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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온전한’ 인간이 될까
우리는 언제 ‘온전한’ 인간이 될까
  • 교수신문
  • 승인 2015.03.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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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캐스파 헨더슨 지음|이한음 옮김|은행나무|540쪽|25,000원

 

앞 장에서 『깡디드』의 유명한 문장을 인용한 바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꿔야 한다.” 그런데 인류세에 우리가 가꾸고 있는 것은 어떤 정원이며, 그 안에서는 어떤 생물들이 번성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언제 그것을 알게 될까? 진정한 정원사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를 원한다. 카렐 차페크가 농담조로 말했듯이, “자신의 것을 검사하고, 아는 법을 배우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천100년”쯤은 말이다.


꽤 확실해 보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인류는 지구 시스템에 계속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대기에 추가해 온 온실가스는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앞으로 4만8천년 안에 일어날지도 모를 빙하기를 막을 것이고, 이 배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50만 년 안에 일어날지도 모를 모든 빙하기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가까운 미래, 즉 다음 한두 세기에 걸쳐, 자원과 오염을 관리하고 위험과 갈등을 예견하고 처리하는 훨씬 더 나은 체계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인간의 창의성과 혁신은 거의 무한해 보인다.


하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를 정확히 예측하려고 할 때면, 이 모든 요소들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로르샤흐 잉크 얼룩(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는 무작위적인 잉크 얼룩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느냐에 따라 심리를 분석했다-역자 주)과 같아진다. 즉 우리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거의 다(하지만 전부는 아닌) 얼룩 속에서 찾아내어 읽을 수 있다. 지구-인간 시스템의 복잡성이 아무리 애써도 알아낼 수 없는 것이 반드시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면, 초인간주의(transhumanism)의 두 비판자가 말하듯 우리는 ‘겸손함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뿐 아니라 듣기 어려운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처럼, 비극은 우리가 들으려 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 우리는 우리 이외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며 행동할 때에만 온전한 인간이다.

□ 저자 캐스파 헨더슨은 환경·인권 전문가로, BBC 라디오4의 환경 프로그램 ‘막대한 지구의 비용’의 프로듀서이자 리포터로 활동했으며, <네이처>, <뉴 사이언티스트> 등에서 언론인지자 편집위원으로 일해 왔다. 저서로 『우리의 연약한 지구』(공저), 『세계화를 논하다』(편저) 등이 있다. 1999년 서유럽권 환경저술 부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로이터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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