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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이사들 ‘교육부 승인’ 하루 만에 ‘김문기 장남’ 이사 선임
상지대 이사들 ‘교육부 승인’ 하루 만에 ‘김문기 장남’ 이사 선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3.1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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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상지대 종합감사 결과 발표에 교협 등 “직무유기 감추려는 봐주기 감사” 비판

‘절묘한 한 수.’ 지난 2010년 8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상지대 정상화 원칙을 확정했을 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 간부는 이런 취지의 자평을 내놓았다. 정이사를 선임할 때 김문기 상지대 총장 측에 과반수 추천권(5명)을 주되 이 가운데 1명은 임시이사를 선임하기로 한 사분위 결정을 두고 이 간부가 내린 평가다. 실질적으로는 김 총장에게 이사회 운영권을 돌려줬지만 당장은 구재단 추천 이사가 과반이 안 되는 ‘묘수’를 내면서 교육부와 사분위는 비난을 피해가려 했다. 이 ‘절묘한 한 수’가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다. 지난해 3월, 차남인 김길남 씨가 이사장이 되면서 김 총장은 이사회 운영권을 완전 장악했다(상지대 사태 일지 참고).

지난 9일 발표한 ‘상지대 종합감사 결과’는 교육부가 꺼내든 또 하나의 ‘묘수’다. 김 총장 해임을 요구했다. 해임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도 김 총장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의 취임은 승인했다. 어찌 보면 김 총장에 대한 ‘경고’다. 바로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회로’를 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뒀다. ‘김 총장만 물러나면 이사회 운영권은 건들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지난해 11월 24일에서 12월 11일 사이 상지대와 상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총장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해임 요구 사유는 3가지다. 지난해 10월 학생들이 5일간 수업을 거부하면서 962개 강의에서 수업 결손이 발생했는데도 보강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측근 2명을 사전에 내정한 후 특별채용하면서 서류심사와 면접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총장 관사 용도로 교비에서 매입한 아파트를 부속 한방병원장에게 무상 사용하게 했다. 상지학원 이사회가 김 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60일 이내에 감사 처분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사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지대 안팎에서는 정상화를 위한 해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반쪽짜리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임원 간 분쟁으로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기 때문에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상지대 교수협의회 등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총장 측이 선임한 이사 5명의 취임을 이날 함께 승인했다. 대신 김길남·변석조·이영수·한이헌 등 임기가 끝난 이사 4명의 연임 신청은 반려했다.

교육부는 “과거 임원 간 갈등이 있었지만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정도는 아니었으며(김 총장의 차남이 이사장에 선임된) 2014년 3월 이후에는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돼 불문 처리했다”며 “감사 시점에서는 딱히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명분이나 근거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방정균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감사의 본질적 문제를 회피한 ‘봐 주기식 감사’”라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사분위에 보고한 내용이나 지난해 11월 김길남 씨 등의 이사 연임 신청을 반려하면서 밝힌 이유를 보면 교육부는 임원 간 갈등과 현저한 부당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감사 결과에도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방 대표는 “교육부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감추기 위한 행정조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장고 끝에 교육부가 꺼내든 ‘묘수’가 상지대 사태를 해결하는 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교육부가 지난 9일 취임을 승인한 이사 5명은 지난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전·현직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4명을 중징계하기로 의결했다. 정직, 해임, 파면 가운데 어떤 징계를 내릴지는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사회는 또 결원이사 4명을 새로 선임하면서 김 총장의 장남인 김성남 씨를 포함했다. 김 총장이 직접 이사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남(김길남)마저 연임 신청이 반려되자 이번에는 장남을 이사로 올린 것이다.

김 총장 자신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상지대 교무위원회는 이날 ‘교육부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개선할 사항들은 성실하고 즉각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지만 부당한 처분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신청하는 등 적절한 행정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지대 관계자는 “총장 해임 사유를 보면 사실관계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고 실현하라고 요구하면서 그 방안을 수립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한 주체를 해임하라는 것은 정상화하지 말라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방 대표는 “학교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사들이 취임하자마자 김문기 체제를 반대했던 전·현직 교협 대표를 중징계하고, 장남을 이사로 선임했다는 사실은 교육부의 조치가 얼마나 미흡하고 엉성한 것이었는지를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교육부의 감사 처분과 이사 취임승인은 상지대 정상화에 역행하는, 오히려 분규를 조장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상지학원 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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