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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 국내복귀 뜻 … 중견연구자들 ‘돌아오지 않겠다’
26%만 국내복귀 뜻 … 중견연구자들 ‘돌아오지 않겠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23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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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등록 해외박사 10년새 절반으로 뚝 떨어져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신고하는 수가 10년새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박사 가운데 국내에 복귀하겠다는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중견연구자일수록 국내 복귀보다 해외 잔류 의사가 더 강했다.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으로 해외 우수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고급인력 유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재단이 최근 발간한 정책연구자료집 『국내 R&D 역량 제고를 위한 해외 신진연구자 유치 및 활용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진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 복귀한 뒤 2013년 연구재단에 등록한 해외박사는 65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1천507명에서 43% 수준으로 급감했다.

귀국 후 연구재단에 등록한 해외박사 수는 2006년(1천377명) 이후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1천27명)까지는 그래도 1천 명을 넘었지만 2012년(844명)부터는 1천명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이공계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의 감소 폭이 크다.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는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해외 대학원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03년 3만6천140명에서 2013년 5만5천145명으로 증가했다. 해외 대학원 유학생 수는 2007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2008~2009년 4만명 밑으로 내려갔지만 2010년(4만579명)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학자 가운데 한국 국적 학자는 8천696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미국 내 전체 외국인 학자의 7.1%가 한국 국적이다.

원인은 해외박사들이 돌아오지 않으려는 데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진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이 미국에서 대학 등에 취업하고 있는 인문사회계 박사 131명과 이공계 박사 101명 등 총 2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62%(143명)가 미국에 남겠다고 밝혔다. 국내로 돌아오겠다는 박사는 26%(60명)에 불과했다. 인문사회계 박사는 66%가 현지에 잔류하겠다고 밝혀 이공계 박사 56%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남성(64%)이 여성(51%)보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 5년 이상 된 중견연구자(68%)가 신진연구자(55%)보다 현지 잔류 의사가 더 강했다.

김 연구위원이 11개 항목을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사회적 환경 요인’을 조사한 결과 핵심은 능력 발휘 기회의 가능성이었다(5점 만점에 4.52점). 미국에 남겠다고 한 연구자일수록 국내에 복귀하겠다는 연구자에 비해 자율성과 독립성, 주거 및 교육환경, 근무지역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사에 응한 해외 체류 박사들이 미국과 한국의 연구·사회적 환경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모든 면에서 미국이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자율성과 독립성 항목(4.27점)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미국이 한국보다 더 나은 요인으로 신진연구자들은 자율성과 독립성(4.42점), 연봉수준(4.27점), 능력 발휘 기회(4.18점), 연구시설(4.01점)을 더 중요하게 인식했다. 중견연구자들은 신진연구자들에 비해 주거 및 교육환경(4.15점), 근무지역(3.59점), 고용 안정성(3.55점)에 더 방점을 찍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사회적 환경 요인과 미국·한국 환경 비교를 같이 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자율성과 독립성, 능력발휘 기회, 연봉 수준, 주거 및 교육환경, 공정한 보상이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동시에 한국이 절대 열세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환경 요인이다. 이공계는 인문사회계보다 복리후생을 ‘중요하면서 미국이 우위에 있은’ 항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인문사회계는 상대적으로 주거 및 교육환경, 공정한 보상을 중요한 환경 요인이면서 한국이 열세인 항목으로 받아들였다.

권형진 기자 j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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