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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보다 더 큰 상생력
경쟁력보다 더 큰 상생력
  • 강윤주 계원예술대·광고브랜드디자인과
  • 승인 2015.03.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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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칼럼] 강윤주 계원예술대·광고브랜드디자인과

"이제까지의 교육이 개인의 수신을 위한 지식 주입 교육이었다면 앞으론 타자와 함께 사는 지혜를 가르쳐 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옆집보다 더 좋은 차를 가져야 행복하고, 힐링도 유행 따라 남 눈치 보며 자격증 따듯 한다. 행복도 스펙 쌓기로, 힐링도 경쟁적으로, 전투적으로 하는 우리는 지배와 종속의 힘이 지배하던 20세기 근대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을 철저히 받은 듯하다. 그 덕에 더 빨리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자살률, 저출산, 범죄율, 살인율, 학업 스트레스, 노인 빈곤 등 부끄러운 항목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거나 상위권에 오르는 것들이 적지않다.

물질주의, 이기주의, 무한경쟁의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외된 자, 약자를 돌보는 일은 공동체의 의무이며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상생은 인간답게 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너의 경쟁력은 무엇이냐’를 묻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험준비만을 시키는 것은 아닌지.

이제까지의 교육이 개인의 수신, 자기완성을 위해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타자와 함께 사는 지혜(상생력)를 가르쳐 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지니도록 해야한다. 학문을 연마하는 지식은 혼자서도 가능할 수 있으나 함께 사는 법은 집에서 혼자 상상해가며 공부할 수 없으며, 학교라는 곳에 모여서 할 때 시너지가 있다.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닌 줄은 알지만, 싫은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과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연습 없이 하기 힘들다. 분명히 말을 했건만 못 들은 체 하고, 자신이 하기로 한 일을 너무 태연스레 안 한다. 잠수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과 도대체 어떻게 잘 지내란 말인가. ‘미생’의 이야기는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그래서 대학졸업 후 사회에 나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일보다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처세술의 책이 있지만(이 또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처세술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것이야말로 책으로 배우기 쉽지 않다. 그 경험을 대학에서 경험하게 해야 한다. 합하여 선을 이루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일인지 알아야 한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법. 예의바르게 거절하고, 이성적으로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법. 모두 사랑할 순 없어도 연기로라도 예의를 갖추는 법. 너와 나의 공통부분을 찾아 함께하는 기쁨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 기계처럼 단순한 분업이 아니라 협업할 줄 아는 능력. 적당히 벌고 잘 사는 법.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법. 사람에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그래도 함께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 나눠주는 기쁨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

나누는 이야기 없이 타인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린 문화는 남아일언중천금, 가만있으면 중간은 한다, 여자 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진다, 침묵은 금이다 등 대화나 토론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알고 있는 지식은 많으나 나의 생각은 결여돼 있는 것이다. 말하기는 생각하기 훈련 즉 사고력이 전제돼야 하고, 연대와 세계화는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업도 교수 혼자 하는‘티칭’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토론과 실천이 있는‘코칭’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듣는’수업에서 수많은 액티비티가 있어 ‘떠들고 체험하는’수업이 될 때 성취감과 자신감은 물론 함께 연대하고 상생하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날마다‘파이팅!’만 외칠 것이 아니라 ‘투게더!’를. 앞으로 최고의 경쟁력은 상생력이 될 것이다.


강윤주 계원예술대·광고브랜드디자인과

소셜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한 창의력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계원예술대 기획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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