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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책임지고 폐기하라” … 설훈 “염려 안 해도 된다”
“야당은 책임지고 폐기하라” … 설훈 “염려 안 해도 된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04 0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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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법 공청회 교수단체 반발 확산_ 7일 대규모 기자회견

여야가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안) 공청회에 합의하고 당정이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면서 교수단체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공청회 개최에 합의한 야당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동의대, 이하 사교련)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사교련은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구조개혁법안은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사학재단에 오히려 대학을 팔고 나갈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반면 직접 피해를 입게 될 교직원과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처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먹튀 보장법’”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사교련은 또 “비리사학이 건재하다면 진정한 대학 구조개혁은 요원하다”며 “집권 여당은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운위하기에 앞서 사학의 비리부터 깨끗이 척결하는 방안을 입법화하라”고 주장했다. 박순준 이사장 등 사교련 임원진은 지난 3일에는 김재춘 교육부 차관을 만나 “부정비리가 드러난 사학과 경영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사학에 공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처분하게 만드는 특례 법안은 역사의 크나 큰 과오로 후세에 남을 것”이라며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조치들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노중기 한신대, 이하 교수노조)은 지난 3일 “대학을 이윤창출 기구로 보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는 ‘김희정 법안’(구조개혁법안)은 교육부 구조조정 정책에 날개를 다는 악법”이라며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4월 30일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이 그대로 통과하면 대학평가위원회와 구조개혁위원회가 평가와 퇴출을 담당한다. 이 두 기구는 교육부장관이 설치한다. 교수노조는 “교육부는 강제적 정원 조정과 대학 퇴출의 법적 권한까지 갖게 된다”며 “교육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 이하 비정규교수노조)도 “국회는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구조개악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구조개혁이란 명분을 들고 있지만 고등교육을 올바로 개혁하기 위한 알맹이는 없고 정원 감축, 폐교, 학교법인 해산 등의 구조조정만 실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잔여재산 귀속특례나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개악법의 내용은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쾌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노조와 국교련, 민교협, 사교련, 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단체들은 지난 1일 설훈 국회 교문위원장(사진 오른쪽 끝)을 찾아 대학구조개혁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교수단체 반발은 정부·여당만을 향하지 않았다. 교수노조와 국교련,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상임의장 송주명 한신대), 비정규교수노조, 사교련 등 교수 5단체는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찾아 구조개혁법안 공청회 개최 합의에 항의하고 야당의 입장을 따졌다.

이 자리에서 설 위원장은 “(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고 (공청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공청회는 구조개혁법안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다시 한 번 부각하기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도 <교수신문> 통화에서 “공청회가 끝나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 교육부에도 19대 국회 회기 안에 통과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단체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임재홍 국교련 정책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은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에도 사립학교법 재개정은 없다고 했다가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이때의 사학법 재개정은 2005년 12월 개정 때 도입했던 개방이사 도입 취지와 대학평의원회 권한 등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된 것도 2007년 재개정 때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은 겉으로는 김희정법안에 반대한다면서도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전체회의에 상정해) 법안소위에 회부되는 길을 열어줬고, 이번 임시국회 때는 법안이 통과되기 위한 필수절차인 공청회 개최에 합의해 줬다”며 “2011년에도 인천대 국립대 법안 통과를 위해 교육부의 시간강사법을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교수노조는 “불과 몇 달 전에도 공청회는 물론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도 불가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회 통과 절대 불가라고 장담하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책임지고 김희정법안을 폐기하고, 교육단체들이 제시한 ‘대학 공공성 강화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단체들은 구조개혁법안 공청회가 열리는 오는 7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전국의 대학교수 2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 폐기를 다시 한 번 요구할 계획이다. 비정교수노조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야당 교문위원실을 돌며 ‘구조개악법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공공적 대학체제 확립과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라’는 의견서를 전달한다. 사교련은 여야 의원들에게 엽서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권형진 기자 j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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