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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깊이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틀은‘미디어 리터러시’다
대중문화 깊이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틀은‘미디어 리터러시’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3.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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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2_ 7강.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의‘문화 연구와 문학 연구: 일상적 삶의 상징 생산과 유물론적 미학’

▲ 사진.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문화의 안과 밖 시즌2 고전읽기 강연의 개론 부분 일곱 강연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4일 진행된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영어영문학과)의 강연‘문화연구와 문학 연구’는 제목 그대로‘문화연구’의 흐름 위에서 미학의 자리까지 깊숙하게 응시한다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고려대 영문학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여 교수는 미국 듀크대 한국문학 초빙교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문화분과 위원, 한국사고와표현학회 초대회장, 영미문학연구회 대표, 한국비평이론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1998년부터 10년간 계간지 <비평> 편집주간 등을 맡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1·2』(공저·2005, 공저·2007), 『현대문화론의 이해』(공저·2005), 『행동과 사유』(공저·2004), 『문학, 역사, 사회』(공저·2001)가 있고 역저로『현대 문학 이론』(공역·2014), 『햄릿』(공역·2012) 등이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문화 연구의 정신과 역사적 조건을 섬세하게 짚어가면서‘유물론적 미학의 재구성’을 강조했다. 여 교수는‘유물론적 미학’을 “일상적 삶이 가진 상징적 창조성에 대한 믿음을 이론적으로 개진해온 비주류적 미학 전통”으로 읽어내면서, 오늘날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새로운 틀’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이것을 ‘미디어 리터러시-새로운 시민성의 구성’으로 명명했다. 다음은 여 교수의 강연 주요 내용이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건부의 불공정한 분배 때문이라기보단 그것이 인간의 가능성을 소진시키고 인간을 축소하는 삶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상적 삶의 상징적 창조성은 지금까지 미적인 것을 논의하는 학문들의 주류 전통에서는 별로 다뤄지지 않았던 두 영역의 통합, 즉 일상성과 창조성의 이론적 통합을 시도한다. 여기서 두 지적 전통의 만남은 완성된 이론적 체계가 아니라 문제 제기의 형태로 제시된다. 내가 제기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인간의 미적 경험 혹은 상징 행위가 인간을 더욱 성숙하고 풍요롭게 만든다면, 이 기능은 전통적으로 그 역할을 해 왔다고 상정되는 (적어도 문학연구 제도 안에서는) ‘고급문화’로서의 문학의 영역에 국한된 것인가? 일반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적 삶에서 어떻게 상징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스스로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 가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오늘의 상황에서 왜 요구되는가에 답하기 위해 나는 보통 사림들의 일상적 삶에서 진행되는 상징적 창조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유물론적 미학의 이름으로 제시하려고 한다.

일상적 삶이 가진 상징적 창조성에 대한 믿음을 이론적으로 개진해온 비주류적 미학 전통이 유물론적 미학이다. 이 강연은 마르크스의 미학, 프리드리히 실러의 심미적 인문주의, 윌리엄 모리스의 생활예술에 대한 논의,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관, 발터 벤야민의 대중 미디어 시장의 해방적 잠재력에 대한 예언적 성찰, 레이먼드 윌리엄스의‘일상 문화’와‘공유문화’의 개념, 폴 윌리스의 대중문화 시장의 창조적 소비에 대한 논의들을 유물론적 미학의 이름으로 재구성하고,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 틀을 제시하겠다.

마르크스와 감각의 해방: 유물론적 미학은『경제학 철학 수고』에서 개진된 마르크스의 인간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바로‘생산하는 인간’에 대한 사유다. 『경제학 철학 수고』에 나타난‘생산하는 인간’에 대한 정의와 그에 의거한 자본주의 비판은 기본적으로 미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미학(혹은 마르크스의 전체적인 자본주의 분석)의 근간에 독일 고전적 낭만주의 전통의 심미적 인문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부의 불공정한 분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인간의 가능성을 소진시키고 인간을 축소하는 삶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적 경험의 윤리학을 통해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그것의 필연적인 삶의 형식(인간 소외)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혁명적이고 대안적인 삶의 양식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마르크스의 자기실현과 자기 창출로서의 생산의 개념을 내적 형성과 확장으로서의 문화의 개념으로 이해한 최초의 이론가는 레이먼드 윌리엄스다. 영국 문화비평 전통이 발전시켜온 창조적 인간에 대한 이해를“일반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문화적 민주화의 이상과 결합시키려고 한 문화이론가로서 레이먼드 윌리엄스에게 참여민주주의는‘문화는 일상적이다’라는 명제에 근거한 민주적 문화의 이상이 집약돼 표현된 개념이다. 인간이 ‘창조하고 소통하는 존재’라는 것의 의미는 대중이 소통의 과정, 즉 공유의 과정에서 수동적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생산자가 돼야 한다는 당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공동체의 문제에 주체적으로 개입하는 능력을 통해 보다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재현과 참여의 형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민주적 삶을 위한 실천 조건이 된다.

폴 윌리스: 폴 윌리스는 윌리엄스보다 더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상징 생산과 소비 행위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이를 위해 윌리스는 먼저 인간의 문화 행위와 창조성을 고급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제도권의 미학을 해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윌리스가 관심을 갖는 것은 대중들의“일상적이고 직접적인 삶의 공간과 사회적 행위 속에서 일어나는 상징적 창조”가 진행되는 다양한 방식이다. 윌리스의 창조적 소비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의 문화 소비 행위가 텍스트의 일회적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일상적 삶의 전 과정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윌리스는 이 유물론적 미학의 전통을 오늘의 대중 미디어 시대의 구체적인 문화 생산과 소비의 현실에 위치시켜놓는다. 이때 논의의 핵심은 대중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인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발터 벤야민: 새로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주체로서의 대중의 창조적 에너지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예언적 성찰을 보여주는 것이 발터 벤야민의 저작이다. 벤야민에게는 대중 미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 체제가 해방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대중 미디어의 핵심적 요소는 바로 대량 생산의 기술, 즉 복제하는 힘이다. 새로운 상징 생산의 특성을 고전적 예술의 특징과 구별하기 위해 벤야민은 아우라 개념을 사용했다. 아우라가 사라진 뒤에 기계 복제 예술이 대면하게 되는 것은 수용자다. 수용자는 소비자, 즉 대량 복제 생산의 주체다. 이 대량 복제 생산의 주체인 소비자는 대중 미디어의 쌍방향 소통을 환기한다. 대중 미디어는 대량 생산이라는 양적 변화를 통해 재현과 참여의 양식에서의 본질적 변화, 질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서사의 대중성—TV 드라마와 정서의 구조: 벤야민이 언급한‘복제를 위해 복제되는 복제품’, 상징 생산의 대량 복제가 예술품을 대치하면서 어떻게 서사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여기에‘서사’의‘대중성’의 개념이 있다. TV 드라마의 생산 구조와 재현의 양식은 서사의 대중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재현의 양식으로서의 대중 서사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념적 도구는‘정서의 구조(structure of feeling)’다. 정서의 구조란 말 그대로 자기 앞의 삶에 대한 감성적 반응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과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문화적 형식은 TV 드라마다. TV 드라마는 정서의 구조가 표현되고 다시 주조되는 효과적인 서사 양식이다.

미디어 리터러시—새로운 시민성의 구성: 문화적 의미에서의 참여 민주주의의 개념을 실천적인 기획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중의 자기 형성의 능력을 계발하고 신장하기 위한 문화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문화 교육이란 자기 형성의 능력, 즉 주체적으로 느끼고 사고하고 표현하고 반응하고 개입하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공유시키는 과정을 가리킨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접근하고 분석하고 생산하는 능력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전체적인 상징체계, 의미 생산의 체계를 이해하고 평가하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전유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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