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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대 포유류의 비밀도 밝혀낸다고?
아니, 고대 포유류의 비밀도 밝혀낸다고?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3.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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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95. 콜라겐 단백질 분석


▲ 코뿔소 몸과 하마 머리, 설치류 이빨을 한 톡소돈의 상상도다. 화석에서 추출한 콜라겐 배열과 이에 대한 분석은 톡소돈이 말, 맥, 코뿔소와 연관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진출처=<네이처>
찰스 다원(1809~1882)의 책 『종의 기원』(1859)에는 다음과 같은 미스터리한 문구가 있다. “나는 라플라타에서 극히 먼 빙하시대부터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패류와 공존했던 메가테리움(Megatherium), 톡소돈(Toxodon)과 같은 대형동물의 유해와 함께 매몰된 말의 이빨을 발견했다.”
이름만 들어도 아리송한 이 동물들이 마침내 가계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게 됐다. 지난 18일 <네이처>는 「다윈의 ‘이상한 동물들’에 대한 신비가 풀리다(Mystery of Darwin′s ‘strange animals’ solved)」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고대의 콜라겐 단백질을 분석해 DNA로 가능한 범위보다 더 오래된 화석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50개 이상의 포유류 그룹 일부에는 남아메리카 유제류(소, 말처럼 발끝에 발굽이 있는 동물)가 포함돼 있다. 이 그룹은 6천만년~1만2천년 전까지 대륙에 살았다. 그동안 연구원들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밝히는 데 혼란을 느꼈다. 부분적으로만 남아있는 화석 기록과, 따뜻한 기후 때문에 화석의 분자가 빠르게 분해돼 DNA를 분리할 행운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생물들에는 플라이스토세 후기(late Pleistocene) 동안의 기이하고 멋진 동물들 즉, 플로레스 인도네시아 섬에 있던 난쟁이 코끼리와 거대한 설치류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의 왕도마뱀과 캥거루가 포함된다.


영국 요크대의 생물고고학자 매튜 콜린스(Matthew Collins)는 추운 지역에서 400만년 전 단백질이 발견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2천만년 전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단백질 서열은 320만년 전 북극에 살았던 낙타에서 발견됐다. 반면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 가장 오래된 DNA는 그린란드의 빙핵(ice core)으로 45만년~80만년 전의 것이다.

멸종 동물 추적
영국에서 태어난 다윈은 어릴 때부터 곤충 채집을 즐겼다. 아버지의 권유로 의대에 들어갔지만 수술 장면을 보고는 뛰쳐나온다. 대학 2학년 때 그는 의학 대신 자연사를 공부했다. 그러다가 학교를 중퇴하고 신학대학에 다닌다. 이 시기 다윈은 식물학 교수 존 스티븐스 헨슬로(1796~1861)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22살 어느 날 다윈은 헨슬로의 추천으로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일주할 기회를 얻는다. 배가 육지에 정박하면 선원들은 항구 조사와 지도 제작을 하고, 다윈은 각종 표본을 수집했다.


다윈은 1830년대에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방문한다. 그러던 중 파타고니아 고원에서 아르헨티나 해안을 내려가다 조개껍데기와 함께 몸집이 큰 동물의 뼈가 박힌 암석을 몇 개 발견한다. 그는 그곳에서 마크라우케니아(Macrauchenia, 코가 길고 혹이 없는 낙타와 유사)나 톡소돈(코뿔소의 몸과 하마의 머리 그리고 설치류 같은 이빨이 있었다) 외 거대 아르마딜로 같은 생물과 메가테리움, 마일로돈, 글로소테리움의 화석들을 발견한다. 그로부터 2주 후엔 거대한 땅나무늘보의 것이라 생각되는 턱뼈와 이빨도 발견한다. 다윈은 자신이 찾은 것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고 큰 혼란에 빠졌다.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징들을 지닌 것을 보고 몸집이 큰 설치류와 관련된 종인지 코끼리, 혹은 낙타와 가까운 동물인지 명확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윈의 시기 이래로 누구도 이 기괴한 짐승들을 포유류 가계에 맞추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1만2천년 전 화석의 신비는 오늘날에 와서야 연구원들이 고대 콜라겐 단백질을 분석함으로써 풀리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수행하기 전 DNA를 사용하기보다 고대 단백질 연구가 더 오래 전에 멸종된 종을 밝히는 데 혁신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옳았고, 고대 포유류들은 자신을 세상에 드러냈다.
연구원들도 처음엔 DNA 분석만으로 이 기이한 동물을 알아내는 것에 애를 먹었다. 콜린스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분자 진화 생물학자 이안 반스(Ian Barnes), 그리고 국제연구팀과 함께 다른 전략을 시도한다. 바로 콜라겐 단백질을 추출하는 것이다. 콜라겐 단백질은 뼈를 구성하는 주요 구조이면서, DNA보다 10배 이상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 또한 DNA와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했다. 『레닌저 생화학 제6판』(윤경식 외, 월드사이언스, 2014)에 따르면, 단백질은 모든 세포에 들어 있으며 세포의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거대 분자다. 또한 유전 정보를 표현하기 위한 분자적인 수단이다.


단백질 활성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잔기(residue, 殘基. 유기화합물의 최소 단위)들은 진화를 거치는 동안 보존된다. 이렇게 된다면 진화는 수평적으로만 일어난다. 다행히 단백질 활성에 덜 중요한 아미노산 잔기들이 진화를 거치는 동안 변하기도 한다. 변화가 가능한 이들 잔기들은 수직적 진화를 가능하게 했고, 진화를 추적하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래서 만약 두 생물체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그들의 유전자와 단백질 서열은 서로 비슷하게 나올 것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두 생물 사이의 진화 거리가 증가할수록 서열이 점점 더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윈이 발견한 이상한 동물들과 가까운 다른 포유류들의 콜라겐 서열로, 우선 콜라겐 가계를 만들기로 했다. 연구원들은 하마, 맥, 땅돼지의 콜라겐을 추출해 그들의 서열을 가계도 사진에 배열했다. 다음으로 아르헨티나의 박물관에서 총 4개의 유제류 견본(약 1만2천년 전의 톡소돈 견본 두 개와 마크라우케니아 견본 두 개)을 얻어 이들의 콜라겐을 배열했다. 그리고는 기존에 만들어 둔 가계와 이 고대 단백질을 비교했다.

화석의 비밀도 풀어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에 화석을 바탕으로 남아메리카 유제류를 연구했을 때는 코끼리, 바다소와 같은 아프로테리아상목(Afrotheria)으로 분류됐는데, 박물관 표본을 단백질 서열에 따라 분석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거의 기제류(맥, 말, 코뿔소, 당나귀와 같이 발굽이 있고 뒷발의 발가락수가 홀수인 동물)에 가까웠다.
이제 고대 단백질은 DNA처럼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를 증명하는 연구에 혁신을 가한다. 덧붙여 생물학자들은 화석의 물리적 특성이 어떻게 진화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할 수 있다. 고대 샘플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몇 번이고 최신 장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단백질을 얻어야 한다. 다행히 오늘날 질량 분석계를 이용하면 이전보다 더 정확한 단백질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아울러 단백질 혼합물 내의 희미한 구성요소를 모을 수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의 고생물학자 롭 아셔(Rob Asher)는 이번 연구가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보며 더 나은 방향을 꿈꾸고 있다. 아셔는 고대 단백질이 DNA처럼 혁신적일지 확신은 못하지만 그 잠재성은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몇백만년 내 멸종한 종들을 연구하는 데는 평지풍파를 일으킬 만큼 중요한 연구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대 화석을 가계도에 포함시켰다고 진화 연구의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생물들은 지금도 다양한 진화를 한다. 이제는 왜 그들 고대 생물들이 멸종해 지금의 동물로 진화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할 때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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