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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도입뒤 ‘공학계열’ 정원 비중만 늘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도입뒤 ‘공학계열’ 정원 비중만 늘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16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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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별 정원·학과수 어떻게 변해왔나?

중앙대가 최근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중앙대의 학사구조 개편 방안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과거 학부제와 비슷하다. 학생 선택에 따라 학과 정원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학부제보다 더 과격한 측면이 있다. 산업 수요에 따라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교육부 정책과 맞물리면서 결국 취업에 유리한 학과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 결과는 어떨까. 이런 점에서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교육학과)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과제로 최근 완료한 『국내 대학의 학과 변천과 분화에 관한 연구』는 시사적이다. 졸업정원제, 학부제, 대학 구조개혁,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등 시대별 정부 정책에 따라 계열별로 학과 수가 어떻게 변해왔고, 입학정원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2014년 현재 4년제 일반대학 189곳을 대상으로 1971년부터의 정원·학과 수 변화를 분석했다. 주로 대교협 학과 리스트와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자료를 활용했다.

■ 인문·자연계열 비중 꾸준히 감소= 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인문·자연계열 등 기초학문 분야의 비중은 꾸준히 줄어든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1971년 3만9천180명이었던 4년제 일반대학 정원은 1980년 졸업정원제 도입 이후 1981년 18만7천218명으로 급증한다.

1981년 이후 계열별 입학정원과 학과 수 변화를 보면 유독 감소 추세가 눈에 띄는 계열이 인문, 자연 계열이다. 1981년 전체 입학정원에서 16.6%를 차지하던 인문계열은 1990년 15.5%로 줄었다가 2010년 14.4%, 2014년 13.1%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자연계열도 같은 기간 15.4%, 15.05, 13.5%, 13.1%, 12.7%로 그 비중이 꾸준히 줄었다(1990년은 자료 미비로 제외). 교육계열은 1981년 12.7%에서 2014년 4.8%로 급감했지만 2000년(4.2%) 이후에는 대체로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상식과 다소 어긋나는 결과도 엿볼 수 있다. 공학 계열이 전체 입학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1년 19.5%에서 2014년 25.1%로 늘었다. 전체 4년제 일반대학 정원이 19만6천550명(1990년)에서 31만4천410명으로 크게 확대된 2010년 이후만 놓고 보면 다르다. 2000년 26.6%였던 공학 계열의 비중은 2014년 25.1%로 오히려 줄었다. 학과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2.8%에서 22.1%로 큰 차이가 없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연결시키면 다르게 보인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참여정부가 2004년 12월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MB정부는 2011년부터 재정지원 제한대한 평가를 실시해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었다. 2005년 24.0%, 2010년 23.6%로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던 공학 계열 비중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를 실시한 2011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0년과 2014년 계열별 입학정원 비중을 보면 다른 계열은 약간이라도 줄어든 반면 공학과 의약 계열은 오히려 증가했다.

■ 사회 수요 따라 정원·학과 수 변동 심해= 같은 계열 안에서 학과별 입학정원과 학과 수를 보면 사회 수요에 따라 통폐합이 이뤄지는 경향을 보다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인문 계열을 보자. 국어·국문학, 일본어·문학, 중국어·문학, 영미어·문학과 문헌정보학, 문화·민속·미술사학, 심리학, 역사·고고학, 국제지역학 분야의 입학정원이 2000년 이후 증가했다. 반면 기타 아시아어·문학과 종교학 분야는 지속적으로 입학정원이 감소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에는 입학정원과 학과 수가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어 계열 학과는 인문 계열 안에서도 신설, 통폐합 등 분화가 가장 활발한 학과 가운데 하나다. 학과 이름이 바뀌면 신설로 볼 경우 중국어 계열 학과는 2005년 이후 41개가 신설됐다. 학과 수 증가율이 100%다. 신설된 학과 이름을 보면 순수 언어학보다는 지역학, 문화학, 경영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 결합되는 경향이 강하다. 연구 책임을 맡은 김 교수는 “과거에는 ‘문학’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최근에는 ‘통상’이 붙는 등 취업에 유리하다고나 할까, 실용적으로 학과 이름이 많이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회 계열은 법학과 도시지역학 분야를 제외한 모든 학과가 지속적으로 입학정원이 증가하고 있는데, 가족·사회·복지학 계열의 학과 수가 크게 늘었다. 2005년과 2013년을 비교해 보면 192개 학과가 새로 생겼다. 무려 178% 증가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복지 인력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경제학 분야는 학과 수는 감소했는데도 입학정원은 증가했다. 교육 계열에서는 ‘유아교육학’과 ‘특수교육학’ 분야의 학과 수와 입학정원이 크게 증가해왔다. 사회적 수요가 크거나 취업에 유리한 분야들이다.

예체능 계열의 입학정원과 학과 수가 증가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2000년에 비해 2014년 입학정원은 9천414명, 학과 수는 598개 늘었다. 구조개혁이 본격 추진된 2005년 이후만 봐도 전체 학과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간 늘었고, 입학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하면 ‘디자인’ 영향이 크다.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입학정원이 증가하는 학과를 보면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패션디자인’ 등이 두드러진다. 디자인계열은 ‘디자인일반’을 제외하고 입학정원과 학과 수가 모두 크게 증가했다. 김 교수는 “다들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들”이라며 “사회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순수미술’과 ‘음악학’ 분야 학과는 입학정원이 계속 줄고 있다.

■ 계열별 구성비율은 큰 차이 없어= 이번 연구 결과를 넣고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4년제 일반대학 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난 2000년 이후 전체 입학정원에서 각 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중간에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비중을 유지한다. 증감 폭이 1% 포인트도 차이가 나지 않거나 2~3% 포인트 정도다. 보기에 따라서는 2% 차이가 크다.

반대로, 지금까지는 대체로 계열별로 나눠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대학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회적 수요 등을 반영해 같은 계열 내에서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정도였다는 말이다. 그만큼 대학에서 학과 재편이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이 시각에서 보자면, 정부가 총입학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분야의 정원을 늘리고 줄이라는 식으로 대학을 압박하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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