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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교육부 지침도 ‘학사개편시 사전공고’ 강조 … 不通부터 극복해야
지난해 3월 교육부 지침도 ‘학사개편시 사전공고’ 강조 … 不通부터 극복해야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4.06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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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겨냥한 학사개편, 소통 불능의 늪에 빠졌나?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겨냥한 학사개편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학내 진통도 더욱 불거지고 있다. 바로 ‘소통 문제’다. 구성원과 충분한 협의, 대화없이 대학본부측이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탓에 교수와 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하나 있다. 교육부가 이런 소통불능 문제를 미리 예견했을까. 지난해 3월에 발표한 ‘2015학년도 대학 및 산업대학 학생 정원 조정’ 지침 안을 보면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지침에 따르면 학과 통폐합이나 학사개편 등 모집단위를 조정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변경 내용을 대학 구성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공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령 및 학칙에 따른 사전공고, 심의 및 공포 등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고등교육법」제6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에 명시하고 있다. 홍성학 교수 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말처럼 “학생이 학사개편 논의에서 소외되는 것은 엄연한 학습권 침해”가 될 수 있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도 이 때문.

이 같은 교육부의 명시에도 불구하고 소통불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사안을 어떻게 봐야할까. 급박한 대학 현안 특히 구조조정안과 같은 사안을 대학본부 측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 지침안이 말해주듯, 이 과정에서도 투명한 소통 과정은 필수 항목이다. 그런데도 소통 노력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사안은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해 가장 먼저 대학 구성원으로부터 뭇매를 받은 곳은 중앙대다. 중앙대 구성원들이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대학본부의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공고, 즉 일방통행적 추진 방식이었다. 개편안은 교수들과 학생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특히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학생 공대위)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4일 중앙대 교무위원회가 ‘학과와 학부의 틀은 유지하고 교수와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입장변화를 보였으나 바로 다음 날인 25일 본부가 기습적으로 학칙 개정안을 공고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 공대위는 학생·교수·대학본부가 고루 참여하는 ‘3주체 협의체’의 제도적 보장을 촉구했다.

건국대도 학과 통폐합을 꾀하는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소통이 쟁점이 되고 있다. 건국대는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학사 개편을 실시한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이번 학사개편으로 건국대는 기존 15개 단과대학 73개 학과에서 2016학년도 입시부터 63개 학과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김호섭 건국대 홍보실장은 “유사전공을 통합하는 등 미세한 정원조정은 있지만 크게 보면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건국대는 중앙대와 달리 학사개편 논의 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일단 중앙대보다 소통 측면에서 한단계 진전한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역시 학생은 논의에서 배제됐다.

건국대 학생들은 지난달 31일 대학행정관을 점검하고 학사개편을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김승주 건국대 영화과 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와 학생이 함께 참여해 학내 문제를협의할 수 있는 민주적 공론기구를 조속히 설치해 논의의 장을 개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은 교수들이 학생을 설득하지 못해 생긴 문제다. 학생들이 말한다고 학사개편이 재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폈다.

갈등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을 약속하는 대학도 생겼다. 구성원과 학사개편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외대는 광역단위 신입생 선발 모집단위를 일부 학과 단위로 전환한다. 광역단위로 선발해온 서울캠퍼스 서양어대학, 동양어대학,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계열과 글로벌캠퍼스 인문대학 인문과학계열이 학과로 쪼개진다. 박용구 한국외대 전 교수협의회장은 “대학본부와 교수들이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한 개편안이다. 광역단위를 운영했을 때는 인기 있는 학과로 학생들이 쏠렸는데, 학과제로 운영하게 되면 전공과목의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덕성여대도 대학본부가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앞서 교수협의회와 의논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 대학도 구성원과의 소통범위에 학생이 포함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완전한 소통의 길은 멀기만 하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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