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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으로 … “공개 확대하되 저작권 문제 조율하자” vs “KCI 원문공개 중단”
다시 원점으로 … “공개 확대하되 저작권 문제 조율하자” vs “KCI 원문공개 중단”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3.10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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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무상공개,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 지상중계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학술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국회토론회’는 OA논의가 국회에 처음으로 옮겨가면서 마련된 첫 논의 자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불편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이번 토론회와 관련, ‘논문 무상공개’라는 토론 제목에서 보듯 ‘無償 공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시혜적 의미를 내포한 ‘무상’이란 용어가 학술토론의 장에서 여과 없이 사용된 것도 문제지만, 이 용어의 함의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는 게 더 씁쓸했다. 학자들의 연구가 국민 세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한, 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open access) 정책의 성과와 전개방향」), 임상혁 숭실대 법대 교수(「학술논문의 오픈엑세스를 위한 제언」), 최순일 전자출판협회 이사(「學대, 官한, 民민 상생의 학술 생태계 제안」)였다. 토론자는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규환 전주대 교수(문헌정보학과), 김영수 경상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손정달 (사)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사무국장, 김현철 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장, 이길연 호크마법률사무소 변호사, 안수미 교육부 학술진흥과 서기관 등이었다. 좌장은 배성인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맡았다.


발표자로만 본다면 허선 교수는 ‘OA’ 정책이 일단 학술지 인용지수 등 질적 상향 요인이 됐다고 지적해, OA의 핵심인 ‘논문 공개’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임상혁 교수도 ‘오픈엑세스를 위한 제언’으로서 저작권 문제를 살폈기 때문에 그 역시 ‘논문 공개’ 쪽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학술논문 DB 민간업체인 누리미디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최순일 이사는 연구재단의 논문공개가 ‘무상공개’이며, 이것이 민간기업의 정상적인 DB 사업에 불공정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토론까지 정리될 쯤, 플로어에서 뜻밖의 지적이 제기됐다. 정경희 한성대 교수(지식정보학부)였다. “국내에서 OA가 공적 자리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다. 그동안 많은 논의들이 진행돼 왔는데, 오늘 이 자리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인상을 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던 내용들을 발전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OA에 관한 논의는 그간 제법 축적돼 왔다. 하지만 이날 ‘국회 토론회’는, 논의의 장이 ‘국회’로 옮겨지면서, 그간 줄곧 제기돼 왔던 연구재단-민간업체의 갈등을 해소하고 한 단계 발전된 OA로 나아가야 함에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이상한 풍경을 연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규환 교수도 이 점을 의식해 “여전히 OA 논의가 겉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OA 논의가 국회로 옮겨졌고, 학술논문의 공적 공개를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 이날 발표자들이 과연 어떤 내용을 발제했는지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의 성과와 전개방향」

학술지 편집인을 위한 OA 공개포럼(2012.11.20.)에서 OA정책 강화를 천면한 이후 더욱 더 강화된 OA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연구 기반 확립에 일정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세금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지원한 연구 결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히 세금 내는 동기를 낮추게 한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 즉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논문은 공개접근 정책으로 국민이 모두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논문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술지 역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학술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할지는 학회가 결정할 일이다. 즉, 학술지는 사유재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공공재가 돼야 한다. 비록 그 금액이 전체 발행 비용을 모두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개접근을 받아들이는 학술지만 지원해야 한다.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과학 분야 연구 논문도 북미나 서유럽의 공공접근 정책을 도입해, 발표 후 적어도 1년 이내에 KCI에 기탁을 의무로 하게끔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 못지않은 국가 정책을 갖춰 나가게 된다. 또한 국가에서 지원하는 16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은 모든 연구 논문에도 공개접근 또는 공공접근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연구재단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학술지 편집인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6%만 제외하고 모두 공개접근 정책을 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 학술지는 대개 다 비영리단체인 학회가 발행하므로 상업회사가 주로 발행하는 북미나 서유럽 국가와는 차이가 있다. 공개접근을 도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연구재단의 독려라기보다는 학술지 영향력지표를 높이려면 당연히 공개해서 관련 연구자들이 많이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논문과 볼 수 없는 논문 중 유사한 수준 내용이라면 어느 것을 많이 보고 인용할지는 답이 나온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지 정부와 상하 단체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므로 공개접근 정책을 더욱 더 강화해 나가고, 이와 관련해 사업계도 새 패러다임과 플랫폼에 적응해 창조경제를 이뤄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임상혁 숭실대 법대 교수: 「학술논문의 오픈엑세스를 위한 제언」

일국의 거의 모든 학술자료를 무상으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멋진 사례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연구자들의 비자발적 희생에 터잡아 이뤄진 것이라는 점은 ‘뇌관’이 될 수 있다. 막강한 정부 기관의 정책에 따라 감수된 직·간접적인 저작권 침해 소지는 언제고 다시 불거질 여지가 있다. 현행 KCI 체제라면 그로 말미암아 민간 학술정보서비스가 소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KCI가 있으니 그리 개의할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런데 많이들 점치는 것은 외국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다. 실제로 외국의 거대 출판들이 이미 국내 SCI급 저널들을 매집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다. 외국계 회사가 지배하게 되면 저작물 이용에 대한 지불 수준이 국외에 근접하게 높아져서 연구자나 학회의 수입이 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계 거대 기업이 KCI 체제의 저작권법상의 취약점을 집요하게 걸고넘어질 것이 불 보듯 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침내 연구재단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출판사들은, 남의 자료를 억지로 무료로 빌어다 서비스하고 있는 KCI의 원문 제공을 중단시키고야 말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거대 출판 권력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색으로 생겨난 OA를 한다고 하다가 결국 그와 정반대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이러한 예측이 이뤄지는 것은 KCI를 통한 연구재단의 이른바 OA 정책이라는 것은 ‘오픈 엑세스’의 본령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례와 같이 OA는 학술정보의 생성자, 다시 말해 저작권자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OA는 한국에서는 특히 맣은 학자들이 찬동하는 방향이며, 국가가 뒷받침해 줄만한 정책이다. 정부는 학자 또는 학회가 OA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주는 일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조성된 OA 기반에 더욱 많은 연구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결코 평가 권력으로 짓누르고 연구 지원 제한의 암시로 압박해 추진할 일은 아니다.

 

최순일 전자출판협회 이사: 「學, 官, 民 상생의 학술 생태계 제안」

해외의 경우 글로벌 거대 출판사의 가격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OA가 시작된 반면, 국내에서는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관 주도로 OA가 추진됐다. 평가, 지원, 유통까지 관 주도로 추진하는 것은 사례가 없다. 특히 전 분야의 학술 논문을 대상으로 OA를 하는 사례는 국내가 유일하다. 유상 공개와 무상 공개에 따른 학술지 평가 점수에 차등을 둔 것도 문제다. 점수 5점 차이는 사실상의 무상 공개를 학회들에게 강요하는 조치다. 온라인 논문 투고 시스템을 이용한 원문 공개를 유도하고 있지만, 하단에 당사자가 거부해야만 공개되지 않은 Opt-out 방식으로 논문 공개를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논문이 공개될 소지가 있어 우려된다. 한마디로 논문 무상 공개를 목표로 평가 항목을 강제하고, 시스템을 통해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연구재단의 OA 정책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첫째, 학술지 국제화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학술 콘텐츠 3대 서비스업체인 ScienceDirect, Wiely, Springer 방문의 과반이 Google일 정도로 학술 콘텐츠 서비스에서 구글의 위상이 독보적으로 강화됐다. 연구재단의 KCI는 2014년 11월 Tomson Reuters와의 제휴를 통해 Web of Science(WoS)에서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연구재단측은 WoS제휴를 통해 논문 무상 공개가 학술지의 국제화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웹사이트 분석 기관 자료에 의하면, 민간 업체인 DBpia의 해외 방문수가 KCI보다 6배 이상 많다. 둘째, 민간 업체 붕괴에 따른 피해다.

DBpia는 국내 최대의 학술 DB컨소시엄인 KESLI 컨소시엄에서 엘스비어의 ScienceDirect와 함께 최대 이용량을 보이지만, 서비스 이용 비용은 그들의 20분의 1수준이다. 거액의 저작권료를 유인책으로, 글로벌 거대 출판사로 학회가 이동할 경우 국내 논문을 역수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셋째, 저작권 시비 잠복이다. 연구재단의 ‘선 서비스, 후 원문 공개 동의 요청’ 식의 공공기관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KCI를 통해 공개 중인 35만9천269건의 논문 전체에 대해 저작자로부터 합법적으로 이용허락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국내 학술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고, 학술 한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전한 학술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민관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연구자를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은 민간의 산업침해를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재단은 KCI 원문 서비스 중단, 학술지 평가에서 OA 항목 제외, 평가·지원 부서와 서비스 부서의 분리, 고비용 투자 성과물 성과의 민간 제공 등에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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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2015-03-17 07:03:42
출판사중에 오픈엑세스를 하는경우 비용을 받습니다. 한논문다 1000불정도가되는데 정부는 이돈을 부담하지 않고 하면 저자권 위반이 됩니다. 이점을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정말 의심합니다. 오핀엑세스 비용을 내고 하는것은 됩니다. 아닌것은 국제법위반을 정부에서 주도하는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안됩니다. 특히 오이시디 국가가 안됩니다.