
시간강사법 대안 마련 손 놓고 있는 교육부
시간강사법 대안 마련 손 놓고 있는 교육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06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시행 9개월 남았는데 “정해진 것 없다” … 속내는 그대로 시행?

“2년 정도 더 유예해서 시간을 주면 적극적으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강구해 보도록 하겠다.” 지난 2013년 12월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조선대 시간강사인 故서정민 박사가 2010년 5월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2011년 3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은 그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대학도, 시간강사도 반대하자 시행이 1년 유예됐다. 2013년 12월에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또 다시 시행이 2년 유예됐다.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2년 유예안’을 심의하는 이날 회의에서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은 “1년 동안 교육부가 아무런 한 일이 없다. 2년 유예한다고 했을 때 교육부가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라도 로드맵을 한 번 말해 보라”고 다그쳤다. 서 장관은 “TF를 구성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폭넓은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해서 대승적 관점에서 대학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 그리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안을 강구해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강사법 시행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교육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내심 그대로 시행되기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기존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거나 수정할지, 그대로 시행하되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할지에 대한 입장은 물론 추진 일정에 대해서도 “아직 외부에 밝힐 만한 것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기존 시간강사법 시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부의 ‘비밀주의’도 한몫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 관계자 등 10여명으로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TF’를 만들고 10월에는 정책연구를 진행했다. 국회에도 TF 운영이나 정책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관석 의원실 관계자는 “TF에서 의견 수렴한 내용이나 정책연구 결과 요약본이라도 요청했지만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게 없다며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국장)은 “제도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간강사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요구도 없고,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없다. 전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만든 법률을 집행해야 하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수밖에 없어 시행령 작업은 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둔 지난 2013년 9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 4개 관련 법령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시행령 개정안은 그해 12월 20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2년 유예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그 직후인 12월 31일이다.

교육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시간강사 단체의 이견도 빌미로 작용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교수노조)은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주장한다. 그게 안 되면 시간강사법을 폐기하든지 다시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단체인 전국강사노동조합(이하 전강노)은 기존 시간강사법을 수용해 교원 지위를 부여받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그 뒤에 교육공무원법과 사학연금법의 적용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근 국장은 “시간강사들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유예해 달라거나 그런 요구가 없으면 시행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관석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져야 법이 통과됐을 때 제대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교육부가 의견수렴 결과이든 입장이든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전강노 측과도 언제든지 만나 협의하고 토론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시행을 두고 상충된 입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합의를 하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국회가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