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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사립대는 지금 수도권으로 ‘北上’ 중
지방사립대는 지금 수도권으로 ‘北上’ 중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0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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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연구소_ 5년간 8곳 이전 추진 … “미군공여구역법 폐지해야”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강원, 경북, 전북 등 전국에서 올라온 주민 1천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에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주한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미군공여구역법)이 시행되면서 수도권 과밀을 억제해야 할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 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말처럼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이 최근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일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가운데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캠퍼스를 이전했거나 추진 중인 대학은 모두 20곳이다. 교육부와 경기도, 인천시, 세종시에 ‘대학 위치변경 승인·인가 결과’와 ‘대학 유치 양해각서 체결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대학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충남 홍성에 있는 청운대는 2013년 인천에 제2캠퍼스를 개교했다. 강원 고성에 본교가 있는 경동대는 지난해 2월 경기 양주캠퍼스를 열었다. 전북 임실에 있던 예원예술대도 지난해 경기 양주에 자리를 잡았다. 충남 금산에 있는 중부대는 올해 1학기 경기 고양캠퍼스를 개교했다. 2011년부터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 분야 이전을 추진했던 을지대는 최근 교육부에서 이전 계획을 승인받아 2018년 의정부캠퍼스를 개교한다.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도 경기도 동두천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사립대의 北上 행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충청권 대학은 수도권에서 통학할 수 있는 경기남부와 충북 북부지역으로 이동하고, 호남권 대학도 충청권에 제2캠퍼스 조성에 나섰다. 세한대(전남 영암)는 지난 2013년 충남 당진에 새 캠퍼스를 조성했고, 우석대(전북 완주군)도 지난해 3월 충북 진천에 제2캠퍼스를 조성했다.

서울에 본교를 두고 있으면서 경기·인천·세종으로 캠퍼스 확장이나 이전을 추진하는 대학도 서울대, 서강대, 고려대 등 5곳이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이다. 이미 캠퍼스를 이전한 8곳 가운데 5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구조조정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를 앞둔 지방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대학교육연구소도 “정부·지자체의 수도권 난개발 정책과 이를 학생모집에 유리한 ‘수도권 대학 입성’의 기회로 삼아 대학 구조조정을 비껴가려는 지방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 지난 2006년 제정한 미군공여구역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은 총입학정원이 묶여 있다. 대학을 신설하거나 증설할 수 없다. 미군공여구역법은 주한미군 반환 기지와 그 주변으로 대학을 옮기거나 증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인구의 50%, 대학 정원의 40%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인데도 수도권 중심 정책을 지속하고 지방대를 퇴출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되면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미군공여구역법이 사실상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무력화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수도권 과밀화를 유도하는 미군공여구역법의 ‘학교 이전 등에 관한 특례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라며 나아가 “지방대학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대학 정원 조정안을 마련하고 지방대학 육성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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